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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빛 - [163호]시각장애인과 점복업, 그 역사를 찾아서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14-02-17 오전 10: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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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점복업, 그 역사를 찾아서

 

시각장애인이 점복업을 시작한 시기는 고려시대 전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 초기부터 과거제도를 통해 점복인을 선발하면서 점복인의 등용이 제도화되었는데요.

이에 시각장애인들은 점복업에 진출하여 자립생활을 누리게 되었으며 시각장애승려 역시 점복업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고려시대 말기에는 일부 시각장애인이 점복업으로 종5품이나 정4품에 속하는 검교직 벼슬을 받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후, 정도전은 성리학적 이념에 바탕을 둔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점복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광대, 기생, 승려 등을 천인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에 점을 치는 시각장애인의 신분은 비록 천인이 되고 점복에 관한 학문인 음양학은 천시 받았습니다.

하지만 점복업은 시각장애인의 직업으로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음양학이 관학으로 제도화되어

위로는 왕부터 아래로는 민중들에 이르기까지 점복업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점복업을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 보행을 하는 그림

 

고려시대에 시각장애인의 전업으로 발전한 점복업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 국가가 시각장애인에게 점복 교육을 실시하거나 점복 관리를 등용하였던 것을 보면

조선시대 점복업이 시각장애인의 전업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조선 전기 세종대왕은 음양학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집현전을 설치하여 학자들을 양성했던 것과 같이 세종대왕은 나이 어리고 총명한 시각장애인 10명을 선발하고

사흘마다 한 번씩 학습하도록 했습니다.

 

시각장애학생들을 사흘에 한 번씩 공부하도록 한 것은 당시 시각장애인은 모든 내용을 외워서 공부했기 때문에

시각장애학생들이 하루 동안 배운 내용을 외우고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각장애학생들을 서운관에 소속시키고 대궐 내에 건물을 마련하여 음양학을 배우도록 했는데요.

더불어 나라에서 시각장애학생들의 곁에 간수와 노비를 두어 학생들의 교육을 돕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세종대왕이 시각장애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시작한 것은 파리맹학교가 설립된 1785년보다 약 340년이

앞선 것입니다. 게다가 파리맹학교는 사립학교인데 비하여 조선시대의 서운관은 왕이 직접 국가기관을 통해 실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시각장애인의 역사(2010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