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 “배려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등 자당 김예지 의원을 향한 차별적 발언을 이어갔다. 동석한 유튜버가 “장애인이고 계집이니까 우리가 이만큼만 하는 거지”라고 말했을 때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웃으며 동조하였다. 나아가 해당 유튜버가 “어르신들이 절반인데, 솔직히 10년만 지나도 그분들 내일 돌아가셔도 자연사”라고 노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박민영 대변인은 “우리 인구 구조가 불리하게 바뀌죠”라고 응답하였다. 이는 장애인, 여성, 노인을 모두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발언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서 공당 대변인으로서의 자격에 심각한 의문을 남긴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 약 5,175만 명 중 등록 장애인은 약 263만 명으로 전체의 5% 수준이다. 그러나 국회 내 장애인 국회의원은 3명뿐으로 1%에 불과해 대표성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장애 당사자를 당선권에 3명 배치한 것을 두고 “너무 많이 할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 비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례대표제는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사표를 최소화하여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제도이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 미래가 장애인 후보 3명을 비례대표 명부에 배치한 것은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국회에 직접 반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 대변인이 이 기조를 스스로 부정하며 장애인을 폄하하는 발언은 책임정치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공당 대변인은 모든 시민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차별을 조장하지 않을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조롱과 혐오 발언을 가볍게 주고받는 것이 방송 콘텐츠로 소비되고, 공당 대변인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과 권리를 확장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박민영 대변인의 발언은 정책적 비판을 넘어 사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모욕이었으며, 단순히 과한 표현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번 사안은 공당 대변인이 장애인과 여성, 노인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 사건이며, 정당의 신뢰와 공공성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국민의힘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박민영 대변인의 사퇴를 반려하며 “논란은 정리하되 인재는 지킨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본적 인권 감수성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한 인물을 인재로 평가한다면,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공당으로서 스스로 천명한 가치와 책임정치의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해 주기를 촉구한다.
2025년 11월 18일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