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86호 2023. 4 발행처: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보균 발행일: 2023. 4.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4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 이지은 씨 4 알짬 정보: 특허청, 시각장애인 위한 전자점자 서비스 도입 등 18 공감 정책: 장애인이 필요한 복지서비스 직접 선택 28 생활 뉴스: 내일배움카드 등 48 마음 건강: 낙관보다 냉정한 비관이 필요할 때 59 생활과 건강: 일주기리듬과 수면위생 65 세대 공감 K-Pop: 챗지피티의 시대… 편곡가는 사라질까? 76 살며 생각하며: 중심의 바깥에서 84 문화재 이야기: 고산구곡시화도 병풍 94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 이지은 씨 - “삶의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희망을 전달할게요” 가벼워진 옷차림이 반가운 계절이다. 가까운 센터나 공원을 찾아 운동하는 이들도 늘었다. 그 점에서 시각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초에 만난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 이지은 씨는 “시각장애인도 움직임의 욕구가 크고, 운동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말했다. 요가 수업을 통해 건강뿐 아니라 생기도 불어넣고 있다는 이지은 씨에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요가 수련 방법과 자세를 들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1급)이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요가 프로그램은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진행 중인데, 일주일에 1회 수업합니다. 공간과 지도 역량 등을 고려해 클래스에 3~4명의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어요. 센터 관계자가 신청 인원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요가 수업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Q. 지난해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 요가 영상을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A. 코로나19 이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체육시설 운영이 축소되었고, 실내 생활이 주가 되다 보니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어요.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님께서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을 때 흔쾌히 참가 의사를 밝힌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실내 운동 콘텐츠가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시각 정보 습득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콘텐츠는 부재했으니까요. 음성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요가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요가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건강 증진 및 장애인 인식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희망했지요. 영상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는데요, △ 명상과 몸풀기 △ 우르드바하스타사나 △ 우타나사나 △ 런지, 로우런지 △ 플랭크 △ 차투랑가 △ 코브라 자세 △ 다운독 △ 수리야나마스카라 △ 마무리 스트레칭 등 총 10편으로 구성했어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어요. “설명이 자세하고 동작도 쉬워서 좋다”는 모니터링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했고요. Q. 요가 입문은 어떻게 하였나요. A. 요가 강사로 활동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로 일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이곳저곳 몸이 아픈 게 운동 부족인가 보다 싶더라고요. 여러 운동을 접해봤지만 시각장애인이 운동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간편한 운동을 찾던 중 요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는 김에 자격증반에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사실 수강 신청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Q. 그렇군요. 왜 그러했나요. A. 저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저시력 장애인이 되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시야의 중심부부터 시력을 소실한 상태예요. 화면 낭독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고 흰지팡이로 보행하기 때문인지 “시각장애인이라 배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시각장애 수강생을 가르쳐본 적 없다”며 거절당하기 일쑤였어요. 복지관의 요가 프로그램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시간이나 반 구성을 보면 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요가협회 자격증반에서 저를 수강생으로 받아주셨고, 그게 제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어요. 담당 선생님께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요가 레슨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거든요. 종종 수업 중 “자, 이렇게 하면 돼요”라는 시각적 시현이 있을 때 주춤하기도 했지만, 결국 수업 후 제일 늦게 나가는 열정적인 수강생이 되었습니다. 2019년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방문 요가 수업을 하면서 수련을 했고요. Q. 요가의 매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요가는 인도 수행자들이 심신 수양을 위해 하는 동작에서 유래되었어요.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차분한 운동이지요. 댄스 등 동작을 중요시하는 운동을 할 때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신체 동작을 확인하잖아요? 그러나 요가는 거울을 사용하지 않아요. 시각적 확인보다는 신체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직관으로 적절한 동작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적격인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요가는 처음에 배울 때 올바른 동작을 자기 몸에 체화해야 해요. 요가의 가장 큰 장점은 매트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제가 익힌 건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동작과 호흡을 중요시하는 ‘빈야사’입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있다 보면 신체의 유연성이 저하되고, 그럴수록 바이오리듬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요가는 비교적 정적인 운동이지만, 근력과 지구력 등도 기를 수 있어요. Q. 요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이 있나요. A. 수강생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할 때 아쉬움을 느껴요. 시각장애인 수강생들이 더 자주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저 또한 연령별, 특성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 요가 강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여러 기관의 정기 커리큘럼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최근 ‘블라인드요가’라는 이름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제가 지닌 요가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서 만들었지요. 영상을 보면서 하면 도리어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에 오로지 소리를 통해 요가 동작을 소개하고 익히도록 만들었어요. 대개 시각장애인은 몸 움직이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활동하는 데 소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격에 따라 내성적 또는 외향적으로 나뉠 뿐 장애 자체가 움직임의 장벽이 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강사로서의 활동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도 열심히 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요.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기 있는 일상을 만끽하기를 소망합니다. 지면을 통해 간단한 요가 동작 두 가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소고양이 자세 척추 건강의 대표적인 자세입니다. 척추를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척추의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순환을 돕습니다. 1. 아기가 기어가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바닥을 짚은 양 손바닥은 어깨 넓이로, 바닥에 댄 무릎은 골반 넓이가 되어야 하고, 발등이 바닥에 닿는 게 아닌, 발끝을 세워 지지한다는 느낌의 자세를 잡아요. 이때 무게 중심은 배에 두면서 목과 등의 선이 아치 모양을 이루게 됩니다. 등이 테이블처럼 평평하게 펴지기에 테이블 자세라고도 합니다. 이때 팔꿈치는 살짝 구부리세요. 2. 소가 하늘을 바라보며 “무우” 우는 듯한 자세로 숨을 들이마십니다. 목과 등이 U자 모양을 그리게 돼요. 3. 마셨던 숨을 토하면서 턱 끝이 쇄골에 닿을 때까지 목을 숙이고 고양이가 등을 세우는 것처럼 등이 위로 동그랗게 말아서 올라가게 해줍니다. 발끝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 앉은 산 자세(파르바타사나) 오십견 예방에 좋은 자세입니다. 거북목 예방 및 개선에도 좋습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분들께 추천해요. 1.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도록 손깍지를 껴주세요.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팔을 뻗고, 숨을 마시면서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2. 팔꿈치 안쪽이 양쪽 귀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팔을 올려주세요.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이 아닌, 옆구리가 당겨 올라간다는 느낌으로 진행합니다. 3. 잠시 숨을 멈추고 깍지 낀 손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호흡을 토하며 천천히 팔을 내려주세요.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특허청, 시각장애인 위한 전자점자 서비스 도입 등 01. 특허청, 시각장애인 위한 전자점자 서비스 도입 특허청이 시각장애인의 특허청 누리집 정보접근성을 높이고자 전자점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리집 게시물의 우측 상단에 있는 ‘전자점자 보기’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정보가 전자점자로 변환돼 시각장애인 개인 컴퓨터에 저장된다. 시각장애인은 해당 파일을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읽거나 점자 프린터를 이용하여 점자로 출력해 읽을 수 있다. 특허청은 그동안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미지를 대체하는 문장을 제공하고 키보드만으로 누리집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장애인이 웹사이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 국가표준지침을 준수해 오고 있다. 문의 1544-8080 02. 심평원, 시각장애인 위한 건강통계 점자책 발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시각장애인들이 질병 통계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점자책을 발간했다. 심평원은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 30선’ 점자책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국 17개 지부와 시각장애인복지관 15곳, 맹학교 13개 기관, 점자도서관 35개 기관 등에 배포했다. 심평원은 고혈압과 당뇨병, 위암, 대장암 등 생활과 밀접하고 국민 관심이 높은 24개 질병과 초음파 검사, 임플란트 등 진료행위 6개 항목을 선정했고 이해를 돕기 위한 의학적 설명과 통계현황을 담았다. 점자책은 ▲ 질병·진료행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 ▲ 위험요인과 증상 ▲ 치료와 예방법 ▲ 진료현황을 분석한 통계정보로 구성됐다. 문의 1644-2000 03. 경기도, 시각장애인·외국인 위해 점자·외국어 표창장 도입 경기도가 시각장애인과 외국인을 위해 도지사 표창장에 점자와 외국어를 추가한 특화표창장을 도입했다. 점자·외국어 표창장은 묵자로 된 표창장 인쇄본에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특수 제작한 표창내용의 점자스티커를 부착했다. 점자스티커는 점역교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 교육 담당자의 제작을 통해 시각장애인 표창 수상자에게 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한다. 한편 외국어 표창장은 국문으로 기재된 표창장 내용 하단에 표창 수상자의 모국어를 병기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문의 031-120 04. 올해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64명 선발한다 올해 행정과 전산, 보건, 통계 등의 분야에서 국가공무원 64명이 선발된다. 인사혁신처는 ‘2023년도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 시행계획’을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kr)에 공고했다. 올해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신규 채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22개 중앙행정기관에서 13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직급에서 진행된다. 행정, 전산, 보건, 통계 등 분야에서 7급 3명, 8급 2명, 9급 53명, 연구사 5명, 전문경력관 나군 1명을 선발한다. 3월 원서 접수 후 서류전형(4월)과 면접시험(6월 8~9일)을 거쳐 8월 4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선발 단위별 세부 응시요건, 원서접수 방법, 시험 일정, 편의 지원 신청 등 자세한 내용은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110 05. 삼성전자, 시각보조 솔루션 ‘릴루미노’ 시범 보급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30여 대를 시범 보급했다. 삼성전자는 저시력 장애인의 잔존 시력을 활용해 사물의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인 ‘릴루미노’ 앱과 안경 타입 웨어러블 기기인 ‘글래스’를 개발했다. 릴루미노 글래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생활 속 이미지는 스마트폰의 릴루미노 앱에서 윤곽선 강조, 확대·축소, 색반전·대비 등 영상 처리를 통해 저시력 장애인의 사물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다. 사용자는 글래스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선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의 시각장애 정도나 유형에 따라 사용자별 최적화를 위한 개별 맞춤 설정도 가능하다. 릴루미노는 2016년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잔존 시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과제로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추가 기능도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문의 02-2255-0114 06. 서울시, 장애인 디지털 격차 줄이기 위한 교육 실시 서울시가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2023년 장애인 집합정보화교육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4,800명을 대상으로 3월부터 11월까지 약 9개월간 진행된다. 교육장비와 강사확보 등 자격과 능력을 갖춘 지역별 종합복지관 등 15개 기관이 교육기관으로 선정됐다. 장애인 정보화 교육은 신체적·경제적 여건 등으로 정보 접근 및 활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맞춤형 정보화 교육을 무료로 운영해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의 적응 및 경제·사회활동 기회 확대가 교육의 목표이다. 취업 및 사회진출 등에 유용한 정보화 자격증 교육과정 등과 함께 키오스크 및 모바일 교육과정 등 실생활에 즉시 활용 가능한 실용성 위주의 과정으로 운영한다. 문의 02-120 공감 정책 장애인이 필요한 복지서비스 직접 선택 - “자유롭고 평등한 삶 실현” 앞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서비스 이용자의 욕구에 맞춰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리치료사 등 자격증을 보유한 활동지원사를 선택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일상생활 훈련·취미활동·긴급돌봄·자립생활 등을 전문적·통합적으로 지원받는다. 특히 4월부터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일주일간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실시하는데,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정부는 3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장애는 유형에 따라 시각장애, 신체적 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각 장애 유형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 만큼 매번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렵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장애인 개인의 특성과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평등한 삶에 초점을 맞춘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장애인이 문화 향유, 직업 훈련, 보조기기 구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개인의 욕구까지 충족함에 따라 균등한 기회에 한층 더 가까워지도록 한다. ○ 복지 및 서비스 추진 장애인의 평등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바로 실생활과 밀접한 복지와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이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에게 신체·가사활동 및 이동보조 등을 지원하는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자를 현재 14만 명에서 2027년까지 17만 명으로 확대하고, 종사자 처우개선 및 서비스 고도화 등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한다. 특히 2026년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개인예산제’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개인예산제란 장애인 복지서비스 간 칸막이를 제거해 당사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새로운 지원체계다. 즉, 당사자가 서비스 이용자의 욕구에 맞춰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현재는 장애인이 공급자 중심의 제한된 복지서비스를 일괄로 제공받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개인예산제가 도입되면 ‘사용 가능한 서비스 총량’내에서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고려 가능한 서비스로는 발달재활서비스, 의료비, 자가용 개조, 주택 개조 등의 공공·민간서비스, 보청기 같은 장애인 보조기기 구입 등이다. 또한 물리치료사, 보행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활동지원사를 선택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개인예산제의 성공사례는 영국, 스웨덴, 독일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확인된 만큼 복지부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으로 주목해 볼 만한 내용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지원 사업이다. 정부는 그동안 발달장애 특성이나 가족의 돌봄 부담을 고려한 서비스를 도입해 왔으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최중증’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시범사업평가를 통해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욕구와 환경 등을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를 내년 6월까지 구축한다. 통합돌봄서비스가 시행되면 일상생활 훈련, 취미활동, 긴급돌봄, 자립생활 등을 전문적·통합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보호자가 갑자기 입원하거나 경조사 등이 생겨 돌봄이 필요한 경우, 일주일간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오는 4월 전국 17개 시·도에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서비스 이용시간 등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 장애인 건강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장애인이 자신의 건강주치의를 선택해 만성질환이나 장애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8년 5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의사와 장애인의 참여가 많이 저조했다. 이에 참여 활성화를 위해 대상을 중증에서 장애인 전체로 넓히고, 방문재활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본 사업은 2025년에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장애인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돌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체기능 보조·재활, 돌봄로봇·서비스 실증, 재활·자립, 돌봄 최적화 기술 등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더 편리한 일상을 마련한다. 또한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 품목을 기존 38개에서 2027년 46개로 늘리고, 보조기기 건강보험 급여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보조기기 지원 품목 확대는 이용자 수요와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추진하는데, 보조기기의 도움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자립의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보육과 교육 영유아 장애는 조기에 발견해 발달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면 장애 유병률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지원 기준을 전체 대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만일 정밀검사를 통해 조기에 장애를 발견해 발달 정밀검사비 지원 대상에 해당할 경우 영유아 검진 시기마다 특수교육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데, 이로써 특수교육과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장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을 2027년까지 1,970개소로 늘림으로써 더 많은 발달장애 영유아에게 돌봄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 맞춤형 진로, 직업교육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특수교육 과정과 연계한 체험형 진로·직업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특히 지역사회 내 대학과 연계한 전공과 과정을 확대하거나, 졸업 후 지역사회에 기반한 교육 기회를 확대해 졸업 이후에도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고 직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 장애인 경제활동 지원 물가가 오르면 식재료, 교통 비용 등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도 자연스레 인상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체감하게 됨은 어쩔 수 없다. 이에 장애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장애인연금도 오르게 되었는데, 지난해 월 최대 38만 7,500원이었던 장애인연금을 올해 5% 인상해 월 최대 40만 3,180원이 되었다. 또한 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인 만큼, 기존 약 3만 명의 일자리 규모가 2027년 4만 명까지 늘어난다. 특히 2024년부터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도 장애 유형별 맞춤형 직무개발, 소득활동 종합조사와 취업, 직업훈련 연계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 장애인 여가생활 장애인은 특히 건강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장소나 인프라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건강관리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우선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 체육센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반다비 체육센터는 장애인의 우선 이용권을 보장하되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지역 맞춤 사회통합형 체육·문화 시설이다. 현재 총 91개소가 건립 예정되어 있는데, 정부는 2027년까지 150개소 건립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59개소가 더 늘어나는 만큼 장애인들의 접근성도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장애인도 이동의 어려움 없이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관광지가 있는데, 바로 ‘무장애 여행지’인 열린관광지다. 무장애 여행지는 좁은 의미로 휠체어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여행지를 뜻하지만, 넓게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유아차가 필요한 영유아 동반 가족들까지 모두를 위한 여행이 가능한 곳을 말한다. 정부는 현재 132개소인 열린관광지를 2027년까지 252개소로 늘리고 기존 시설 또한 모니터링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 ○ 장애인의 문화예술, 디지털, 미디어 접근 예술은 감동을 선사하고, 때로는 창작 욕구와 정서적인 안정을 주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도 문화예술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시설 접근성 가이드북을 제작해 안내한다. 또한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문화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수어통역 지원 규모를 현재 연 440회에서 2027년 2,000회로 늘리기로 했다. 수어통역 영상 제작 지원 기관의 수도 현재 10개소에서 2027년 50개소까지 5배나 늘리는 만큼 많은 장애인이 문화 혜택을 누릴 날이 기대된다. 정보 습득이 중요한 요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보격차를 좁히고자 디지털 보조기기 개발 및 보급 지원을 현재 5,300대에서 2027년 7,50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 장애인 이동 및 편의, 안전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인터뷰 결과 60.6%가 ‘대중교통 이용 시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올해 2023년 1월부터는 노선버스를 대·폐차할 경우,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했다. 현재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34%이지만 오는 2027년까지 65% 도입을 목표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 장애인 권익 증진 우리는 누구나 대한민국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 학대 예방 및 신속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전담 인력을 2027년까지 122명으로 증원하고,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대상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지원단가를 인상할 뿐 아니라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연계해 맞춤형 건강보건관리를 지원한다. ○ 정책 기반 현재 우리나라는 의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에 따라 장애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보다 그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나 편의시설, 제도 등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사회 참여가 저해되는 경우를 장애로 인정하는 사회적 장애 모델이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국회와 협력해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장애 모델이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처럼 더욱 체계적이고 실현 가능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차별 없이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수립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의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실(044-200-2291),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044-202-3285)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생활 뉴스 내일배움카드 등 01. 내일배움카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된다고요? 그렇다면 ‘국민내일배움카드(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보세요.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꿈꾸거나 업무역량을 끌어올리고 싶은 회사원, 은퇴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출산 이후 새로운 경력을 써 내려갈 여성들까지 정부가 생애 전반에 걸쳐 국민의 직업능력개발을 도와주고 있어요. 바리스타, 이·미용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부터 회계·재무, 코딩, 웹·앱 개발 등 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까지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수강할 수 있는 교육은 무척 다양해요. 특히 최근엔 급격하게 늘어난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한 교육과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인공지능(AI), 디지털융합 교육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답니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면 5년간 300만 원 한도 내에서 훈련비의 일정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일반 참여자는 45~85%,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는 50~85%, 근로장려금 수급자는 72~92%까지 훈련비를 지원받고 나머지 금액만 자비로 부담하는 식이에요. 특히 일용직 근로자거나 기준중위소득 60% 이하 등 조건에 따라 100만~200만 원을 더 지원받을 수 있어요. 또 훈련비를 모두 썼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일배움카드는 5년이 지나면 재발급받을 수 있거든요. 훈련기간 중 출석률이 80% 이상이면 월 최대 약 11만 원의 훈련장려금까지 챙길 수 있으니 수업은 빠지지 않고 챙겨 들어야겠죠?(실업자, 자영업자인 피보험자, 국민취업제도 Ⅱ유형 중 저소득층 한정) 자격조건이 까다롭냐고요? 현직 공무원이나 연 매출 1억 500만 원 이상 자영업자, 월 평균 소득 300만 원 이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월 임금 300만 원 이상 대기업 종사자(45세 미만) 등을 제외한 국민이라면 내일배움카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특히 최근엔 대상이 확대돼 3학년 이상 대학생과 최종 학년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답니다. 카드 신청은 고용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직업훈련포털(www.hrd.go.kr)을 통해 할 수 있어요. 발급 승인 후에는 최근 3개월 동안의 수입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해요. 이후 직업훈련포털에서 지역과 훈련유형, 개강 일자 등을 선택해 훈련과정과 훈련기관을 선택하면 돼요. 어떤 교육을 들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구인구직포털 워크넷(www.work.go.kr)의 ‘직업선호도 검사’를 활용해보세요. 내 적성에 딱 맞는 직업, 내게 꼭 필요한 교육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02. 청년도약계좌 금융위원회가 3월 8일 청년도약계좌의 운영 방향을 중간 발표했다. 청년도약계좌는 2023년 6월 출시 예정으로 매달 70만 원씩 납부하면 5년 만기 시 약 5,000만 원의 목돈을 찾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매달 2만 4,000원의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이 더해져 청년의 중·장기적 자산형성을 지원해 청년층의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청년도약계좌와 관련된 일문일답이다. - 가입 대상은? 만 19~34세 청년 중 소득기준 총급여 6,000만 원 이하인 동시에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에 해당하면 가입할 수 있다. 병역 이행 기간은 최대 6년까지 연령 계산에서 제외한다. 다만 직전 3개 연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였다면 가입할 수 없다. - 납입 금액과 기간은? 만기 5년간 매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 소득수준별 기여금 한도는? 개인소득 2,400만 원 이하면 월 납입액 40만 원까지 정부가 6.0%를 기여금으로 보조해준다. 최대 기여금은 2만 4,000원이다. 소득 2,400만 원 초과 3,600만 원 이하면 월 50만 원까지 정부가 4.6%(최대 2만 3,000원)를, 소득 3,600만 원 초과 4,800만 원 이하면 월 60만 원까지 정부가 3.7%(최대 2만 2,000원)를 보조해준다. 소득이 4,800만 원 초과 6,000만 원 이하면 정부가 3.0%를 보조해주며 월 70만 원을 모두 납부해야 기여금 한도액(2만 1,000원)을 채울 수 있다. - 2022년 취업해서 아직 소득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개인·가구 소득은 직전 과세기간(2023년의 경우 2022년)의 소득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지난해(2021년) 과세기간 소득 기준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2022년 첫 소득이 발생했다면 2023년 7~8월경 소득이 확정되므로 확정된 이후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 - 가입 5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하나? 가입 후 최소 3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며 이후 2년간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변동금리는 해당 시점 기준금리에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 최종 심사를 통과한 후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유지심사 결과 개인소득 6,000만 원을 초과하면 다음 유지심사 때까지 정부 기여금 지급을 중단한다. 다음 유지심사에서 개인소득 6,000만 원 이하를 충족하면 정부 기여금을 재지급한다. 비과세 혜택은 가입 시 개인·가구 소득 요건을 충족하면 만기까지 유지된다. 나이는 가입 당시 요건에만 해당하면 중도해지하지 않는 한 계좌를 유지할 수 있다. - 청년 대상의 다른 금융지원 상품에 가입한 경우는? 기존 지원 상품에 가입한 청년이라도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등 복지 목적이나 고용지원 목적의 상품은 동시 가입을 허용한다. 단 청년희망적금은 만기 이후 청년도약계좌에 순차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 심사 절차와 준비서류는? 청년의 개인·가구 소득 심사를 거쳐 최종 가입 여부가 정해진다. 별도 서류 제출 없이 해당 금융기관 애플리케이션에서 비대면 본인인증, 소득 확인 등을 통해 가입 가능할 전망이다. 일부 추가 서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책주간지 마음 건강 낙관보다 냉정한 비관이 필요할 때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낙관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많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든다. ‘낙관적인 마음이 정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까?’ 낙관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꼭 언급하는 인물이 있다.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짐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8년 동안 끔찍한 고문에 시달리며 독방 생활을 해야 했다. 함께 수용된 동료들은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는 살아남아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귀국 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묻는 인터뷰에서 그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던 낙관적인 동료들은 수용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풀려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크리스마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줬어요. 저는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우울하고 무기력한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사실을 왜곡해 현실적인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잘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듣는 순간에는 위로가 되지만 기대하던 결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오히려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수용하는 태도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다만 비판적인 해석이 비관적인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음 세 가지를 주의하면 된다. 먼저 문제의 원인을 외적 원인과 내적 원인으로 구분해서 해석해야 한다. 외적 원인으로 일어난 일들을 내 탓이라고 여기며 자책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은 없다. 업황이 나빠져 매출이 줄어들거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객관적인 외부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 이전의 실패가 트라우마(사고 후유 장애)가 돼 움츠러들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가늠하는 것이다. 지금의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고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을 대하듯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 세 번째는 당면한 문제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이다. 몇 번의 실패가 마치 내 삶을 모두 망쳐버릴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은 수만 개의 퍼즐 조각이 합쳐져 만들어진 그림 조각과 같다. 실패도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다른 조각들과 만나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건설적인 일이다. 이런 식의 마음가짐은 낙관이 주는 긍정의 위로를 느끼게 할 수는 없지만 고통을 수용하며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준다. 꿈꿀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을 때 필요한 조언은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찾게 하는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이 고통 속에 있다면 지옥 같던 8년을 견뎌낸 스톡데일처럼 강한 신념을 가진 현실주의자가 돼 보는 건 어떨까? 신기율 칼럼니스트(그루맘 교육센터장) 정책주간지 생활과 건강 일주기리듬과 수면위생 우리의 몸에는 시계가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배꼽시계, 즉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요. 이를 ‘일주기리듬’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대개 24시간의 주기를 갖고 반복되는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을 유지합니다. 자고 일어나고 밥을 먹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우리 몸의 체온, 호르몬의 변화 등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체온의 경우 오후 3시경이 가장 높고, 새벽 3시경이 가장 낮습니다. 밤 시간 동안에는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되고요. 이러한 일주기리듬은 시상하부의 상시각교차핵이라는 곳에서 조절을 합니다. 낮 동안 빛에 노출됨으로써 그것이 유지됩니다. 눈을 통해 노출되므로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일주기리듬의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일주기리듬은 어렸을 때는 24시간보다는 조금 길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듭니다. 상담을 해 보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늦잠을 자고 아침에 학교 갈 시간에 못 일어나는 것을 걱정합니다.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 나이에는 일주기리듬이 24시간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많은 자녀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노부모가 일찍 주무시고 새벽에 일찍 깬다고 말합니다. 이는 일주기리듬이 24시간보다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대개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변화들입니다. - 일주기리듬을 깨트리는 상황들 일주기리듬에 장애가 생기는 상황으로는 실제적인 활동시간이 급히 변경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가령 시차 적응을 필요로 하는 해외여행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대개 서쪽에서 동쪽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데, 불면증, 소화장애,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늦게 자거나 일찍 자는 것이 습관이 되는 수면 위상의 장애, 불규칙한 수면패턴 등도 일주기리듬을 깨트리는 원인이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낮 시간 동안의 충분한 활동, 적당한 빛이 있는 곳에서의 활동은 일주기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주기리듬의 장애로 가장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불면증입니다. 신체적 상태와 정서적 문제 등의 유발 요인과는 상관없이 수면 습관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면증을 ‘일차성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잠을 잘 지키는 데에는 ‘수면위생’이라고 하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수면위생은 건강한 잠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깨어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누구나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합니다. 잠은 관성이 있어서 쭉 이어서 자고 싶은 게 보통인데요, 불면증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이겨내야 합니다. 잠 드는 시간과 잠 깨는 시간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잠 깨는 시간 즉,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잠자리에서 생각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침대가 수면을 위한 장소로써 조건화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침대에 누워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을 설치한 경우도 많은데, 잠을 못 이루는 경우에는 설치하지 않도록 합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시간을 자주 확인하거나 무작정 오래 누워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잠이 오지 않을 경우(약 15분가량 노력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자리를 떨치고 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가급적 많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독서, 라디오 청취와 같은 가벼운 활동을 한 뒤 다시 잠자리로 가는 게 좋습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낮잠을 자는 분들이 있습니다. 낮잠을 취하는 행동은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낮잠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밤에 양질의 잠을 자기 위해서는 낮에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을 보충하기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불필요하게 잠의 효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잠은 저장되지 않습니다. 충분히 피곤해야 좋은 잠을 잘 수 있습니다. - 가벼운 산책과 간식은 OK 커피 등 각성제가 될 수 있는 물질은 조심스레 사용해야 합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지만 늦은 시간에 섭취하는 커피는 수면을 방해합니다. 점심 식후까지는 마셔도 좋지만, 그 이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세 잔 이상의 커피는 수면에 좋지 않습니다. 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과음을 한 후에는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수면의 질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한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늦은 저녁 시간의 운동은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들기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낮에 30분가량의 산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벼운 간식은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의 미지근한 우유, 땅콩버터, 치즈 등을 추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벼운 간식이라는 점입니다. 간식의 양이 많으면 수면의 질이 떨어집니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을 유지하는 게 좋고, 24도 이하의 서늘한 침실이 숙면에 도움을 줍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잘 자기 위한 습관의 첫째는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둘째는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야 합니다. 셋째는 15분 이상 잠이 안 들 때에는 잠자리에서 빠져 나오는 것입니다. 넷째는 잠자리에서 고민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고, 다섯째는 낮잠을 피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지 마십시오. 다음으로는 잘 자기 위한 환경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카페인 섭취는 제한하세요. 둘째, 술은 절대 금물입니다. 셋째, 운동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되, 취침시간 가까이에는 하지 마세요. 넷째, 잠들기 전에 배고플 경우 우유 같은 가벼운 간식을 드세요. 다섯째, 침실을 조용하고 어둡고 서늘한 환경으로 만드세요. 이건석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세대 공감 K-Pop 챗지피티의 시대… 편곡가는 사라질까? 요즘 인공지능 챗봇인 ‘챗지피티(Chat GPT)’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챗지피티의 사용자는 1억 명을 돌파했다. 챗지피티가 수능 영어를 풀어보았는데 정답률이 71%에 달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의 의사면허와 로스쿨 시험도 통과했다고 한다. 이쯤이면 궁금해진다. 챗지피티가 번역가, 변호사, 행정사 등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는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미술이나 음악, 무용과 같은 예술 분야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점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하면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그려주는 수준이 가능해졌다. 사실 그 이상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정말 놀랐다. 세부적으로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과 하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설정이 가능하고, 원하는 포즈로 원하는 배경까지 입혀낼 수 있다. 음성까지 덧입혀서 해당 그림이나 사진을 동영상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영상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영감을 받거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춤이나 무용 등의 동작을 학습시킬 수도 있고 영상편집이나 대본을 작성할 수도 있다. 과제는 물론 연구논문까지 작성할 수도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저작권마저 가지기에 “자신의 도움을 받아 작성된 저작물, 논문이라고 남겨달라”고 부탁까지 한다는 점이다. 작곡과 편곡 연주도 꽤 훌륭한 수준으로 해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DM(Electronic Dance Music) 장르의 가단조(A minor)로 키를 설정한 뒤 템포, 사용하고 싶은 악기를 선택하면 5분 만에 음원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하였다. 들어보니 꽤 그럴싸했다. EDM 외에도 재즈 음악, 클래식 음악, DJ 클럽 음악, 전 세계 민속 음악, 제3 세계 아방가르드 음악까지 제법 잘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젠 뭐 해서 먹고 살아야 하지?’ 취미로 하는 사람과 직업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해서 계속 발전해 나간다. 이 부분이 창작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AI로 돈 버는 법’은 화제성이 큰 콘텐츠이다. “AI에 글, 그림, 음악, 영상편집 등을 부탁해서 양산형 콘텐츠를 찍어내다 보면 큰돈은 아니지만 1년에 5만 원, 많게는 1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중음악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새로운 흐름은 쉽게 예측해내기 어려우며 대중의 생각을 읽으려 할수록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담다 보면 일련의 조건들, 우연과 필연이 겹쳐 좋은 결과가 나오는 사례를 꽤 접했다. 대중의 반응을 얻기 전 창작물을 접할 때는 “에이 이게 뭐야?” 싶었던 콘텐츠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 “아하,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구나”라고 하면서 빠져드는 그런 원리와 비슷한 것 같다. 또한 SNS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큰 힌트는 성실함이다. 같은 요일에 꾸준히 업로드하면 주변에 알려지는 범위, 각인 효과, 다음 일정을 기다리는 팬덤 형성 등으로 상승 곡선을 탄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AI로 돈 버는 영상이 터무니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이제는 전문가가 필요 없는 걸까?’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가 나의 입장이다. 음악을 들어보면 코드 진행이나 베이스라인 신시사이저의 조작 등이 아직 미흡함을 알 수 있다. 그림도 그렇다. 실사화의 경우 손가락 부분이 어색하다. 춤 동작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인간이 취할 수 없는 동작(무게중심을 고려하지 않은)들이 종종 나온다. 따라서 이를 검수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과물에 대한 평점 혹은 인간에게 맞는 방식이라는 것을 확인해줄 모니터링 요원으로서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모니터링 요원이 없다면 인간은 AI에 의해, AI가 학습하는 대로 다음 인류가 퇴행하거나 기형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몇 년 안에는 또 다른 획기적인 방법으로 AI가 발전하겠지만, 그에 맞춰 인간 또한 적응해 나갈 것이다. AI 저작물에 대한 저작물이라면 해당 저작물을 활용해 더 멋진 창작 예술품을 만들 수도 있고, AI와의 협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술계에서 오래 종사해온 선배 음악인의 말씀을 되새겨보면, 그분들은 하나같이 “재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는 갈대처럼 순응해가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이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임채섭(작곡가) 살며 생각하며 중심의 바깥에서 <중심의 바깥에서> 중심의 바깥에서 나는 살았다 주변으로 맴도는 별이었다 궤도로 진입하지 못한 떠돌이별 나는 우주의 부랑아였다 누구도 선뜻 불러주지 않았던 이름 홀로 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그대에게서 전갈이 오고 서둘러 떠난 귀로 전신이 불살라지는 극한을 맛보았다 나를 태워 바치는 공양 타는 고통으로도 행복했다 누군가는 내 타오르는 전신을 아름답게 바라볼 것이고 내 죽음이 결코 처참하다 말하지 않을 것이기에 누군가의 뇌리 속에 아름답게 기억되는 순간은 진정 생애 최고의 기쁨이지 않겠는가 중심으로 다가가기 위한 고난이라면 그대 마음 깊숙이 나를 묻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견뎌야 하지 않겠는가 머언 세월을 떠돌다가 반짝 타오르는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나를 바칠 수 있으므로 행복하다고 그대의 마음 가운데로 가는 방법이 내가 죽어 차디차게 식어가는 길이라면 기꺼이 그리하리라고 단 한 번, 고백과 맞바꾼 찰나의 빛 소신공양하는 별 - 김림, ‘중심의 바깥에서’ 전문 - 시인은 불교적 상상력을 통해 중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별똥별이 중심을 향한다는 시적 내용을 토대로 이 시의 제목이 ‘중심의 바깥에서’이지만, 이 시의 또 다른 중심은 아무도 호명하지 않는 변방의 작은 별똥별의 존재이다. 우주를 떠돌던 별똥별이 스스로 사랑의 중심이 된다. 앞서 승화한 별똥별의 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되짚어 반성하게 된다. 사랑을 어떻게 크고 작다 할까? 사랑은 무게를 따질 수 없다. 사랑은 저마다 숭고한 중심이고 저마다 아름다운 희생이다. 타자를 향해 빛나는 시를 보라. 별똥별이 중심을 향해 몸을 던진다. 그러나 별똥별은 중심에 이르지 못한다. 찰나의 빛으로 사라진다. 이 지점에서 가슴께에 통증이 밀려온다. 시적 감응이 고조된다. 그러나 거기가 끝이 아니다. 별똥별은 끝내 불멸의 중심이 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소신공양을 너무도 많이 목격했다. 1963년이었다. 베트남에서 ‘틱꽝득 스님’이 대로 위에서 몸을 불살랐다. 후예시 대량 학살 가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몸을 불사른 것이다. 1970년 11월 13일 우리나라 평화시장에서도 피복노동자 전태일이 몸을 불살랐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쓰러졌다. 1998년 6월에도 태고종 승정인 충담당 원상대종사가 경기도 가평 감로사에서 ‘열반송’을 남기고 소신공양했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소신공양을 우리는 목격했다. 신음하는 자연을 위해, 나아가서 고통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소신공양을 목격했다. 우리는 어찌 그들을 주변을 떠돌던 부랑아라고 치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세상의 중심을 향해 타오른 숭고한 사랑의 중심이다. 스스로 빛나는 소신공양의 별똥별이다. 그 어떤 중심보다 큰 빛이다. 죽어도 죽지 않을 영원한 빛이다. 법화경에 따르면 “향유를 끼얹고 몸을 스스로 태워 공양을 올려 불은에 보답하면 그 광명이 80억 항하사 세계를 비춘다”고 소신공양을 설명한다. 그러나 ‘중심의 바깥에서’는 법화경의 설명문이 아니다. 시인이 시에서 말하려는 본질을 읽어야 한다. 어린 시절, 내가 자란 강원도 작은 마을 밤하늘에는 별들이 빼곡했다. 친구들과 나는 별똥별을 자주 보았다. 밤하늘에 사선을 그으며 별똥별은 빠른 속도로 산 너머로 사라졌다. 그 순간이었다. 우리는 소원을 빌었고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지천명을 넘긴 지금도 그 믿음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믿음에 대한 내용을 돌이켜본다. 소원이 일방적으로 나를 위한 욕망이 아니었어야 한다. 타자를 위한 소원이 조금은 따랐어야 한다. ‘중심의 바깥에서’를 읽고 나는 확연해진다. 내 몸이 사랑의 중심을 향해 소신공양할 때 비로소 내가 중심이 된다. 당신을 향해 온몸을 던져야 영원한 사랑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나는 간과했다. 나를 향한 무수한 소신공양에 대한 고마움을 간과했다. 그렇다. 이 시에서 말하는 호명은 별똥별을 부르는 나의 신음이었다. 내가 부른 숭고한 사랑의 중심이었다. 나를 위해 투신하는 소신공양의 이름이었다. 나아가서 세상을 밝히는 숭고한 희생의 중심이었다. 나는 다시 내 삶의 고통을 위해 꺼져가는 무수한 별똥별을 생각한다. 그 뜨거운 소신공양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랑의 중심을 생각한다. 내게 닿지 않은, 그러나 존재했던 무수한 별똥별을 생각한다. 언제나 중심으로 여겼던 내 몸이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영원한 중심을 생각한다. 돌이켜 다짐한다. 감미로운 것만이 사랑이라는 믿음은 착각이었다. 온몸을 던져야 비로소 사랑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겠다. 나를 위한 숭고한 사랑의 중심처럼 당신의 중심으로 내 몸을 던져야겠다. 손병걸(시인) 문화재 이야기 고산구곡시화도 병풍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여러 화가들의 그림과 시가 있는 12폭 병풍이다. ‘석담구곡가’라고도 부른다. 크기는 세로 1.38m, 가로 5.62m이며 바탕에 수묵과 엷은 채색을 하였다. 이이가 은거하던 황해도 고산 석담구곡의 아홉 경치를 1803년 7월과 9월에 걸쳐 궁중 화가 및 문인 화가들이 그렸다. 이후 문신들이 여기에 시를 적은 것을 모아 표구한 것이다. 각 표구의 맨 위에는 유한지가 쓴 표제가 적혀 있다. 그 아래에는 이이의 ‘고산구곡가’와 송시열의 한역시들이 적혀 있다. 고산구곡가는 이이가 선조 11년(1578)에 지은 10수의 연시조이다. 그리고 화면의 중·하단에는 고산구곡의 각 경관들이 그려져 있고, 그 여백에는 각 폭마다 김가순이 쓴 글이 있다. 각 그림은 김홍도, 김득신을 비롯한 당대 이름난 궁중 화가들이 그렸다. 실제 경치를 직접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고산구곡도를 참고하여 그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림마다 이이가 동자를 데리고 소요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각 경관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으로 그려졌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와 남종화풍을 기반으로 형성된 작가들의 특색과 기량이 잘 나타나 있어, 그들의 개성과 역량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또한 이이, 송시열계 기호학파 학자들의 인적 계보와 성향을 연구하는 데도 좋은 자료가 된다. 1987년 7월 16일 국보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