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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뉴스클리핑 - KBS 화면해설 서비스 확대… 음성으로 보여주는 TV, 시각장애인에 눈 역할 <국민일보, 2011-01-20>

작성자협회관리자

작성일시2011-01-27 오전 1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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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코: 내 팔, 잡아.

프란체스카가 미르코의 팔을 잡고 걸어가다가 뭔가가 발에 걸리자 그 위에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 살며시 손을 뻗어 미르코의 얼굴을 매만진다.

프란체스카: 어떤 사람이든 얼굴을 만져보면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 알 수 있어.

미르코: 목소리로도 알 수 있어.

이번엔 미르코가 손을 뻗어 프란체스카의 얼굴을 매만진다. 프란체스카가 가만히 그 손길을 느끼다가 싱긋 웃는다. (영화 ‘천국의 계단’ 화면해설용 대본 일부)

19일 서울 상암동 KBS미디어센터 녹음실. KBS 성우 이제인씨는 영화 주인공의 대사가 아니라 행동과 표정을 설명한 지문(위 대본의 고딕 부분)을 읽고 있었다. 대사가 누구의 말인지 알려주기 위해, 영상 중간에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화면해설 서비스는 시력을 잃어 영상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눈의 역할을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등장인물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영상을 ‘감상’하기 때문이다.

화면해설을 제작해온 KBS미디어는 지난 1월 1일부터 일감이 많아졌다. 올해부터 KBS 1TV가 화면해설 서비스의 비중을 전체 프로그램 대비 7.6%에서 8.7%로 늘리면서 화면해설이 적용되는 프로그램이 만화와 영화로까지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화면 해설 서비스는 드라마 재방송, 다큐멘터리에 한정됐었다. 미리 제작된 영상을 보면서 따로 녹음하기 때문에 생방송으로 진행되거나 급박하게 녹화되는 프로그램에는 적용되지 못했었다.

백혜련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KBS가 제작비 상승을 이유로 미뤄온 화면해설 서비스를 다양한 장르로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장애인 방송 서비스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의 내용과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S는 1TV의 경우 수화방송이 지원되는 프로그램에는 자막방송은 지원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두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수화를 모르거나 자막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아 두 서비스가 모두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2TV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지만 수화방송이 전체 프로그램의 2.3%에 불과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2TV의 수화방송 비율은 MBC(6.6%)나 SBS(5.4%)에 비해서도 낮다. 2TV에서 수화 서비스가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일요뉴스타임’과 ‘사랑의 가족’ 뿐이다.

백혜련 실장은 “자막방송 서비스를 한다고는 하지만 자막이 한꺼번에 화면에 뜨거나 화면해설이 화면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잦다”면서 “장애인 서비스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 편성부 관계자는 “전송망의 한계로 가끔 자막이 한꺼번에 나가거나 늦을 때가 있는 것으로 안다. 장애인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를 상시적으로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2011-01-20,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