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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빛 - [164호]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 진행자 이영호 씨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14-03-20 오전 1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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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각장애인 이영호였습니다”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 진행자 이영호 씨

 

국내에 유일하게 시각장애인 중심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KBS 제3라디오 프로그램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이번 손으로 보는 세상에서는 ‘우리는 한 가족’의 진행자 이영호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이영호였습니다.” 진행자 이영호 씨의 ‘우리는 한 가족’ 마무리 멘트입니다. 이영호 씨는 1975년 형 이장호 감독의 영화 ‘어제 내린 비’로 데뷔하면서 영화배우로 활동하셨습니다. 이영호 씨는 영화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박사학위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 시력을 잃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아 시력이 나빴지만 박사학위에 접어든 무렵 아예 시력을 잃게 된 것이죠. 이후 이영호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시각장애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현재 KBS 제3라디오 프로그램 ‘우리는 한 가족’을 맡고 계십니다.

 

라디오 방송을 위해 녹음실에 앉아있는 이영호 DJ

 

Q.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서울고등학교,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다니셨는데 어떻게 영화배우로 데뷔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원래는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가고 싶었는데 낙방해서 미술반이었던 경험을 살려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대로 학교를 다닌 것은 6개월 정도뿐이에요. 다시 복학을 하려고 하니 휴학처리가 안 되어 있었어요. 학교를 다니려면 다시 등록금을 냈어야 했는데 당시 조감독이었던 형(이장호 감독)이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최인호 소설가의 ‘별들의 고향’ 판권을 사는데 제 등록금을 가져다 썼습니다. 이후 다행히 형의 첫 영화인 ‘별들의 고향’이 잘 되었고 두 번째 영화 ‘어제 내린 비’를 준비하면서 제게 연기를 한 번 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바로 제가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정작 제가 바로하겠다고 하니까 형이 막상 걱정이 되었나 봐요. 형이 술을 진탕 마시고 와서 대본을 던지면서 연기를 해보라고 시키더라고요. 그 대본이 애인한테 울면서 전화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연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입이 되었던 거 같아요. 다음 날 형이 영화사로 데려가서 인사를 시켜서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연기했던 작품 '낮은 데로 임하소서'에서 시각장애인 안요한 목사 역을 맡으셨습니다.

이후 실제로 시각장애를 겪게 되셨는데 이후 '낮은 데로 임하소서' 작품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실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또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실명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영화 ‘낮은 데로 임하소서’를 찍고 미국으로 가서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영화 전반에 대해 공부해서 학사학위를 받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미학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뉴욕대학교에서 5년에 걸쳐 석사, 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석사를 끝내고 박사로 올라가자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전에도 시력이 나빠서 확대경으로 책을 봤지만 아예 시력을 읽고 나서는 공부를 계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죠.

 

Q. 영화배우, 학업 등 활발한 활동을 하시다가 중도실명을 하게 되셨으면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A. 힘들었어요. 한동안은 일도 안하고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치료 차 일본을 여러 번 갔다 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요.

힘든 시기를 보냈던 거 같습니다.

 

Q. 라디오 진행은 언제부터 맡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A. 1995년부터 2000년까지 EBS에서 ‘사랑의 한 가족’이라는 코너를 맡았었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통영으로 내려가서 한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바다낚시만 했어요.

2008년까지 서울과 통영을 오가다 통영 생활을 정리했고요.

지금하고 있는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 가족’은 2011년부터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최윤경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하다가 약 1년 전부터 혼자 진행하고 있어요.

 

Q. 라디오 진행을 하시면서 대본을 어떻게 보시나요?

A. 컴퓨터와 스크린리더를 이용해 듣습니다. 방송 녹음 전에 대본을 받으면 미리 집에서 대본을 듣고 옵니다.

또한 녹음을 진행할 때 대본이 나오는 이어폰과 방송녹음이 나오는 헤드폰을 동시에 착용해요.

 *‘스크린리더’: 컴퓨터 화면 상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여 들려주는 프로그램

 

Q. 대본을 들으면서 동시에 방송녹음도 듣고 또 PD와 소통까지 하려면 녹음하는 것이 꽤 힘든 작업일 것 같은데요.

A. 맞습니다. 보통 스크린리더 속도를 3으로 설정하는데 방송녹음을 할 때는 속도를 7로 설정해서 대본을 듣습니다.

미리 대본을 듣고 말을 해야 하니까 빠르게 설정하는 것이죠. 또 녹음되는 내용을 들어야 하니까 헤드폰도 착용합니다.

한 쪽 귀에 노트북 이어폰을 끼고 그 위에 헤드폰을 쓰는 식이죠.

 

Q. 2011년부터 '우리는 한 가족'을 맡아오셨는데 지금까지 가장 애착이 있는 코너가 있으신가요?

A. 초반에 제가 직접 원고를 작성했던 ‘이영호의 생각상자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매번 직접 원고를 작성하느라 힘들었지만

또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또 지금 방송되는 코너 중에는 ‘두 남자 쇼’라는 코너가 있는데요.

저와 왕준기 교수가 각각 팝송 2곡, 가요 2곡을 골라서 곡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코너인데 아무래도 제 의견이 반영되는 코너라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손으로 보는 세상' 독자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만약 제가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해왔다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니 현재 있는 자리에서 묵묵하게 열심히 하면 저절로 다음 일이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독자 분들도 지금 최선을 다하신다면 앞으로 좋은 일들이 곧 따라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