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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뉴스클리핑 - 점심시간 시각장애인들 ‘햄버거집 습격사건’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22-07-21 오전 9: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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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시각장애인들 ‘햄버거집 습격사건’

유리장벽 키오스크 ‘분통’, “나혼자 주문하고파”
장차법 시행령 단계적 적용 “반발” 복지부 압박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7-11 17:20:59
시각장애인 송혁 씨가 키오스크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10여분째 허공만 클릭했던 그는 끝내 주문하지 못한채 물러서야 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 송혁 씨가 키오스크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10여분째 허공만 클릭했던 그는 끝내 주문하지 못한채 물러서야 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 송혁 씨(21세, 남)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햄버거집 키오스크 앞에서 10여 분째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습니다. 햄버거가 크게 그려진 주문 첫 화면을 클릭하니, 왼쪽에는 ‘매장에서 식사’, 오른쪽에는 ‘테이크아웃’. 식사방법을 선택하라는 문구가 나왔지만, 송혁 씨의 손끝은 허공만 향했습니다. 대충 아무렇게나 눌러 ‘테이크아웃’으로 넘어가 이를 알려주자, 그는 “아닌데? 먹고 갈 건데!”라면서 분통을 터뜨립니다.

‘말이 없는’ 키오스크가 야속하기만 한지, 한참을 이것저것 눌러보던 송혁 씨는 끝내 주문을 포기한 채 뒤로 물러섰습니다. 점심시간을 앞둔 11일 오전 11시 30분, 문 앞 5개의 키오스크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흰 지팡이를 든 송혁 씨는 “기분만 더럽습니다. 장애인을 조금만 생각하면 가능한 부분인데….”라며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안철호 씨가 키오스크 주문을 하고 있다. 주문 첫 화면에서 “이게 무엇이냐”면서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안철호 씨가 키오스크 주문을 하고 있다. 주문 첫 화면에서 “이게 무엇이냐”면서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에이블뉴스
곧이어 시각장애인 안철호씨(56세, 남)가 키오스크 앞에 섰습니다. 날이 더워 ‘초코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말하지 않는 키오스크 앞에서 이것저것 눌러보던 철호 씨는 결국 기자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자리에 앉는 데 성공했습니다. 만약 혼자 햄버거집을 찾았다면 키오스크 앞까지도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답답하고 갑갑하죠. 이게 다 유리 장벽 아닙니까?”

기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스크림 주문에 성공한 안철호 씨는 동행인과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에이블뉴스
▲기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스크림 주문에 성공한 안철호 씨는 동행인과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에이블뉴스
송혁 씨와 안철호 씨, 그리고 시각장애인 30여명이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햄버거집을 찾았습니다. 이들이 속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이하 연대)의 ‘시각장애인 당사자 키오스크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일환이었습니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5개의 키오스크 앞에 시각장애인들이 빼곡이 줄서있다.ⓒ에이블뉴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5개의 키오스크 앞에 시각장애인들이 빼곡이 줄서있다.ⓒ에이블뉴스
연대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키오스크의 시각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오래도록 요구해왔습니다. 현재 민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 주문은커녕 결제, 포인트 적립 등을 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화면 확대 기능이 있더라도 무의미한 수준이며, 점자나 촉각을 읽는 수단 역시 제공되지 않습니다. 혼자 주문할 수 없어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매번 도움을 요청하기가 미안해 이내 포기하는 상황이죠.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클릭해 주문하려했지만 실패하고 있다.ⓒ에이블뉴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클릭해 주문하려했지만 실패하고 있다.ⓒ에이블뉴스
그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1월부터 키오스크 장애인 접근성 보장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안을 시행한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습니다. 지난달인 6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도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시행령안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장애계 기대와는 달리, 3년간 단계적 적용이 도입돼, 기존의 키오스크는 2026년에서야 사실상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3년을 더 어떻게 기다려야 하냐”고 반발했지만, 시행령안을 연구한 연구진들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단계적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 앞에 서있다.ⓒ에이블뉴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 앞에 서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은 유리 장벽 키오스크를 2026년까지 참아야 하냐?” 정부에 반발하며 이날 햄버거집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겁니다. 미국지점들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이 갖춰진 키오스크가 사용되고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연대는 해당 패스트푸드점과 무인편의점을 운영하는 5개 기업을 상대로 키오스크 이용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이어오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연대 남정한 대표는 “해당 패스트푸드 본사 측에서 시행령이 나올 때까지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지점에서는 이미 음성지원이 가능한 기계가 상용화됐는데, 할 의지가 없으니까 알아보지도 않은 것입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강윤택 공동대표 또한 “사실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키오스크는 어마어마한 기술력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현재 있는 기계에 스크린리더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충분히 이용 가능한데, 마치 어마어마한 기술과 돈이 필요한 것처럼 보여서 기업들이 지레 겁먹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라고 씁쓸함을 표했습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햄버거집을 방문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햄버거집을 방문했다.ⓒ에이블뉴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15분경,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해당 햄버거집을 방문했습니다.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김 의원 역시 키오스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저시력장애인 국립장애인도서관 원종필 관장 또한 키오스크 주문을 시도했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주문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 조차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경고입니다.

김 의원은 “경제적인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해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행령에서 줘선 안 된다”면서 “하드웨어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QR코드, 모바일어플 주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시행령 만드는 과정을 꼼꼼히 챙길 것을 약속했습니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연대 소속 활동가가 ‘응답없는 키오스크 시각장애인 유리장벽에 분통터진다!!’ 피켓을 들고 있다.ⓒ에이블뉴스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연대 소속 활동가가 ‘응답없는 키오스크 시각장애인 유리장벽에 분통터진다!!’ 피켓을 들고 있다.ⓒ에이블뉴스
한편, 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은 다음날에도 서울 홍대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짜로 달라는 게 아닙니다. 내 돈으로 내가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게 해달란 겁니다” 시각장애인들은 모두 입 모아 말했습니다. 당장 햄버거 한 개가 아니라, 점점 더 무인화되는 사회 속 소외되지 않도록,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입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캠페인을 이어갈까요? 한 손으로 흐르는 땀을 닦던 연대 강윤택 공동대표가 결의에 찬 듯 말합니다. “키오스크가 말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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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