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80호 2022. 10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보균 발행일: 2022. 10.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시와 노래로 소통하는 시각장애인 시인 손병걸 4 알짬 정보: 2023년 장애인 지원 예산 5조 8,000억 원 편성 외 15 공감 정책: 역대 첫 ‘장애예술인 활동지원 기본계획’ 수립 25 공감 현장: 국민 품속 청와대 첫 행사 31 한국의 맛: 붉은 단풍 아래 빨간 음식 떡볶이 44 BF 문화 한걸음: 그리움 너머 추억 하나 54 생활과 건강: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 60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클래식 알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 20세기 음악 2 74 살며 생각하며: 그리운 언니 86 문화재 이야기: 청구영언 94 사람의 향기 시와 노래로 소통하는 시각장애인 시인 손병걸 - “세상에 노크하고 말을 거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가을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하늘은 높고 푸르며 바람은 선선하다. 발끝을 스치는 노란 은행잎의 사각거림과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빨간 단풍잎이 기다려진다.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손병걸 시인을 만났다. 그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베체트씨병으로 갑작스레 시력을 잃었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항해’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2011)와 <통증을 켜다>(2017), 산문집으로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2021) 등이 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반갑습니다.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시인 손병걸입니다. 문단에 나온 지 벌써 17년이 됐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시를 쓰고 강의를 하면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식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죠. 돌이켜보면 중도실명 이후 제게도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저 또한 삶의 무게에 연연하지 않고 장애를 그저 친구처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마음을 한 줄의 문장, 한 권의 책으로 담아 독자들과 만나고 있죠. Q. ‘노래하는 시인’으로도 유명합니다. A. 글만큼이나 노래도 제 삶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기타는 사춘기 무렵부터 즐겨온 악기입니다. 오랫동안 손을 놓았는데 문학 강연을 하면서 다시 치게 됐어요. 강연을 듣다 보면 지루하다거나 밋밋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눈꺼풀이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강연을 열고 싶었어요. 시에는 운율이 있어 음악과 잘 어울리죠. 기타를 치면서 시를 노래로 푸는 게 어떨까 생각한 거죠. 다행히 호응이 커서 미니 콘서트 같은 강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3년 ‘제3회 대한민국 장애인 음악제’ 작시 부문에서 ‘빛의 경전’이 당선되기도 했어요. 언젠가 시로 이루어진 음반을 한번 내보고 싶습니다. Q. 시인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젊은 시절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저는 특수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고, 경호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작은 신문사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취재도 하고 편집디자인도 배웠죠. 틀림없는 ‘아름다운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릎과 발목 부위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무리를 해서 그런가 보다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더라고요. 베체트씨병이라는 일종의 염증성 질환을 앓았는데,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시력이 손상됐습니다. 병으로 인한 고통도, 통증도 힘들었지만 중도시각장애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더는 아름다운 계절이 오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다시 일어설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마음을 다잡고 지역 복지관을 찾아가 흰지팡이 보행과 점자를 익혔습니다. 일상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했습니다. ‘아이가 아빠를 키운다’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밥상에 앉으면 / 이건 김치, 빨개요 / 요건 된장찌개, 뜨거워요 / 두 눈이 안 보이는 아빠를 위해 / 제 입에 밥알이 어찌 되든지 말든지 / 오른쪽에 뭐 왼쪽에 뭐 / 아이의 입은 바쁘다” 시에서 등장하는 딸아이가 큰 힘이 됐죠. 때로는 사회와 단절된 듯한, 시각장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그 감정을 토해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툴지만 조금씩 더듬더듬, 가슴 한쪽에 묻어두었던 꿈을 펼치기로 했죠. 할 이야기도, 하고 싶은 말도 정말 많더라고요. Q. 시인의 작품 세계가 궁금합니다. A. 제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체험’입니다. 일상에서 겪고 느낀 감정을 오롯이 시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죠. 습작기 때 작품에는 한탄스러운 느낌이 짙게 묻어나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니 너무 그 감정에만 머무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시가 단단해진 건 그런 깨달음이 있고 나서부터입니다. 2003년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받고,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에는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창조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했어요. Q. 흔히들 시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A. 시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면 시가 어려울 겁니다. 그것은 흡사 문제집을 풀 때처럼 시의 구조나 함의, 시인의 의도 등을 찾아내 이해하려는 것과 같죠. 물론 독자가 그렇게 작품을 탐구하려는 자세는 작가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 점이 작품을 순수하게 즐기고 받아들이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를 읽었는데 그 시가 너무 어려워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 시도 현실을 반영하거든요. ‘아, 세상이 어지러우니 시도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있구나’ 정도로 여기면 어떨까요? 그러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음미할 수 있죠. Q. 앞으로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A. 시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장애, 고독, 투병, 그리움 같은 우울함이나 슬픔이 연상되는 소재도 어떤 관점에서는 새로운 경험과 다채로운 발견이 됩니다. 그것 또한 삶의 일부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요. 시집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담고자 했고, 시집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에서는 엇갈린 삶의 희비 속에서도 담담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풀어냈습니다. 이처럼 시의 언어를 빌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잊힌 것을 기억하고, 기억되어야 할 것을 표현하고, 나아가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는 것…. 세상을 향해 말을 거는 시인, 누군가의 가슴에 노크하는 시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시가 예술적 사유물이기보다 친근감 있는 문학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2023년 장애인 지원 예산 5조 8,000억 원 편성 외 01. 2023년 장애인 지원 예산 5조 8,000억 원 편성 정부가 내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7,000억 원 늘린 5조 8,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2015년 이후 동결된 장애수당이 내년부터 월 4만 원에서 6만 원으로 늘어난다. 관련 예산도 1424억 원에서 2150억 원으로 크게 오른다.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장애인연금은 월 30만 8,000원에서 월 32만 3,000원으로 인상한다. 장애인 고용주에게 지급하는 고용장려금과 장애인 대상 출퇴근 지원비도 인상한다. 발달장애인 대상 주간활동서비스는 하루 최대 8시간을 보장, 지원 시간이 현행 125시간에서 내년엔 154시간으로 늘어난다. 보호자 우울증·사망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돌봄을 제공하는 기관도 40곳 신설한다. 이들 시설은 최대 7일 이용할 수 있다. 최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지급하는 가산급여는 기존 월 30만 원에서 월 45만 원으로 올리고, 수혜 대상은 4,0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린다. 중증장애아 돌봄 지원 시간은 월 70시간에서 월 80시간으로, 발달재활 지원 단가는 월 22만 원에서 월 25만 원으로 각각 인상한다. 내년부터 장애인콜택시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새로 지원한다. 평생학습도시는 15곳에서 53곳으로 늘린다. 저상버스는 지금보다 2,000대 많은 4,200대를 갖춘다. 영유아 대상 발달장애인 정밀검사비 지원 대상은 건강보험료 부과금액 하위 70% 이하에서 80%로 늘리고, 거점병원은 지금보다 2곳 많은 12곳을 운영한다. 장애인 전담 음압병상은 14개 신설하고, 권역구강진료센터는 현행 15곳에서 16곳으로 확대한다. 문의 044-215-2114 02.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 ‘반다비체육센터’ 개관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체육센터’가 광주광역시 북구에 문을 열었다. 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이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으로, 장애인이 우선 이용하면서도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사회통합형 체육시설이다. 시설 규모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4,621㎡이다. 지상 1층에는 장애인을 위한 입수 보조 경사로가 설치된 수영장과 체력단련실,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지상 2층에는 보치아·배드민턴 등 장애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육관과 공동육아나눔터가 설치됐다. 지하 1층 주차장은 장애인 전용 주차 면수가 20% 이상 확보됐다. 정부는 건립 지원을 확정한 반다비체육센터 77개소를 포함해 2027년까지 전국에 총 150개소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경남 양산과 전북 부안, 익산 등지에 차례로 문을 연다. 문의 044-203-3184 03. 국립생태원, 시각장애인 위한 생태 도서 배포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기존에 발간한 생태 도서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로 재발간했다. 이번에 배포된 점자도서는 2016년 발간한 생태 소리책 ‘우리 엄마예요?’, ‘참구리의 목소리 찾기!’, ‘담요가 사라졌다!’와 2018년 발간한 생태 정보 동화 ‘생태 돋보기로 다시 읽는 탈무드’ 등 네 권이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점묵자 혼용 도서로 제작했으며, 손으로 읽는 특성을 고려해 점자 눌림 훼손을 방지하고자 표지는 양장 제본으로 처리했다. 생태 소리책 세 권은 시각장애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본문 읽어주기 및 동물 소리를 재생하는 기능도 포함했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재발간 점자도서를 전국 맹학교와 점자도서관 등 218개 관련 기관에 무상으로 배포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누리집(nld.nl.go.kr)에 등록해 시각장애인이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의 041-950-5300 04. 시각장애인 승강기 사고 대비 점자 대응요령 부착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시각장애인 맞춤형 승강기 갇힘 사고 대응요령 스티커 부착 사업을 펼쳤다. 공단 측은 승강기 갇힘 사고 발생 시 시각장애인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응요령을 큰 글씨와 점자로 된 스티커로 제작하고, 시각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승강기 74대를 시작으로 관내 복지시설과 관공서 및 다중이용장소 승강기까지 확대해 부착했다. 대응요령은 ▲ 호출 버튼을 눌러 구조요청 ▲ 일곱 자리 승강기 번호 알려주기 ▲ 승강기 번호 부착 위치 ▲ 구출자 지시에 따를 것 ▲ 문 강제 개방 않기로 돼 있다. 문의 1566-1277 05.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에서 ‘바로콜’로 변경 세종특별자치시가 10월부터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운행 방식을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즉시 호출하는 ‘바로콜’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는 이용일 2일 전 예약하는 방식이 이용자에게 큰 불편을 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세종시는 즉시 호출 방식 후 이용 실적이 향상된 다른 시·도 사례를 적극 참고했다. 세종시는 즉시 호출이 가능하도록 관제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상담원을 통하지 않고도 호출이 가능한 전화자동응답시스템도 새로 도입했다. 세종시는 바로콜 전환 후 이용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운전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차량 고장이나 사고에 대비해 예비 차량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문의 044-120 공감 정책 역대 첫 ‘장애예술인 활동지원 기본계획’ 수립 정부가 역대 최초로 장애예술인 지원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5개년 법정계획을 수립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8일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확정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기본계획은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예술인지원법) 제6조에 따라 수립되는 법정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문화의 공정한 접근 기회’를 강조하며 장애인·신진·청년작가들의 전시공간 확장과 기회 확대에 강한 정책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번 기본계획에도 이런 의지를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체부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민관 합동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협의 및 장애예술인과 전문가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중 62.2%가 예술을 전업으로 하지만, 개인 평균 소득은 809만 원, 창작활동을 통한 수입도 218만 원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2.4%는 문화예술활동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창작지원 및 수혜자 확대’(70.5%)를 꼽았다. 문체부는 장애예술인에게 보다 많은 창작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26년까지 공모사업 지원금액을 연 200억 원(2022년 67억 원)으로 확대한다. 창작 준비금 지원 인원은 2022년 상반기 619명에서 연 2,000명까지 확대를 추진한다. 창작활동 공간 확충을 위해서는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을 비롯해 무장애 창작공간, 맞춤형 거주 작업 공간(레지던시)도 조성한다. 그 일환으로 서울 구세군빌딩 내 아트홀을 리모델링해 표준공연장을 조성,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장애예술인이 활발하게 예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장애예술인지원법 개정안이 9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장애예술인 창작물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자립 강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돕는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장애예술인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수요기관에 장애예술인 채용을 연계하고, 장애예술인 예술활동 보조금 지급 등 지원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장애예술인을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거도 마련한다. 민간에서 장애인예술단을 설립하는 경우 예산 지원을 포함한 인센티브도 발굴·확대하며, 예술기업 창업 지원사업에 ‘장애예술인 기업’ 분야를 신설하고 가산점을 부여한다. 장애인 예술강좌이용권을 도입해 모든 장애인의 예술교육 수강 기회도 확대한다. 교육부와 협력해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일반학교)에 ‘문화예술특화교실’을 도입,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장애예술인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교육·기획·창제작·유통 등 분야에서 활동할 매개인력을 양성하고, 문화기술 연구개발(R&D) 사업으로 분야별·장애유형별 인공지능 기반 창작 도구도 개발하기로 했다. 한편 문체부는 2023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활성화를 위한 ‘함께누리 지원’ 사업 예산을 전년대비 35억 원 증가한 261억 원으로 편성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국정과제인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을 실현하고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이 발전하도록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공감 현장 국민 품속 청와대 첫 행사 -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장애예술인의 작품이 청와대에서 국민을 만났다.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인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통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와 함께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를 개막하고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9일까지 장애예술인의 작품 총 60점을 공개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막한 특별전에서는 발달·지체·청각 등의 장애를 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50인의 작품이 공개됐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양화·한국화·문인화·서예·공예 등 작품 59점과, 이에 더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현우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잠시 자리를 옮겨왔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정은혜 작가는 자신과 배우 한지민 씨의 모습을 담은 ‘영옥과 영희’를 선보였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과거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으로 쓰인 청와대 춘추관이 장애인과 시민의 예술적 소통장소로 태어나게 돼 의미가 크다.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라는 구호대로 전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이 허물어지길 기대한다”면서 “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관광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참여 작가 두 명을 만났다. ○ 예술계 ‘우영우’ 청년 화가 김채성 씨 “이건 공룡들이 사는 세상을 그린 작품이에요. 티렉스(티라노사우르스)가 알을 먹으려 어미 공룡에게 알을 내놓으라고 하고, 어미는 안 된다고 하는 모습을 동화 일러스트처럼 표현했어요. 영화 속 공룡의 모습과 앵그리버드가 나오는 게임에서 돼지들이 새의 알을 먹으려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결말은 없어요. 그냥 재미있게 봐주세요.” 동물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스물두 살의 청년 화가 김채성 씨. 그는 이번 특별전에 참여하기 위해 ‘공룡시대’를 그렸다고 했다. 김 씨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전업 화가다. 자폐성 장애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편견을 단숨에 뒤집듯 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와대 전시에서 관객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싶다”고 할 만큼 성격 또한 무척 적극적이다. 김 씨를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건 그림이었다. 그는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는 물고기를 자주 화폭에 옮겨왔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자폐 증상이 심해져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 담임교사의 권유로 그림 공모전에 도전해 상을 받은 뒤로 본격적으로 화가를 꿈꿀 만큼 일취월장했다. 처음엔 장애인이 그린 그림에 대한 편견도 있었지만 묵묵히 그림에 몰두한 결과 2019년 세계 인도주의의 날 기념전, 2020년 한·EU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 등에 출품해 직업 화가로 자리 잡았다. 2022년 4월엔 첫 개인전도 열었다. 이어 물고기와 새, 유니콘 등 바다·하늘·땅의 동물을 망라한 그의 작품 ‘작은 우주’는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 걸렸다. 그는 “배운 대로 그리기보다 생각이 난 대로 그린다. 관객들은 나의 작품에 대해 색감이 따뜻하고 선명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며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에게도 그림은 마음껏 그리면 된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이 그의 삶과 크게 겹쳐 보인 까닭에서다. 고래를 좋아하는 면모까지 두 사람은 꼭 닮았다. “장애가 있으면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성장하려는 우영우 변호사의 모습이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엔 비장애인과 어울릴 때면 뒤처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림을 통해 저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어요. 이제는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요.” 김 씨의 목표는 해외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작품 속에만 매몰되지 않고 늘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기를 꿈꾼다. 김 씨의 어머니 이은실 씨는 “채성이가 조금만 독특한 행동을 보이면 주변에서 금방 선입견을 갖는다”면서 “환경만 뒷받침되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친구가 주변에 정말 많다. 사회 인식이 바뀌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지체장애 딛고 ‘궁중자수’ 매진 이정희 씨 가로 496m, 세로 185m의 대형 병풍 위에 수놓아진 용맹한 용과 호랑이의 모습.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사람의 손으로 수를 놓은 전통 궁중자수 ‘청룡백호도’다. 일반 병풍은 한 폭당 길이가 35~40cm 정도지만 이 작품은 60cm에 이른다. 2000년 첫 땀을 뜬 바느질은 꼬박 4년이 지나서야 마지막 땀을 맺었다. 그 사이 손과 어깨 등 몸 이곳저곳 안 아픈 데가 없었고 척추측만은 더욱 심해졌다. 40년을 바친 이정희 씨의 자수 인생의 대표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와 더불어 ‘금사 쌍학 문관흉배’와 ‘송학’이 이번 특별전에서 관객을 맞았다. 이 씨는 지체장애 1급 장애예술인이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그는 휠체어 없인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렵지만 두 손만큼은 수틀 위에서 무엇보다 자유롭다.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열일곱 살 소녀의 삶에 날개를 달아준 전통 궁중자수는 그를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처음 자수를 배우러 가서 본 여인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집에서만 지내다 바깥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정말 좋았죠. 몸은 고되지만 자수를 하는 시간엔 모든 잡념이 사라져요. 자수는 제 인생 그 자체예요. 이걸 하지 않으면 죽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가 됐죠.” 40년 전 처음 자수의 세계에 입문한 이 씨는 처음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 장인 한상수 선생의 수제자로 들어가 당시엔 장애인 편의시설 하나 없던 작업환경 속에서도 비장애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처음으로 출품한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휠체어가 없어 동료의 등에 업혀 작업실을 오가야 했고 실력이 있어도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따돌리는 이들도 많았다”며 영광 뒤에 숨겨진 고난의 시간을 회고했다. 이 씨는 이후에도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장 등 60여 차례 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전통자수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7월엔 무형문화재(전라북도 지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전통자수에 인생을 바치며 가장 간절히 꿈꿔왔던 일이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성공담과는 달리 현실은 아직 척박하기만 하다. 여전히 하루 10시간씩 자수에만 오롯이 매달리지만 예술은 밥벌이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품 하나를 팔아 전부 실 값으로 나간다”는 호소가 따른다. 이 씨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특히 연륜이 많은 장애예술인이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 씨는 전북 정읍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인재 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외국인들에게 직접 전통자수를 선보이며 우리 문화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모든 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자수에 대한 관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함이다. “이제 전통자수를 배우려는 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어요.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외국에도 이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깨가 무거워요. 청와대 전시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전통자수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정책주간지 <공감> 한국의 맛 붉은 단풍 아래 빨간 음식 떡볶이 만산홍엽의 계절이다. 또한 오곡백과 무르익어 식욕을 당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과학적으로 붉은 계열은 다른 계열보다 식욕을 자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사과와 체리 등 과일과 육류를 먹어서 그렇다 한다. 고추 양념과 김치, 고추장류 등을 즐겨 쓰는 한식에는 대체적으로 빨간색이 많지만 그중 떡볶이는 유독 붉다. 간식의 대명사로 꼽히는 떡볶이에도 따로 제철이 있다. 바로 햅쌀이 나는 가을이다. 도정을 마친 햅쌀로 가래떡을 뽑자면 향긋한 쌀 향이 감돌며 찰진 맛까지 좋다. 지금이야 밀떡, 쌀떡을 따지지만 떡볶이의 원형(궁중떡볶이)은 당연히 쌀떡을 썼다. 쌀도 귀했지만 밀은 더욱 구하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세상이 바뀌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밀떡은 귀한 쌀을 쓰지 못하던 시절에 대용품으로 생겨났다. 막걸리도 쌀로는 빚지 못했다. 1970년대 생까지는 어린 시절 떡볶이라 하면 당연히 밀떡이 익숙했다. 이후 다시 돌아온 쌀떡이 지금 떡볶이의 뜨거운 인기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떡볶이는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지금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고기와 해물, 채소 등을 떡과 함께 간장에 조렸다. 떡만 해도 값진 재료인데다 진귀한 식재료가 한가득 들었으니 민가에선 엄두를 못 냈다. 궁중에서 수라상에 올렸다. 현재의 떡볶이를 조리 형태로 구분하자면 일반적인 떡볶이, 국물 떡볶이, 즉석 떡볶이, 기름 떡볶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떡볶이는 조림 형태다. 양념에 조려 그대로 집어먹는다. 보통은 사각 어묵이나 양배추, 대파 등을 함께 넣어 조리는 경우가 많다. 국물 떡볶이는 글자 그대로 흥건한 국물이 포인트다. 국물에 다양한 사리나 부재료를 적셔 먹는다. 주로 튀김 종류를 적시거나 만두를 넣는다. 떡볶이 국물을 기본으로 많은 분식류를 포용할 수 있다. 즉석 떡볶이는 냄비를 앞에 놓고 끓여먹는 떡볶이다. 처음부터 쫄면이나 라면사리를 넣기도 하고 자기 입맛대로 다채롭게 조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종적으로 밥을 볶아 먹기도 한다. 기름 떡볶이는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지진 다음 양념을 한 떡볶이다. 가장 전통적 방식으로 조리하지만 매끈한 떡 맛에 익숙한 이들이 많아 보편적 떡볶이로는 인식되지 않는다. 1970년대부터 떡볶이의 ‘빨간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매운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대구 지방이 떡볶이로 유명해졌다. 전국 ‘몇 대 떡볶이’니 하며 호사가들이 꼽은 떡볶이 맛집 중 많은 곳이 대구에 위치하고 있다. 고추가 많이 나는 경상북도의 중심 도시에 소비가 발달한 지역이거니와 학교가 많은 교육도시라 그렇다. 호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에게 맛있고 든든한 떡볶이는 최고의 간식이 됐다. 시내 중심가 동성로와 중앙로는 물론이며 각 학교 앞이나 재래시장에는 어김없이 맛 좋은 떡볶이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구의 떡볶이집은 대부분 저렴하고 이것저것 곁들여 먹을 메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기름에 튀겨낸 어묵이나 만두 등을 떡볶이 국물에 적셔 맛이나 영양적으로 보강을 해 먹는 경우가 많다. 매운 정도 역시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 더욱 좋다. 따지고 보면 이만큼 포용력 있는 음식은 드물다.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훠궈나 퐁듀 정도밖에 없다. 비단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떡볶이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추억의 음식이라 50대 중년까지는 각자 자신의 사연이 담긴 떡볶이집을 간직하는 이들이 많다. 동네마다 단골 떡볶이집이 하나쯤 있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학교 앞 떡볶이집은 주된 내용이 펼쳐지는 공간이 됐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여고 앞 브라질 떡볶이의 경우도 그렇다. 낙엽이 새처럼 날아드는 도심의 수직 빌딩 숲. 이 붉은색 음식은 우리의 허기와 한기를 날리고 입맛까지 살린다. 가을 밥상 위에 매혹적인 단풍이 들었다. 대구로 단풍놀이를 갈 채비를 해야겠다. ○ 전국 유명 떡볶이집 - 대구 윤옥연할매떡볶이 매운 국물 떡볶이로 유명하다. 후추와 땡초(매운 고추)를 적절히 배합한 얼얼하고 매콤한 양념이 흥건한 국물 속에 녹아들었다. 밀떡을 쓰며 국물에 튀긴 어묵과 만두를 적셔 먹는다. 대구 수성구 들안로77길 11. - 부산 범일동 매떡 엄청나게 ‘매운 떡볶이’로 소문났다. 큰 가래떡에 끈끈히 묻은 양념은 국내산 고추와 후추를 섞어 맛을 낸다. 얼얼한 혀를 씻어주는 팥빙수는 필수다. 버석한 얼음에 달달한 팥과 미숫가루를 얹은 별것 아닌 맛이지만 떡볶이와는 궁합이 좋다. 부산 부산진구 골드테마길 52-2. - 고양 어디로가든 마라 양념이 적절히 녹아든 국물 떡볶이를 선보인다. 쓰촨 지방의 명물 마라 국물에 떡, 채소와 비엔나 소시지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 안주와 끼니를 동시에 해결하는 메뉴다. 푸짐한 재료가 퍽 새로운 매운맛의 국물에 잠겨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일현로 97-11 지하 1층. - 창원 625 떡볶이 과거 마산 부림시장 좌판에서 시작했는데 바닥에 쪼그려 앉아 떡볶이를 먹는 광경이 꼭 전쟁 당시 같다고 해서 독특한 상호가 생겨났다. 건어물을 넣어 깊은 맛을 내는 육수에 칼칼한 고춧가루를 써 시원한 뒷맛이 난다. 기본 쌀떡을 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 12길 16-23. 정책주간지 <공감> BF 문화 한걸음 그리움 너머 추억 하나 ○ 송해 1927 “이제는 내 인생도 딩동댕 할랍니다!” 최고령 현역 연예인, ‘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 가수, 희극인, DJ로 한평생 전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송해가 지난 6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해 1927’은 무대 아래 숨겨진 송해의 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30년 만에 마주한 특별한 선물까지 공개하는 영화입니다. 1986년 송해는 아들을 사고로 먼저 보낸 뒤 한동안 방송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그 일은 그의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송해는 아들이 남긴 자작곡을 듣게 되는데, 음악이 담긴 휴대전화를 귀에 대자마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30여 년 전 떠난 아들을 향한 그리움의 깊이가 묻어납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지하철 타고 2,000원짜리 국밥을 즐겨 먹고, 5,000원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던 모습…. 벌써 송해가 그리워집니다. 정보: 2021/한국/다큐멘터리/장편/82분/12세 이상 관람가/감독 윤재호/출연 송해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 윤재호/내레이션 이금희 ○ 메모리즈 메모리반도체 기술과 꿈을 접목한 신선한 소재를 서정적인 화면으로 구성했습니다. 꿈을 잘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일러스트레이터 현오는 꿈을 연구하는 실험에 참여합니다. 현오는 연구원 K와 M에게 자신이 꿈속에서 만난 연극배우 주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놀라운 진실과 마주합니다. 이 영화의 묘미는 메모리칩과 꿈을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있는가, 없는가에 있습니다. 이 세상에 기억을 온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꿈을 들여다보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있을까요? ‘데이터로 저장된 무한한 세상을 향한 꿈’이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이 흥미롭습니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비주얼도 인상적입니다. 정보: 2019/한국/극영화/단편/33분/전체관람가/감독 김종관/출연 김무열, 안소희, 박지영, 오정세 배리어프리 버전: 내레이션 이규석 ○ 소나기 황순원 소설 ‘소나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습니다. 매일같이 개울가에 나와 징검다리 한 가운데서 놀고 있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수줍은 소년은 이 소녀에게 비켜 달라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그렇게 며칠을 서성이지요.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함께 비를 피하다 두 사람은 가까워지는데, 소녀는 큰 병을 앓고 세상을 떠납니다. 말을 거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던 소년이 소녀를 등에 업고 걷는 모습, 소나기를 피해 수숫단으로 만든 움막에서 비를 피하는 모습 등은 대표적인 명장면이지요. 시골소년과 도시소녀의 풋풋한 첫 만남과 설렘, 함께해서 더욱 찬란했던 순간이 잘 묻어난 작품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면, 옛 추억을 꺼내 웃고 울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권합니다. 정보: 2017/한국/애니메이션/장편/48분/전체관람가/감독 안재훈/목소리 출연 노강민, 신은수, 장원영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 안재훈/내레이션 변요한 생활과 건강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 비뇨의학은 소변과 관련된 장기 및 남성 생식기 질환에 대해 약물적·수술적 치료를 관장하는 학문입니다. 비뇨기종양은 우리나라 10대 암 중 세 가지 암종(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이 해당될 만큼 다빈도질환입니다. 기대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비뇨기종양을 포함한 비뇨기질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비뇨기질환인 전립선질환 중에서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립선은 방광의 아래 치골의 후방에 위치합니다. 요로감염을 예방하고 괄약근의 역할도 일부 담당하며, 정액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전립선액을 생성합니다. 전립선은 중심부, 이행대, 말초부로 나뉘며, 전립선질환에는 전립선비대, 전립선암, 전립선염 등이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의 경우 60대에 60%, 70대에 70%, 80대에 80% 정도의 비율로 증가하고, 전립선암 발병 또한 나이가 들면서 증가합니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은 고령에서 호발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두 가지 질환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암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환자들의 질문이 많은데, 두 질환의 병태생리는 다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야간뇨, 잔뇨감, 빈뇨 등의 하부요로증상으로 나타나는 반면, 전립선암은 전이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비대해진 전립선에 의해 요도가 좁아져서 생기는 증상(배뇨 후 잔뇨감이 있다, 소변 줄기가 끊어진다, 소변 줄기가 약하다,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고 힘을 주어야 나온다 등)과 방광 자극 증상(배뇨 후 2시간 이내에 다시 소변이 마렵다,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힘들다, 밤에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깬다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을 ‘하부요로증상’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폐색성 증상(약뇨, 배뇨 지연, 불완전 배뇨, 요가 끊어짐, 배뇨말기 적하, 요정체) 및 자극성 증상(빈뇨, 야간 빈뇨, 요급, 절박 요실금, 배뇨통) 등으로 나뉘는데, 하부요로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은 굉장히 나빠집니다. 치료받지 않으면 급성 요폐, 혈뇨, 반복적 요로감염, 폐색성 요로병증, 방광석, 신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밤에 자주 일어나 피곤해지고, 화장실이 없는 곳에 가는 것을 피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합니다. 전립선비대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포의 증식 또는 세포의 죽음의 조절 이상에 의한 요도 주위 전립선 조직의 증식이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폐색성 증상이 악화돼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증가합니다. 급성요폐가 일어나면 신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마저 높아집니다. 노령 인구의 증가,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10년 전에 비해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가 4~6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치료에 앞서 과거력과 신경학적 증상, 복용하는 약물 등 병력 청취를 시행하고 7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국제전립선증상점수표’라는 설문지와 ‘과민성방광증상점수표’를 작성합니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직접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를 시행하며, 소변검사는 요로감염 및 요로계 이상 유무를 감별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비대증 환자 중 많게는 10% 정도가 신장 기능의 장애를 발견하므로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합니다. 전립선암을 감별하기 위해 전립선특이항원(PSA)을 측정합니다. 경직장초음파검사는 항문에 초음파 기구를 넣어 전립선의 크기와 이상 소견을 알아보는 검사로, 주위 정낭의 이상 유무까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소변의 속도와 배뇨 패턴을 측정하기 위해 요속검사를 시행합니다. 이는 간단하고 일차적으로 쉽게 폐색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법입니다. 환자의 증상이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폐색 때문인지 방광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긴 결과인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이를 감별하기 위해 요역동학검사를 시행합니다. 그 외에 혈뇨가 동반된 경우, 방광 수술이나 요도 손상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는 방광경검사를 시행합니다. 재발성 요로감염, 요로결석의 과거력이 있거나 요로계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혈뇨가 있는 경우, 신장 기능에 장애가 있는 경우 등은 방사선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로는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가 시행됩니다. 우선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합니다. 주기적으로 검사하며, 생활습관을 개선해 비만도를 낮추고 전립선의 크기를 감소시켜 증상을 개선해야 합니다. 자극적인 기호식품 또는 수분 섭취의 제한, 주기적인 배뇨 습관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약물 요법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추가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 또는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 약물 치료를 합니다. 일차적 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은 알파 차단제입니다. 전립선요도와 방광경부의 긴장을 차단하는 약제로, 전반적으로 60~75%의 환자가 효과를 봅니다. 투약 후 2~3주가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고, 이것은 약물의 투여량과 비례하며 비교적 장기간 유지됩니다. 두통, 현기증, 피로, 코막힘, 갑자기 일어났을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저혈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5-알파 환원효소 차단제는 탈모치료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립선 부피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로, 중등도 이상으로 전립선이 커져 있는 경우에 효과가 있으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수개월(3~6개월) 이상 사용합니다. 부작용으로 탈모 감소가 일어날 수 있는데, 부작용을 역으로 이용해 탈모치료제로 사용합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성욕 감퇴나 발기력 저하 등이 나타나지만, 계속 복용해도 이러한 부작용의 빈도는 증가하지 않으며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소실됩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합병증이 동반돼 있거나 증상이 약물로 완화되지 않는 경우, 약물 치료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내시경을 이용한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 있습니다.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은 전기칼로 비대해진 전립선의 일부를 절제하는 전통적인 TURP(transurethral resection of prostate)와 홀뮴레이저를 이용해 전립선 비대 조직 전체를 제거해 방광 안에 넣고 갈아서 빼내는 홀렙(HoLEP: Holmium laser Enucleation of the prostate)이 대표적입니다. 반영구적 치료법인 홀렙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최소침습적 치료로써 전립선 결찰술, TIND 등의 치료와 수압을 활용한 아쿠아젯 등도 하고 있으나 아직은 장기적인 결과 보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소팔메토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데요, 소팔메토의 경우 ‘인디언들이 북미 지역의 야자수 열매를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복용했다’는 구전을 건강식품으로 만들어 보급한 것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으면서 효과가 인정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소팔메토는 건강식품이지 약이 아닙니다.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조기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선별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최근에는 다인자자기공명촬영을 통해 척도를 점수화해 의심되는 병변을 표기합니다. 직장이나 회음부를 통해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하지요.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악성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와 암이 나온 코어의 개수, 코어상의 암 비율 등을 조사합니다. 암이 진단되면 뼈 스캔을 포함한 추가 이미지 검사를 시행합니다. 저위험도의 경우에는 적극적 감시관찰이 추천되는데, 이는 근치적 치료인 수술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인한 합병증을 늦추기 위해 진행이 느린 그룹에서 시행하는 치료 옵션입니다. 위험도에 따라 적극적 감시관찰을 시행할 수도 있고 근치적 치료인 수술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 적출술의 대부분은 로봇 복강경 도움 아래 시행합니다. 조정기 교수(한양대학교 비뇨의학과)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클래식 알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 20세기 음악 2 하나의 음악 작품을 두고 그 성격적 특징이나 느낌 또는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낭만적이다, 감상적이다, 신화적이다, 영웅적이다, 전원적이다 또는 우울하다, 활기차다, 슬프다, 즐겁다, 웅장하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표현들이 음악 작품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지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도입부의 힘찬 화음을 들으면서 슬픈 느낌이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4악장의 주선율을 들으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떠올리는 사람 역시 드물 것입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고전주의 시대의 ‘비창’ 교향곡이라 하고,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바로크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음악을 집대성한 음악 형식의 걸작이라 하는 데에는 대다수의 감상자들이 동의할 만한 어떤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흐와 헨델의 음악을 지배하고 있는 경건한 분위기, 비발디와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경쾌함,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음악에 내재하는 심오함, 그리고 쇼팽과 차이콥스키의 감상적 특징이나 슈트라우스와 말러의 격정 등은 음악의 어떤 요소들에 의해 표현되는 것이고,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걸까요? 1600년에서 1900년에 이르기까지 약 300년 동안 서양 음악을 지배해 온 장·단조의 음계 체계와 그것에 근거해 발달한 기능 화성은 각각의 음들이 조성 속에서 차지하는 음악적 중요성이나, 2, 3개 또는 4, 5개 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화음이 곡의 흐름 속에서 갖는 긴장과 해결의 느낌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작품을 쓰는 데에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표현 요소가 될 수 있었지요. 비화성음 즉, 화음 밖의 음을 강박자에 두고 그것을 약박자에서 한 음 또는 반 음 내리거나 올림으로써 해결해주는 아포지아투라 음형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제1악장의 서주부에서 젊은 예술가의 한숨을 표현하는 데 사용됐고, 바로크 시대부터 자연이나 전원을 묘사할 때 선택되었던 F장조의 조성은 환상 교향곡 제3악장 ‘전원 풍경’과 베토벤의 제6교향곡 ‘전원’의 기본 조성으로 선택됐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에서는 C 조성이 자연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자연의 중립성을 묘사하기 위해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 제시하는 놀라운 음악적 상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음악은 의도적으로 조성과 기능 화성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적 묘사나 표현은 무엇에 의해 이루어지고, 감상자는 음악 작품에서 무엇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20세기 음악은 인간의 감정이나 문학적 내용을 표현하지 않나요? 20세기 음악은 단순히 음악적 소리의 체계적 연속으로만 이루어진 순수한 추상 예술인가요? 여기서 새삼 절대 음악과 표제 음악에 대해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고전주의 시대의 대부분의 기악 작품들이 절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작품들을 감상할 때 여러 종류의 음악 외적 인상을 가지기 때문이죠. 화성과 조성이 존재하지 않는 음악에서는 어떤 음악적 요소가 감상자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을까요? 20세기 음악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아마 ‘색채’일 겁니다. 드뷔시에 의해 프랑스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인상주의’ 음악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색채를 음악에 도입하기 시작한 최초의 음악 사조입니다. 그렇지만 독일의 ‘표현주의’와 그 외 여러 20세기 음악 조류들 역시 색채를 중요한 음악적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선율이나 화성의 방향성이 사라진 음악에서 색채는 그 무엇보다도 설득력 있는 표현 수단이 됐을 겁니다. 드뷔시의 관현악곡 ‘인상’, 쇤베르크의 ‘5개의 관현악 소품’ 중 ‘색채’, 베베른의 ‘5개의 관현악 소품’ 중 제4번, 베르크의 ‘3개의 관현악 소품’, 그리고 라벨의 피아노 작품 ‘물의 유희’와 ‘거울’ 등은 회화와 관련된 두 음악 사조 즉,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작곡가들의 색채 효과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작품들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조곡 ‘불새’와 ‘페트루시카’~인상주의적 색채와 러시아적 요소~, 버르토크의 피아노곡 ‘알레그로 바르바로’와 현악 4중주 제2번~원시주의적 색채가 두드러지게 가미된 헝가리적, 아라비아적 요소~ 등은 민속 선율로부터의 영감이 예술 음악에 얼마만큼의 색채 효과를 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20세기 음악에서 색채만큼 중요하게 취급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리듬’입니다. 예술 음악의 리듬이 이제는 더 이상 4분의 3이나 8분의 6, 4분의 4 같은 단순한 리듬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8분의 7(8분의 3과 8분의 4가 더해진 형태)이나 16분의 5(16분의 2와 16분의 3이 더해진 형태) 같은 부가 리듬이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지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조곡 ‘봄의 제전’과 라벨의 관현악곡 ‘라 발스’ 등이 리듬적 다양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걸작들이며, 색채와 리듬,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는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결혼’~성악과 4개의 피아노, 그리고 타악기를 위한 음악~이 가장 뛰어난 20세기 음악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세기에도 역시 문학적 내용을 소재로 한 음악들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기악 작품들보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음악은 분명한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세계 각국의 음악 학교에서 교재로 널리 사용되는 ‘서양 음악사’의 저자인 도널드 J. 그라우트가 “20세기 최고의 교향곡 중 하나”라고 극찬한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과, 내레이션과 마임이 첨가된 7중주곡 ‘병사의 이야기’, 알베르 지로의 시를 가사로 해 만들어진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 등을 20세기 음악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만한 좋은 작품들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베르크가 19세기 초 전위 극작가인 게오르크 뷔히너의 불완전한 희곡을 수집·정리하고, 자신이 직접 대본을 써서 작곡한 오페라 ‘보체크’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필요하겠습니다. 뷔히너의 희곡은 실존 인물의 불행한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이 작품의 공연을 본 베르크가 그 내용에 매료돼 작곡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 보체크는 동거녀 마리와 어린 그들의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가난한 군인입니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벌목을 하고, 또 자기 몸을 의사에게 실험용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정한 동거녀 마리는 보체크의 상관인 군악대의 지휘자와 간통합니다. 이것을 알게 된 보체크는 그녀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그 역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맙니다. 마지막에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의 어린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에 열중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식을 자아냅니다. 베르크의 오페라는 채 1시간 3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작품이지만, 그 응축된 음악적 무게나 사실적 묘사, 그리고 색채와 형식의 다양성 등은 이 작품의 음악사적 위치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상재 교수(나사렛대학교) 살며 생각하며 그리운 언니 중국 유학 시절, 저는 낙상사고를 당해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손상 부위의 회복을 위해 몇 개월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지요. 어렵사리 한국으로 돌아와 곧장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추가 수술을 받고 나니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더군요. 여러 차례의 전신마취 수술은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회복되지 않는 다리를 보면서 우울감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처음 병실을 벗어나 재활치료실에 간 기억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합니다. 병실에서 고작 몇 개 층 아래에 있는 치료실이었는데, 약품 냄새마저도 향긋하게 느껴질 만큼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물리치료사 선생님으로부터 외래를 통해 재활치료를 받는 언니를 소개받았습니다. 두 살 위인 언니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급성척수염으로 전신마비가 됐다고 했습니다. 병원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저와 같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만난 것입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잠시였어요. 언니는 예쁜 외모만큼 자상하고 세련된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언니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언니는 “장애가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생스럽더라도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거라며 저를 다독여주었습니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마치 출구를 잃어버린 것처럼 삶의 희망이 사라진 저에게 그 말은 큰 위로가 됐습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외래 치료가 끝나면 만났습니다. 언니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어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집이 2층 임대주택인데 개보수가 어려워 늘 어머니 등에 업혀 오르내린다고 하더군요. 장애 정도가 심해서 마땅한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밥을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언니의 처지를 알고 나니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하지만 도울 방법을 몰라 함부로 나설 수 없었습니다. 얼마 후 저는 퇴원했고 언니와는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전화를 걸어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언니의 누리소통망(SNS)을 살펴보던 중 저는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누군가 언니의 부고를 알리며 애도하는 글을 남겨두었거든요. 누구보다 삶을 향한 의지가 강했던 사람인데 왜 그런 허망한 선택을 한 건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언니 덕분에 희망과 용기를 얻었는데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 내몰리기까지 아무런 눈치도 못 챘던가 싶어 죄책감이 몰려왔습니다. 언니를 괴롭힌 장애와 가난이라는 이중 굴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언니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 계단을 오르내리는 순간마다 자기 몸을 자책했고 지옥 같은 고통을 느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 한 칸이 있었더라면, 적절한 활동지원 서비스가 제공됐더라면 어땠을까요? ‘언니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미안해하지도 않고, 밥을 굶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이런 비극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취약계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장애인에게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수원 세 모녀’의 비극적인 사연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병마와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는 8년 전 일어났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다짐했건만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망연자실한 마음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선진국이 됐습니다. 그만큼 소득 수준이 높아졌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잠깐의 관심만 보일 뿐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 장애를 입고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일자리 중 어느 한 곳도 저를 반겨주는 곳이 없었지요. 강사라는 직업을 기적처럼 만나지 못했더라면 앵커로서의 꿈도 펼치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결코 ‘장애인에게 기적이 일어나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돼서는 안 됩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함께 해결하고 이겨낼 수 있는 ‘모두에게 든든한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언니가 참 그립습니다.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땐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자유롭게 어디든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최국화 앵커(KBS) 문화재 이야기 청구영언 <청구영언>은 조선 후기까지 구비 전승되던 총 580수의 노랫말을 수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노랫말 자료집이다. ‘청구’는 우리나라, ‘영언’은 노래를 뜻하는 말이다. 가곡이라는 우리의 전통 성악곡으로 불리던 시조를 모아 놓은 것이다. <청구영언>은 조선 후기 시인 김천택이 쓰고 편찬한 책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그의 친필인지는 비교자료가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10년 넘게 노랫말을 수집한 김천택의 노력이 담긴 자료라는 점, 당시까지 전해 내려온 가곡을 작가의 신분이나 지위보다 노랫말의 가치를 우선해 수집하고 완성한 현전 최초의 가곡집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당대인들이 선호한 곡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틀을 짜고, 작가가 분명한 작품은 작가별로, 작자미상 작품은 주제별로 분류한 체계적인 구성을 갖췄다. 작가는 신분에 따라 구분해 시대순으로 수록함으로써 노랫말 전승의 역사까지 분명히 했다. 이러한 <청구영언>의 체제는 이후 가곡집 편찬의 전범으로 널리 활용돼 200여 종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편찬됐을 정도로 후대에 끼친 영향이 매우 지대하다. <청구영언>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집이자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가곡’의 토대가 된 자료다. 내용의 중요성뿐 아니라 조선 후기까지 민간에서 사용된 언어와 유려한 한글서예풍 등 국어국문학사 및 음악사, 한글서예사, 무형유산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