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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빛 - [165호]시각장애인과 여행 / 권택환(시각장애1급 / 서울시 노원구)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14-04-28 오후 3: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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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여행

권택환(시각장애1급 / 서울시 노원구)

 

나는 가끔 여행을 간다. 서울의 고궁을 갈 때도 있고 다른 지역의 행사를 가기도 한다. 또 가끔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보이지도 않으면서 무엇을 보려고 가느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직접 여행을 다녀온 것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주 다르다.

 

생생한 현장의 느낌과 분위기, 자연의 소리와 주위 사람들 소리, 여행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 새로운 것을 만지면서 촉감으로 느끼는 것들까지. 누군가를 통해 듣거나 텔레비전, 라디오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을 낯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다.

 

또 나는 여행을 떠나 만난 낯선 현장에서 수시로 질문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다. 직접 가보는 것과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본 시각장애인이라면 알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생생한 느낌들을.

 

작년에 순천에서 개최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다녀왔다. 박람회에는 여러 나라의 정원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여러 나라의 꽃향기를 코로 맡고 손으로 만져보며 즐겁고 재미나게 공부하고 왔다. 국화 일억 송이가 연출하는 여러 가지 모양을 가슴과 마음으로 감상하고 만져보고 질문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참 좋았다. 또 프랑스 정원에서는 프랑스의 미술가, 음악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장미정원의 향기도 인상 깊었다. 이어 순천만을 걸으면서 갈대숲 억새풀을 만져볼 수 있었다.

 

지난 가을 날씨가 좋았을 때는 창덕궁 후원에 다녀왔다. 창덕궁에는 해설사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다시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었다. 도심 속의 조용한 궁궐 후원에서 맑은 물, 맑은 공기, 단풍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가을을 즐길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은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왔던 것이다. 폭포소리가 천둥소리마냥 크게 들렸고 폭포 주변에는 물안개가 끼고 이슬비가 오는 것 같이 습기가 가득했다. 또 배를 타고 폭포 속으로 들어가 일부러 물 폭탄도 맞아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을 계획하고 사전정보를 검색하고 각 방송국의 여행지 관광 안내, 책을 통해 배운 여행정보 등을 책마루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하고 여행지에서는 가이드에게 수시로 질문하고 만져볼 수 있는 것들은 손으로 느껴보려고 한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많은 정보, 다양한 느낌을 머리에, 가슴에 담고 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즐겁고 재미있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돌아다니면서 책마루를 통해 바로 녹음을 한다. 바쁘고 재밌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여행 출발 전에 정리했던 여행 자료를 다시 한 번 공부하기도 하고 여행후기도 기록해 둔다. 비록 보이진 않지만 여행은 즐겁고 재미있다. 손으로 보는 세상을 읽는 다른 분들도 즐거운 여행, 행복한 여행을 즐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