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76호 2022. 6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보균 발행일: 2022. 6.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 딛고 중국 역사서 출간한 강용봉 씨 4 알짬 정보: 지난해 장애인 8만 7,000명 신규 등록 외 14 공감 정책: 청와대, 국민 품으로 24 공감 현장: 정부 첫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기술공무직 양옥화·김우석 씨 40 한국의 맛: 남한 냉면 대표 진주냉면 52 BF 문화 한걸음: 뜨거운 가족 사랑으로 가슴 적시는 영화 60 생활과 건강: 환절기의 불청객, 꽃가루 알레르기 66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클래식 알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 낭만주의 1 75 살며 생각하며: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 86 문화재 이야기: 양산 통도사 금동천문도 94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 딛고 중국 역사서 출간한 강용봉 씨 - “7년 동안 중국 역사서 수십 권을 점자로 바꿔 손으로 읽었습니다” 역사소설이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작가의 의도나 상상이 가미된 허구의 문학이다. 시각장애인 강용봉 씨는 중국 명나라 소설가 풍몽룡이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쓴 ‘동주 열국지’를 읽으면서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싶었다. 그 시간이 무려 7년. 사마천의 ‘사기’와 사마광의 ‘자치통감’ 등 중국 역사 원서 수십 권을 점자로 바꿔 읽어가며 ‘열국지’와 비교했고, 그 결과 지난 4월 말 ‘다른 눈으로 본 열국지’를 펴냈다. Q.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다른 눈으로 본 열국지’는 중국 명나라의 작가 풍몽룡이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 ‘동주 열국지’를 여러 역사서와 비교하면서 사실 여부를 검증한 책입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다이내믹한 시대를 그리는 데다 재미와 교양이 있어 동양 고전의 정수로도 꼽힙니다. 이 책을 출간한 것은 오래도록 열국지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지요. 저는 부산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회원으로 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웹 접근성 품질마크 인증위원, 재단법인 2015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차장 등 그간 사회복지 행정가로 일해 왔습니다. Q. 어떻게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나요. A. 예전부터 중국 문학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동주 열국지’는 20여 번 넘게 읽었을 만큼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어요. 역사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그 안에는 허구적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논어 등 다른 책을 읽으면서 열국지와의 차이점을 발견했고,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간략하게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쌓아둔 메모를 보관만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동주 열국지’ 속에서 사실만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와 사마광의 ‘자치통감’ 등 수십 권의 중국 역사 원서도 읽었지요. Q. 중국어나 중국 문학을 전공하진 않으셨다고요. A. 대구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전공했기에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가까이했지요.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행정도 익혔습니다. 저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기에 많은 배려를 받고 자랐지만 신체적 한계에서 오는 답답함은 해결하기 어려웠지요. 부산맹학교에 입학하면서 저와 같은 시각장애 친구들을 만났고, 그 안에서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고전을 가까이 하고 사회복지 행정을 배운 것도 그때의 경험에서 온 것입니다. 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사회와 정책을 구상하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부산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와 협력하는 복지재단이나 센터와 미팅을 갖는 등 시각장애인 재활 및 인식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Q. 이번 책 출간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A.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장애인 인식개선의 일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작은 한 개인의 소소한 취미에 불과했지만, 자료를 찾고 조사하고 집필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거든요. 중국 문학과 역사를 좋아하던 한 시각장애인이 이렇게 책을 출간했다는 것…. 어떠한 분야에서도 노력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남길 바랍니다. Q.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중국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었어요. 서점에 가면 맹자, 한비자, 장자 등 각종 참고할 만한 콘텐츠를 번역별로, 출판사별로 고려하면서 찾아볼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형태’라는 전제가 붙으니 자료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더군요. 필요로 하는 도서가 전문 서적이다 보니 점자책이나 음성도서를 구하는 일이 힘들었어요. 책을 쓰면서도 시각 자료가 아닌 촉독 가능한 도서로의 제작, 점자 단말기로 출력되지 않는 한자 해독 문제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자원봉사자들께서 2년간 텍스트를 타이핑해 제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번안해주셨어요. 교열 작업도 거들어주셨고요.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Q. 고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동주 열국지’를 포함한 중국의 고전은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 뜻을 펼치고자 한 군상들을 다루고 있죠.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러 인간상을 조망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드넓은 땅을 누비며 말을 달리는 듯한 호쾌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요. 난세에 순응하기보다 자신만의 뜻을 세우고 나아가는 서사 구조가 매력 포인트지요. Q. 대장정이 완료되었는데, 추후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요. A. 7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워낙 작업이 고되었던지라 당분간은 쉴 생각입니다. 하지만 책을 집필하는 것, 까마득한 과거의 사료 속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사실을 분류하는 작업은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주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력해 큰 결실을 이루어냈다는 점 또한 기쁩니다. 향후에도 장애·비장애인이 협업하는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이 책을 중국어로도 번역해 출판할 계획인데요, 만일 중국 독자들과 만난다면 제게 또 다른 도전이자 새로운 활력이 될 것 같아요. 책을 출간한 것만으로도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장애가 있다고 해서 결코 삶이 어두워지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자 노력할 겁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지난해 장애인 8만 7,000명 신규 등록 외 01. 지난해 장애인 8만 7,000명 신규 등록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한 장애인 수는 264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등록 장애인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51.3%로 10년 전인 2011년 38% 대비 13.3%포인트 증가했다. 60대가 62만 4,000명(23.6%)으로 가장 많고 70대는 57만 8,000명(21.9%) 순이다. 지난해 새로 등록한 장애인 8만 7,000명 중 70대는 2만 1,563명, 80대 이상 1만 6,923명 순으로 많았다.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55.1%로 절반 이상이다. 15개 장애유형 중 지체장애가 45.1%로 가장 많고 청각장애 15.6%, 시각장애 9.5%, 뇌병변 9.4% 순이다. 가장 적은 유형은 안면 장애 0.1%, 심장 장애 0.2%, 뇌전증 0.3%로 나타났다. 등록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98만 5,000명(37.2%),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166만 명(62.8%)으로 나타났다. 신규 등록 장애인 중에서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2만 8,315명(32.6%),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5만 8,642명(67.4%)이다. 문의 129 02. 첫 번째 ‘무장애 관광도시’ 선정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첫 번째 ‘무장애 관광도시’로 강릉시를 선정했다. 올해 처음 추진하는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 사업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가족, 일시적 이동약자 등 관광약자를 포함한 모든 관광객이 교통, 편의시설, 정보 접근에 제약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무장애 관광교통수단 도입, 민간시설과의 협업 등을 통한 관광지 간의, 관광지와 편의시설(숙박, 식음료, 쇼핑)과의 연계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서면 심사와 현장 심사, 전문가 토의 등 엄밀한 심사과정을 통해 관광 매력도, 사업추진 역량, 민관협력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 결과 최종 사업 대상지로 강릉시 1곳이 선정됐다. 강릉시는 바다와 커피 등 뛰어난 관광자원과 더불어 탄탄한 사업추진조직을 갖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릉시는 연차별로 무장애 관광교통 개선, 관광시설(숙박·식음료, 쇼핑 등 민간시설 포함) 접근성 개선, 무장애 통합관광정보 안내, 무장애 관광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의 044-203-2816 03. 방통위, 시청각장애인용 TV 신청 모집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각장애인 맞춤형TV 1만 5,000대를 보급하고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0년 자막방송수신기, 화면해설방송수신기 보급에서 시작된 것으로, 지난해까지 총 22만 4,498대의 TV가 무료로 보급됐다. 방통위는 시청각장애인의 구매 요구에 따라 올해부터 전체 대상으로 비율 조정을 통해 확대 보급한다고 밝혔다. 보급되는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TV는 풀HD 40형 스마트TV로 조작메뉴 음성안내, 폐쇄자막·수어화면 분리, 수어방송비율 확대 등 장애인의 TV 시청을 돕는 기능이 탑재됐다. 채널 변경 시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장애인 방송 유형 음성안내, 폐쇄자막 폰트 변경, 높은 음량 설정에 대한 경고 문구 등 새로운 기능도 제공된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6월 7일까지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각장애인용 TV 보급 전용 누리집(http://cmf.or.kr)을 이용하거나 주민등록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문의 02-6900-8300 04. 점자·음성 통해 항공권 발급 가능 한국공항공사가 제주항공과 함께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용 셀프체크인(무인항공권발급기)을 선보였다. 국내 공항에선 처음 시도되는 시스템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셀프체크인은 기존 플랫폼에 시각장애인용 간편 키보드를 설치한 게 특징이다. 이로써 앞으로는 점자와 음성을 통해 항공권을 발급받게 됐다. 해당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셀프체크인 개발을 통해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확대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1661-2626 05. 국립중앙박물관, 장애인 박물관 교육 국립중앙박물관이 6월 24일까지 장애인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우리들의 꿈마루’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관련 문화재들을 관찰하면서, 경험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장애인 관련 초등·중등·고등학교 특수학급, 특수학교, 재활학교, 복지관 등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참여자는 삼국시대의 주요 역사를 이해하고 전시품을 살펴보며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다. 학습지를 활용해 고구려 연꽃무늬 수막새, 백제 산수 무늬 벽돌, 신라금관, 가야 수레바퀴 모양 토기 등 여러 전시품 문양들을 창의적으로 표현한다. 문의 02-2077-9000 06. 배우 박정민, 오디오북 재능기부 배우 박정민이 시각장애인 오디오북 낭독 봉사자로 참여해 목소리를 기부했다. 이번에 제작된 오디오북은 2021년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알라딘이 추천하는 분야별 도서 총 100권이다. 일반인 낭독봉사자 50인도 목소리 기부에 참여한다. 박정민은 “비장애인이 책 100권을 고를 때 장애인은 6권의 책만 고를 수 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이 더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밝혔다. 오디오북 제작사업 관계자는 “이번에 제작된 오디오북 100권은 연말까지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관, ARS 등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의 02-6399-6236 공감 정책 청와대, 국민 품으로 “5월 10일부터 청와대가 온전히 국민의 공간이 됩니다.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녹지원과 상춘재까지 모두 국민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청와대의 완전한 개방으로 광화문에서부터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청와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청와대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 1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광화문 1번지’로 정해졌는데 광복 이듬해인 1946년부터 ‘세종로 1번지’로 바뀌었다. 청와대 터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건 고려 숙종 때인 1104년 무렵 고려의 이궁이 여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고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도읍이었던 개경(개성)과 함께 서경(평양), 동경(경주) 등 세 곳을 삼경으로 두었는데 숙종 때 동경 대신 이곳에 이궁을 설치하고 남경(서울)으로 삼았다. - 조선시대 경복궁의 후원 터 대통령기록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청와대는 조선시대 경복궁의 후원 터였다. 청와대 자리가 다시 역사에 등장한 건 조선 건국 때다. 태조 이성계는 1394년 새로운 서울을 세우기 위해 관리들을 보내 새 궁궐터를 찾아보게 했다. 고려 숙종 때의 이궁 자리는 너무 좁아서 새로 궁궐을 짓기가 어려우므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궁궐을 지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즉 오늘날의 청와대 터에서 좀 더 내려간 평지에 왕궁을 짓기로 한 것이다. 태조는 1394년 12월 정도전에게 궁궐 짓는 일을 시작하도록 지시했고 1395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9월에 완성된 궁이 경복궁이다. 세종 8년인 1426년에는 현재의 청와대 자리에 경복궁 후원(뒤뜰)이 조성됐다. 이때 후원에는 서현정, 연무장, 과거시험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경복궁과 이곳은 폐허가 됐다. 그 뒤 경복궁과 그 후원인 지금의 청와대 근처는 270년 동안 방치됐다가 고종 2년인 1865년 흥선대원군의 노력으로 다시 지어졌다. 고종은 경복궁을 중건할 때 창덕궁 후원을 본떠 경복궁 후원인 상림원을 조성했다. 이때 경무대도 함께 지어졌는데 경무대는 창덕궁 후원의 춘당대를 이어 인재를 등용하는 과거시험장 기능을 이어갔다. 경복궁은 1896년 아관파천 이후 고종 황제가 경운궁으로 옮겨가자 정궁으로서 위상이 급속히 추락했다. 이어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조선박람회가 청와대 자리에서 열리면서 여기에 있던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됐다. 일제는 조선박람회 이후 한동안 공원으로 남아 있던 옛 후원 자리에 1939년 조선총독 관사를 지었다. 이후 이 일대를 경무대라고 불렀다. 해방 후 경무대는 다시 ‘청와대’로 불리게 된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 이승만 대통령은 이화장에서 경무대로 거처를 옮겼다. 경무대는 제4대 윤보선 전 대통령 시절부터 푸른 기와라는 뜻의 ‘청와대’란 이름을 가지게 됐다. - 15만 개 한식 청기와로 지붕 이은 본관 이제 청와대 안 곳곳을 둘러보자. 북악산 정남향에 자리 잡은 청와대 본관은 대통령의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된 중심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이 거주하던 곳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1991년 9월에 신축됐다. 전통 목구조와 궁궐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격조 높고 아름답다는 팔작지붕을 올리고 15만여 개의 한식 청기와를 이었다. 2층 본채를 중심으로 좌우에 단층의 별채를 배치했다. 청와대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와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식 행사를 열었던 곳이다. 외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를 알리는 민속 공연과 만찬 등이 베풀어지는 공식 행사장으로 이용되거나 100명 이상 대규모 회의와 연회를 위한 장소로도 사용됐다. 1978년 12월 준공됐으며 18개의 돌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웅장한 형태로 내부에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 월계수, 태극무늬가 형상화돼 있다. 1층과 2층에는 똑같은 홀이 있는데 1층은 접견장으로 외국 국빈의 접견 행사를 치르며 2층은 만찬장으로 대규모 오찬과 만찬 행사를 치르는 장소로 활용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대통령관저는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가 배치돼 있다. 앞마당에는 전통 양식의 뜰과 사랑채가 자리 잡고 있다. 대문은 전통 한옥 분위기에 맞는 삼문으로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목구조로 궁궐 건축양식인 팔작지붕의 겹처마에 한식 청기와를 얹은 기역자형 지붕 형태를 띠고 있다. 지금 청와대 자리는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이었던 만큼 왕궁을 지키는 수궁의 자리도 있었다. 지금의 수궁터다. 고종 5년에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융문당, 융무당, 오운각 등 전각이 들어서고 과거시험이나 무술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이 수궁터에 총독 관사를 지었고 광복 이후 미군정 사령관 하지 중장의 거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는 경무대, 청와대로 이름이 바뀌면서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됐다. 1991년 청와대 본관을 새로 건축한 후 1993년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그 건물을 철거하고 수궁터로 복원했다. -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지원 상춘재는 청와대를 방문하는 외국 귀빈들에게 우리나라 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 행사, 비공식 회의 장소 등으로 사용됐다. 현재 상춘재 자리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사 별관인 매화실이 있었는데 이승만 대통령 시절 상춘실로 개칭했다. 이어 1978년 천연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양식 목조건물로 개축했다. 이후 상춘재로 이름을 명명하고 1983년 전통 한옥식 가옥으로 신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는 녹지원이 꼽힌다. 120여 종의 나무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 밖 후원으로 문무의 과거를 보는 장소로 이용됐다. 이후에 정원이 되면서 가축 사육장과 온실 부지로 사용됐다. 매년 봄 어린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어버이날, 장애인의 날 등 각종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주변에는 녹지원을 상징하는 소나무 반송이 있는데 수령은 약 150년에 이르며 높이는 16m다. 대통령비서실은 여민1관, 여민2관, 여민3관으로 이뤄져 있다. 여민은 ‘여민고락’에서 따온 이름으로 대통령과 비서진이 국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민1관은 2004년, 여민2관(구 신관)은 1969년, 여민3관(구 동별관)은 1972년에 세워졌다. 1990년에 완공된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출입 기자들의 기사송고실로 마련됐다.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 엄정한 역사 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 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춘추관은 주위 경관과 잘 어울리게 맞배지붕에 토기와를 올려 전통적인 우아한 멋이 깃들여져 있다. 무궁화동산은 옛 중앙정보부의 궁정동 안전가옥(안가) 터에 마련된 공원으로 본래는 청와대 구내에 속해 출입이 금지됐던 곳이었으나 1993년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뒤 시민 휴식공원으로 조성됐다. 각종 수목과 야생화가 어우러지고 맞은편에는 분수대가 있어 청와대를 찾는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 무궁화동산 뒤편에 있는 칠궁은 조선시대 때 왕을 낳은 후궁 7명(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 등)의 위패를 모신 7개 사당이다. 1968년 이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으나 2001년 11월 공개돼 다시 일반 관람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 - 관저 인근엔 오운정·침류각 두 전각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오운정·침류각 두 전각이 있다. 1990년 청와대 경내의 북악산 기슭 암벽에서 각자로 새겨진 ‘천하제일복지’ 문구 표석이 발견됐는데 이곳이 풍수지리적으로 길지로 여겨졌음을 전한다. 1868년 고종 때 이 명당에 오운정, 침류각, 벽화실 등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오운정, 침류각은 1989년 청와대 대통령 관저를 새로 건립할 때 지금의 위치로 옮겨 세워졌다. 오운정은 경복궁 후원에 지었던 오운각의 이름을 딴 건물이다. 침류각은 지어진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터에는 보물 석조여래좌상도 있다. 통일신라(9세기) 불상으로 1912년 총독부박물관으로 이전됐다가 1989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됐다. 절병통은 옛 청와대 본관에서 유일하게 남은 항아리 모양의 장식 기와다. 청와대 경내는 옛 경복궁 후원 권역이라서 서현정, 취로정, 관저전, 충순당 등 전각도 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됐다. 지금의 상춘재, 녹지원 인근은 융문당, 융무당 영역이었다. 융문당은 과거시험장이었고 융무당은 군대를 시험하고 무예·활쏘기 시험을 보는 군사훈련 참관 장소였다. 융문당, 융무당은 1868년에 세워진 뒤 1928년에 둘 다 철거돼 1929년 용산의 일본 사찰 용광사로 함께 옮겨 세워졌다고 한다. 영빈관 인근은 관풍루를 포함한 경농재(1893년에 풍년을 기원하는 뜻으로 지은 재당) 영역이었다. 풍년을 기원하는 조선 팔도 배미는 고종 당시 경복궁 신무문 밖 후원에 풍년을 기원하고자 조성한 논밭이다. 1939년 조선총독부 관사를 지을 때 철거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유헌은 경농재의 부속 건물로 ‘대유’는 ‘크게 소유한다’(즉 풍년을 기원)는 뜻이다. 역시 1939년 총독부 관사 건립 때 철거됐다. 청와대 옛 본관 터는 수문사 군사들을 위한 건물 ‘수궁’이 있던 자리였다. 정책주간지 <공감> 공감 현장 정부 첫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기술공무직 양옥화·김우석 씨 - “바리스타 하며 새로운 활력 얻었죠. 제 이름으로 된 카페 열고 싶어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에 자리한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바쁘고 뉴스에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 정부 기관 중 하나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이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중증장애인 바리스타를 기술공무직으로 채용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21년 초 질병관리청은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협업해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공모’를 진행했다. 2월에 모집 공고를 내고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로 선발된 양옥화(37·청각장애) 씨와 김우석(27·지적장애)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질병관리청이 청사 본부동 2층에 ‘어울림북카페’를 만들고 문을 연 것은 지난해 장애인의 날이었던 4월 20일이다. 두 사람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일하고 커피 등 10여 종의 음료를 제조하는 것과 더불어 바리스타 용품, 커피머신 관리 등 전반적인 환경 관리 업무도 책임진다. 기술공무직이니만큼 만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된다. 급여 또한 공무직 임금체계에 따른다.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급식비와 명절상여금 등은 내부 규정에 따라 별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공무직으로 근무한 지 1년여가 지난 두 바리스타에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 카페 이용 손님이 수어 배우고 수어로 주문 카페는 아침 손님과 점심 손님이 가장 많다. 그사이 휴식 시간인 오전 11시에 카페에 들어섰다. 휴식 시간이지만 둘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뒤 점심시간에 쏟아질 손님의 주문에 신속히 응대하려면 준비해두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더 소외가 깊어졌다. 입술 모양을 읽어 비장애인의 말을 이해하는데 마스크로 인해 원천 차단돼버린 것이다.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양 씨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입사할 때부터 바빴는데 지금도 그래요. 그 전에는 전업주부로만 지내다가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됐어요. 주문 기기(포스 시스템)가 있기는 해도 마스크 때문에 소통이 어려웠는데 카페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수어를 배우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인사말이지만 그래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카페 계산대 앞에는 카페에서 쓰일 만한 수어가 몇 개 그림으로 제시돼 있다. 양 손가락을 깍지를 끼고 펼쳐서 흔들면 ‘아메리카노’이며 그 밖에 ‘연하게’, ‘진하게’, ‘라테’ 등도 수어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냉장고 우유 정리를 하고 인터뷰 자리에 합류한 김 씨는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온 경우다. 서울의 한 대학교 식당에서 바리스타를 했는데 음식이 주가 된 곳이라 바리스타의 꿈을 펼치기가 어려웠는데 이곳은 오롯이 커피 냄새만 맡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바리스타의 일과에 대해 김 씨가 설명했다. 오전 8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전 11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휴식이 끝나면 12시부터 점심시간대 손님이 들어온다. 오후 4시 30분까지 영업을 한다. 김 씨는 주문이 밀려 차례를 기다리게 되는 경우에도 손님들이 불평 없이 기다려줘 고맙다고 말한다. - “손님들이 서로 배려해줘 큰 불편함 없어” 둘은 자신들이 만드는 커피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직접 만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다른 카페와 비교해봐도 우리가 만든 게 훨씬 맛있다”고 했다. “가끔 회의 때문에 단체 주문이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땐 간단치 않아요. 한 잔 만드는 데 빠르면 40초, 늦으면 1분 걸립니다. 단체 주문이 있는 경우 양해를 구하고 오래 기다리게 될 개인 주문을 먼저 처리하기도 하는데 (손님들끼리) 서로 배려해줘 이젠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주말에 쉴 때는 주로 뭘 하는지 물었다. 양 씨는 남편과 함께 취미 생활로 캠핑 다니기를 좋아한다. 충북 보은, 괴산 등에 다녀왔는데 바다보다 산이 더 좋단다. “공기도 좋고 시원해요. 산에선 밤하늘의 별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별자리 중에서는 천칭자리를 가장 좋아해요. 제가 9월에 태어났거든요. 나중에 일 그만두면 남편이랑 집을 짓고 텃밭을 조그맣게 가꾸면서 방울토마토, 상추 등을 심으면서 살고 싶어요. 친구들 반응이요? 장애인에겐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아주 드물죠. 친구들이 부러워한답니다.”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쥔 후 왼팔의 구부러진 부분의 중간을 툭툭 치면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양 씨와 인터뷰를 마쳤다. 김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빵 만드는 것도 배웠다”며 “대회에 두 번 나가 두 번 모두 2등을 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친구들은 취업의 폭이 좁아요. 궁극적으로는 돈을 모아서 나중에 제 이름으로 카페를 열어 직접 운영하고 싶어요. 그때는 마카롱도 직접 만들어 같이 팔 겁니다.” - 커피 사고팔며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돼 인터뷰를 마치고 낮 12시가 되자 손님들이 카페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둘은 익숙하게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었다. 세균분석과에서 일하는 권승직 씨는 “근접성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여기 바리스타분들의 손이 빠른 점도 참 좋다”고 했다. 곁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 운영지원과 정희동 씨는 “무엇보다 커피 맛을 잘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의 커피 원두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공기관이 연계해 펼치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인 ‘아이 갓 에브리씽(I got everything)’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밸런스 브라운’으로 브라질 세하도, 콜롬비아 수프레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이 배합된 고품질이다. 장애인의 취업 활동은 비장애인과 구별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라는 공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커피를 사고팔며 자연스럽게 섞여 일상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의 취업 활동은 장애인에게는 소득 향상의 기회가 되고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도 크다. - 채용 확대 관건은 부처의 채용 의지에 달려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질병관리청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장애인 공무직 채용 확대의 관건은 직무 선정의 문제가 아니라 채용 형태, 즉 정부 부처의 공무직 채용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에 따라 장애인 특별채용이 가능한 영역을 찾을 수 있고 직무가 선정되면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애인을 채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채용 직무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언제든지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정책주간지 <공감> 한국의 맛 남한 냉면 대표 진주냉면 우리나라는 냉면 종주국이다. 세상에 그런 음식은 없다. 용암처럼 절절 끓는 뚝배기와 식탁 위 불판으로 대변되는 우리 음식문화는 외국인에게 ‘충격과 공포’를 줄 만한 열식 문화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겐 실로 차력에 가까운 묘기이자 진풍경이다. 여름하면 또 살얼음 낀 차가운 냉국이나 냉면으로 대표되는 궁극의 냉식 문화도 있다. 극단적이다. 온도 차가 100도 가까이 난다. 중국엔 량반미엔이 있고 일본에도 자루소바를 식힌 쯔유(가다랑어로 맛을 낸 일본식 간장)에 찍어 먹긴 한다. 하지만 ‘서늘할’ 뿐 ‘차가운’ 음식은 아니다. 찬물이나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고 여기는 중국에선 ‘차가울 렁’ 자를 음식에 쓰는 것조차 경계해 ‘서늘할 량’ 자를 고집한다. 한식의 세계에는 열식과 냉식이 공존한다. 팔팔 끓어오르는 뚝배기나 전골, 석쇠 얹은 숯불 화로를 끼고 먹었지만 그 옛날부터 벌써 빙고를 두고 얼음을 저장해 음식에 썼다. 왕은 여름에 신하에게 얼음을 내려 다양한 음식에 쓰게 했다. 화채 같은 음식이 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겨울철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하는 빙고 덕이다. 차가운 음식 중엔 냉면이 있다. 주로 겨울철에 먹던 음식이지만 근대 들어선 차가운 우물물을 길어다 여름에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역마다 다양하게 발달했다. 그중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유명하지만 해주냉면과 진주냉면 등 지역마다 다양한 냉면 문화가 있어 입맛을 충족시켜왔다. 경상남도의 거대 읍성이었던 진주가 원조인 진주냉면은 그간 알고 지냈던 냉면과는 결이 좀 다르다. 냉면이야 애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아무나 접하기 어려웠다지만 특히나 진주냉면이 그렇다. 당시 진주 양반들의 식문화에서 선주후면(술을 마신 다음 국수를 먹음)으로 먹었다는 냉면은 맥이 끊겨 지금과 같은 조리법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어졌다 해도 식재료의 면면이 과거의 것과 같지 않아 그 맛은 고스란히 보존될 수 없다. 마늘, 생강도 배추와 무도 그저 50년 전의 것과도 확연히 다른데 조선시대의 것을 어찌 그대로 복원할까? 문헌을 따라 재현했느니 하는 것은 그저 추측일 뿐이다. 1994년 북한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평양과 진주의 랭면이 제일”이란 내용이 나오지만 그 이전까지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진주냉면이 소설 같은 개인 기록에 등장한 것은 1972년에 나온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이다. <지리산> 1권에 진주냉면을 좋아하는 구사마 선생이 등장한다. 이후 1985년에 편찬된 <한국요리문화사>(이성우)에 비로소 진주냉면이 등장한다. 이때는 이미 1966년 진주 중앙시장 화재로 인해 맥이 끊긴 시점이다. 화재 당시 진주냉면을 팔던 수정, 은하, 평화식당 등이 모두 폐점하며 예전 냉면 조리법은 사라졌다. 지금의 진주냉면은 다시 일어난 것이다. 나름대로 조리법으로 타 지역 냉면과 차별화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육수가 아닌 해물을 써서 육수를 낸다는 점이 평양냉면과 큰 차이다. 디포리(밴댕이), 멸치, 말린 홍합, 바지락, 건새우, 다시마 등 해산물에 고기 육수를 섞어 식힌 다음 국수를 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들 만한 특징이 있다면 바로 화려한 고명이다. 대부분 평양냉면집은 삶은 고기를 꾸미로 얹는데 반해 진주냉면은 달걀옷을 입혀 부쳐낸 육전을 썰어 올린다. 여기다 알고명(지단), 실고추, 버섯 등을 얇게 썰어 얹는데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이다. 다양한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니 품도 많이 들고 이를 다루는 칼솜씨도 있어야 한다. 여염집에선 엄두를 내기 힘든 양반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양반이 많이 살던 개성이나 전주의 전통 음식 또한 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것이 특징이다. 미디어나 대량자료(빅데이터)상 진주냉면 대표 맛집으로 꼽히는 식당이 몇 집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옥과 황○냉면, 산○ 등 현대의 진주냉면을 지역 명물로 알린 공들이 크다. 오이채나 황태포를 올리는 등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타 지역 냉면에 비교해 진주냉면이란 차별점을 유지하고 있다. 소고기 사태와 해산물로 우려낸 진한 육수에다 메밀과 전분을 섞어 뽑아낸 면을 말아낸다. 차가운 육수는 입에 들어간 순간 향을 스멀스멀 피우고 면발은 탱글탱글 탄력 있게 혀에 감긴다. 척 보기에도 화려한 담음새 하며 식재료의 면면 또한 고급스럽다. 평양냉면의 수수하고 투박한 맛과 달리 진하고 강렬한 인상을 미각에 남긴다. 여느 한국인의 입맛처럼 시원한 국물에 말아 한그릇 쪼로록 빨아들이는 냉면을 좋아한다면 진주를 찾아 다녀올 만하다. 눈도 입도 만족하는 식도락 여행지로 진주가 딱이다. 정책주간지 <공감> BF 문화 한걸음 뜨거운 가족 사랑으로 가슴 적시는 영화 ● 건전지 아빠 악기 연주도 잘하고, 운전도 잘하는 만능 재주꾼 아빠!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건전지입니다. 건전지 아빠는 장난감을 움직여 아이를 즐겁게 하고, 도어 록 속에서 빈집을 안전하게 지키는가 하면 전자 모기 채 그물망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한밤중 불청객인 모기를 내쫓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던 건전지 아빠에게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린 어느 날,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오갈 수 없는 사람들의 운명이 손전등 안의 건전지 아빠에게 달린 것이죠. 건전지 아빠는 온 힘을 다해 빛을 밝히기 위해 애써 보지만 손전등 안으로 비가 들이쳐 방전될 위험에 처합니다. 건전지 아빠는 난관을 헤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갑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AA건전지를 아빠로, 아기를 더 작은 AAA건전지로 설정한 부분이 기발하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정 독립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작이자, 이탈리아 지포니영화제 경쟁 부문 선정 작품입니다. 정보: 2021/한국/애니메이션/단편/7분/전체관람가/감독 전승배 배리어프리버전: 연출 전승배/내레이션 이현주 ● 엄마의 공책 오랜 기간 반찬가게를 한 엄마 애란과 시간강사를 전전하는 아들 규현은 서로에게 쌀쌀맞습니다. 그래도 규현은 해장에 최고인 동치미 국수, 아플 때도 벌떡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벌떡죽, 그리고 딸 소율이 가장 좋아하는 주먹밥까지 엄마 손맛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애란은 자꾸만 정신을 놓고 아들이 죽었다는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애란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반찬가게마저 정리하려 할 때, 규현은 애란이 음식을 만들 때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열심히 레시피를 적어놓은 공책을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아플 때도 벌떡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벌떡죽’ ‘소율이의 주먹밥’ 등 엄마만의 레시피가 담겨 있었죠. 그것을 본 규현은 뒤늦게나마 그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엄마의 희생과 사랑을 느낍니다.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어떤 가정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그리고 있어요. 엄마의 레시피를 보면서 엄마 대신 가게를 운영하기로 하는 장면, 요양원에서 온 엄마가 자신의 비법을 아들에게 전수하는 장면은 코를 시큰하게 합니다. 정보: 2017/한국/극영화/장편/103분/전체관람가/감독 김성호/출연 이주실, 이종혁, 김성은, 김선화 배리어프리버전: 연출 김성호/내레이션 서신애 생활과 건강 환절기의 불청객, 꽃가루 알레르기 화창하고 따스한 날은 가만히 집에 있기가 어렵습니다. 외출이 유혹하지요. 소풍, 산책, 나들이, 등산, 다양한 운동 등 이들 중 하나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날들입니다. 이런 때 뜻하지 않게 호흡곤란이나 심한 재채기, 수돗물처럼 나오는 콧물 등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다름 아닌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하여 비염이나 천식, 심한 경우 아토피피부염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대기 중에는 여러 식물에서 생산되는 많은 꽃가루가 존재하는데, 이는 화초, 고초, 목초, 잡초, 수목 등에서 생성됩니다. 이들 꽃가루는 원래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암수 교배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꽃가루 중 일부가 인체에 영향을 미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이며 모든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수정 방법에 따라 질병 발생과 연관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수정 방법에 따라 크게 풍매화와 충매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장미, 백합, 목련, 등과 같은 충매화는 향기나 아름다운 꽃으로 곤충을 유혹하여 꽃가루를 전파시키므로 꽃가루의 생산량이 적고, 분자량이 크고 무겁습니다. 공기 중에 잘 부유하지 않고 땅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경우는 적고, 정원사나 원예가 등 특수한 경우에만 종종 접촉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작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등과 같은 풍매화는 바람에 의하여 꽃가루가 전파되며 생산량이 많고, 작고 가볍습니다. 공기주머니 등 꽃가루 내에 특수한 구조들이 있어서 공기 중에 잘 날아다니고,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어 사람의 체내에 들어오거나 피부에 붙어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나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은 주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 주위나 개천가, 아파트 주변 유휴지 등에 많이 분포되어 있어 도시나 그 주변에서 사는 알레르기 환자가 원인 식물을 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은 심산유곡에 서식하기보다는 사람들의 활동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된 토양에 알레르기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잡초류 중에서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 등은 이산화탄소 농도와 연관이 많습니다. 공해가 많은 지역에서 더욱 잘 자라고 있어 이들이 대표적인 가을철 알레르기 유발식물이 되었습니다. 꽃가루로 유발되는 알레르기 질환을 ‘꽃가루알레르기’라고 부릅니다. 관련된 질환으로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결막염, 기관지 천식 및 기타 위장관 질환 등이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일반인의 15~20%가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21세기 인류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건강상의 문제로 알레르기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산업화가 진행된 나라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여 알레르기 질환을 환경공해와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미 각국에서 인식되어 이들 알레르기성 식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일반인과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어 꽃가루 알레르기의 심각성을 홍보·교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이 바쁘게 진행되었던 1980년대를 기점으로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하였고, 현재는 유병률이 선진국과 유사하게 되었습니다. 알레르기 유발식물들의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크기에 따라 상당히 먼 거리를 여행하기 때문에 실제로 알레르기 원인이 되는 식물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레르기 정도는 원인 화분의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이들 화분에 다량으로 노출되는 것을 피함으로써 알레르기 유발을 억제할 수는 있습니다. 알레르기 발생은 꽃가루가 날아다니는 시기와 연관되기 때문에 연중 지속해서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고 계절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원인 식물의 꽃가루가 공중에 날리는 시기를 알고 있는 것이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꽃가루는 우리나라에서 집먼지진드기 다음으로 흔한 알레르기 원인물질로 밝혀져 있어서 알레르기 환자의 관리뿐 아니라, 가로수 등의 우리나라 식물조성의 관리에도 꽃가루의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한다면 다음의 생활 수칙 실천을 권합니다. ① 꽃가루 유행 시기에는 되도록 외출을 자제한다. 특히 꽃가루가 새벽이나 아침(오전 5시~10시)에 많이 날리는 점을 고려해 되도록 이때는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② 외출 뒤 문밖에서 옷의 먼지를 털고 실내로 들어간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입자는 아주 미세해 옷에 붙어 있기 쉽다. ③ 외출 후 손과 발, 얼굴, 눈을 깨끗이 씻자. 눈에 미세한 꽃가루가 들어갔을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로 눈을 닦아 눈병을 예방한다. ④ 창문은 닫아둔다. 집 안에 있어도 창문 틈새를 통해 실내로 꽃가루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면 에어컨을 사용한다. 자동차의 창문도 꼭 닫는다. ⑤ 빨래는 집안에서 말린다. 밖에서 빨래를 말리면 꽃가루가 옷에 묻을 확률이 높다. 오재원 교수(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클래식 알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 낭만주의 1 음악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역사적 흐름이 그러하듯이, 정확히 어느 해에 한 시대가 끝나고 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작곡가의 삶을 기준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음악사가들이 흔히 “바흐의 죽음(1750)과 함께 바로크 시대가 끝났고, 베토벤의 죽음(1827)과 함께 고전주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베토벤이 그의 음악 생애의 마지막 몇 해 동안 기념비적인 제9교향곡(합창)과 심오한 철학적 면모를 나타내는 현악4중주곡들의 작곡에 매달려 있을 때, 이미 독일에서는 베버의 낭만 오페라 ‘마탄의 사수’와 슈베르트의 낭만적 교향곡 제8번(현재는 7번으로 수정) ‘미완성’이,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로시니를 비롯한 여러 오페라 작곡가들의 새로운 양식의 오페라들이 작곡되고 또 발표되었습니다. 이러한 양식 변화의 시간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서양 음악에서의 낭만주의 시대는 1820년경에 시작되어 약 90년간 지속되다가 1910년을 기점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서양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변화와 굴곡, 사건들로 점철된, 19세기 거의 전 기간을 풍미한 낭만주의 음악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낭만주의 음악은 고전주의 음악에 이어 나타난 새로운 양식이므로 자주 고전주의 음악의 양식적 특징과 비교하여 설명됩니다. 고전주의 음악이 곡의 형식, 균형, 표현의 절제와 전체적인 조화를 통한 순수한 미의 완성에 그 예술적 목표를 두고 있는 반면, 낭만주의 음악은 곡의 내용과 풍부한 표현력, 개인의 감정과 시적 분위기 들을 소리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보다 폭넓고 차원 높은 미적 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낭만주의 음악은 시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특성(서정성과 서사성)을 그 기본적인 제재로 하는 양식입니다. 낭만주의 시대는 크게 3기(제1기 1820~1850, 제2기 1850~1880, 제3기 1880~1910)로 나뉩니다. 제1기에는 서정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들이 많이 작곡되었고, 제2기에는 서사적, 신화적 내용을 담은 오페라(또는 악극)와 규모가 큰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으며, 제3기에는 제1, 2기의 특징들을 융합하려는 노력과 함께 베토벤의 고전주의적 전통을 재조명하려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1기 즉,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에는 독일의 슈만과 멘델스존, 프랑스의 베를리오즈 그리고,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 쇼팽 등이 있습니다. 슈만은 낭만주의 시대의 피아노 음악과 교향곡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곡가입니다. 오보에의 감상적인 주제 제시와 피아노의 현란한 음색이 수정같이 맑은 소리의 빛깔을 보여주는 피아노 협주곡 제1악장, ‘꿈’이라는 제목의 유명한 소품이 포함되어 있는 피아노곡집 ‘어린이의 정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누가 베토벤에 뒤이어 그만한 교향곡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탄식했던 슈만이 낭만주의 교향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발표한 제4교향곡의 아름다운 제2악장과 종악장 도입부의 웅장한 호른 합주 등은 그의 음악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상적인 것들입니다. 정신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그의 길지 않은 생이나 부인 클라라와 후배 작곡가이자 제자이기도 했던 브람스와의 염문 등 개인적인 삶의 굴곡이나 어그러짐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슈만의 음악은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낭만적이며 극적입니다.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난 멘델스존은 음악 애호가였던 아버지가 어린 아들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기 위해 전문 오케스트라를 매주 고용했을 만큼 완벽한 후원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12세에 당시 모든 독일인의 우상이었던 대문호 괴테를 만나 그의 사상과 철학에 크게 영향 받았으며, 가장 높은 수준의 교사들로부터 최상의 음악 교육을 받았지요. 후세의 많은 비평가들이 멘델스존의 작품들에 대해 “너무 감미롭고, 너무 격정이 없고 또, 너무 흐름이 완만하기만 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주옥같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풍경화 같은 교향곡 제3번 ‘스코티시’, 제4번 ‘이탈리아’ 그리고 ‘무언가’라는 특이한 제목이 붙어 있는 수십 곡의 피아노 소품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귀족적인 그의 예술 세계와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세련된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게 합니다. 베를리오즈는 다른 여러 작품들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작품 ‘환상교향곡’의 작곡가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이 가진 음악사적 중요성뿐 아니라 그 탁월한 관현악법이 여러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 젊은 예술가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이 곡은 1악장 도입부의 예술가의 탄식, 2악장의 아름다운 무도회의 왈츠, 3악장의 전원 풍경, 4악장의 단두대로의 행진, 5악장의 유령들의 춤 등 각 악장마다 고전주의 음악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빼어난 음악적 묘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초연 당시 청중들에게 곡이 표현하는 환상적인 내용의 줄거리를 프로그램으로 제시해줌으로써 파리 음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이 교향곡은 그 후 많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표제 음악 작곡에 규준이 된 역사적인 작품입니다. 조국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서 피아니스트로, 또 작곡가로 활약했던 쇼팽은 여류작가 상드와의 열렬한 연애 때문에 음악을 즐겨듣지 않는 사람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쇼팽은 40년간의 짧은 생을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아노의 명곡들을 남겼습니다. 그 유명한 ‘빗방울 전주곡’이 들어 있는 2권의 전주곡집, 2권의 연습곡집, 4개의 발라드, 3개의 소나타, 2개의 협주곡, 야상곡과 왈츠들 그리고 조국을 그리며 작곡한 폴로네이즈와 마주르카(이 둘은 폴란드의 민속 춤곡임) 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그의 우수 어린 선율이 곡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제1발라드, 열정적인 제2소나타, 북구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제1협주곡 등은 적절한 수식어를 찾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음악가는 언제나 그가 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상쾌한 아침은 멘델스존의 경쾌한 관현악곡으로, 나른한 오후는 슈만의 힘찬 교향곡으로, 늦은 밤은 향기로운 차 한 잔과 함께 쇼팽의 감미로운 왈츠로 우리의 하루를 가꿀 수만 있다면,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과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60여 년 전 음악을 통해 이 세계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채워 주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이상재 교수(나사렛대학교) 살며 생각하며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 저는 의류 사업을 하신 어머니와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언니의 영향으로 줄곧 패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네 자매의 옷 쟁탈전은 한일전 경기만큼이나 치열했고, 패션잡지를 정기 구독하던 언니 몰래 수십 번을 보고 또 봤습니다. 지금도 옷맵시를 뽐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패션 감각이 좋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굉장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다양한 스타일링의 시도를 좋아하지만 휠체어에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해도 장애인의 체형과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옷은 활동성이 떨어지고 구김마저 잘 생깁니다. 이로 인해 패션의 디테일을 놓치고 포기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을 자주 겪습니다. 이러한 의복 착용의 많은 제약과 불편함으로 인해 예전에는 즐거움이었던 옷을 고르고 입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260만 명이 넘는 장애인 인구 중 절반가량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패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의류 브랜드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패션 선택 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장애인으로서 장애인들이 패션의 즐거움을 되찾고, 불안과 걱정 없이 도전하고 활동하며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습니다. 우연히 패션 대기업 중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전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가 론칭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티스트’는 사회공헌 활동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귀 기울이고(HEAR), 따뜻한 마음(HEART)을 가진 아티스트(ARTIST)들이 모여 즐거운 나눔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패션전문가와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협업하여 함께 연구하고, 실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수백 회의 착용 테스트를 거칩니다. 기능성, 디자인, 기성복의 3박자를 두루 갖춰 ‘불가능이 아닌 다양성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세상과 나누자는 의미에서 탄생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전문 의류 브랜드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Fashion for All Abilities)’이라는 컨셉으로 누구나가 원하는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향하는 하티스트의 패션 제안과 실용적인 의류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 전액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기금, 특히 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미술교육 후원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장애 아동·청소년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사회의 밀알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식개선을 선도하는 앵커로서 세상 속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 싶어 첫 앰배서더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무엇보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장애인을 위한 우리나라 첫 패션 브랜드 최초의 패션모델이 되었습니다. 첫 시작이라는 점도 남달랐지만 만들어 나가는 과정도 더없이 즐거웠습니다. 제작 과정부터 참여해 원하는 디자인과 필요한 기능, 수차례의 공정과정 등을 함께 하면서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옷이 탄생했습니다. 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부상하고 있는 ‘적응형패션(Adaptive fashion)’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며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유롭고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옷은 직업 특성상 격식은 갖추되 무겁거나 딱딱하지 않은 편안함과 신뢰감을 주는 캐주얼 정장이었습니다. 정장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착용할 때 불편함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댔습니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습니다. 문제점들을 하나둘씩 보완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물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 그러하듯 고민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비로소 완성된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예쁘고 편한 옷을 입고 싶어 합니다. 패션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상당하고 옷은 때로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패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 것처럼, 앞으로 ‘하티스트’와 같은 브랜드들이 많이 만들어져 장애인들도 다양한 패션 선택권을 향유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누구도 패션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답게 자신을 표현하며 멋지게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국화 앵커(KBS) 문화재 이야기 양산 통도사 금동천문도 양산 통도사의 금동천문도의 전면에는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북극으로부터 적도 부근에 이르는 영역의 별자리들이 표시되어 있다. 항현권(주극성 영역)이 직경 19㎝가 되는 둥근 원으로 그려져 있다. 별자리의 형태나 위치는 조선 초기의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비교해 보아 대체로 일치한다. 동판 위에 표시된 별자리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모든 별 가운데 중요하게 여겨지는 109개의 별자리(자미원과 28수)이며 별의 개수는 481개이다. 각 별자리는 별과 별 사이가 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별 하나하나마다 구멍을 뚫어 진주를 박아 넣어 아름답게 조립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24개의 진주만이 남아 있는데 별에 따라서 0.5㎝, 0.7㎝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것들이 구멍에 박혀 있다. 별자리 이외에 3개의 구멍이 원판의 중심 부근과 좌우 바깥 부근에 일직선상으로 놓여 있다. 어두운 상황에서도 천문도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고 28수 등 각 별자리들을 손으로 더듬어 알 수 있어 하늘을 보면서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 별을 관측할 수 있도록 진주보석에 희미한 빛을 비추어 별자리를 찾거나 익히는 데 편리했을 이 천문도판은 휴대하여 사용에 편리하도록 제작된 과학유물로 볼 수 있다. 후면에는 점각으로 표현된 ‘송악도’가 있는데 봉우리가 다섯 개인 오악과 두 그루의 소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바다가 표현되어 있어 전통공예품으로서의 예술적인 가치는 물론 회화사 및 사상사적인 측면에서도 연구가치가 높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