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70호 2021. 12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황희 발행일: 2021. 12.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2-3426-7212,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ontents 사람의 향기: ‘손끝으로 미리 즐기는 놀이공원’ 점자안내지도 만든 정예림 씨 4 알짬 정보: 시각장애인 위한 의약품 점자 더 정확하게 개선 외 18 공감 정책: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로 27 공감 현장: 교통약자 위한 서비스 개발 사회적협동조합 ‘이유’ 42 짧은 글 긴 여운: 세계인이 반한 우리의 전통문화, 전통놀이 52 재활과 건강: 발바닥 통증과 족저근막염 61 이동우의 음악칼럼: 마지막 옷장 정리 68 살며 생각하며: 왜 우리는 모빌리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84 문화재 이야기: 고려사 94 사람의 향기 ‘손끝으로 미리 즐기는 놀이공원’ 점자안내지도 만든 정예림 씨 - “더 살기 좋은 세상, 더 나은 미래 위해 목소리 낼 것” 매표소는 어디인지, 어떤 기구부터 타야 할지, 어느 쪽으로 가야 쉴 곳이 나오는지…. 놀이공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하는 고민거리다. 시각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비장애인이 팸플릿을 통해 고민의 답을 쉽게 얻는 데 비해 시각장애인은 답을 얻을 방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놀이공원으로의 발걸음이 뜸해진다. 시각장애인 정예림 씨도 같은 이유로 놀이공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서울시디자인거버넌스에 놀이공원 점자안내지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2015년 서울랜드를 대상지로 정해 점자안내지도, 점자메뉴판,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만들었다. 3년 뒤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 촉각지도와 경험카드를 제작했다. 작은 제안으로 시작해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끈 주인공 정예림 씨와 김은지 주무관을 만났다. Q. 서울시디자인거버넌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 (김은지 주무관, 이하 김) 서울시디자인거버넌스는 시민, 학생, 디자이너 및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해 공공의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소통과 참여의 장입니다. 매년 시민을 대상으로 사업 주제를 공모하고, 시민 투표를 통해 사업을 선정합니다. 이후 제안자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가 한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29개 프로젝트가 구현됐고, 올해는 6개의 신규 및 확산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점자안내지도를 제안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정예림 씨, 이하 정) 대학생 당시 장애인지원센터에서 점자지도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점자지도의 필요성에 대해 늘 고민했죠. 관공서나 문화시설 입구 한쪽에 촉각판 형태의 점자지도가 있긴 한데 화장실이나 계단 같은 대략적인 위치 정보만 표시돼 있는 게 전부죠. 관리 또한 소홀해 점자가 훼손돼 있기도 해요. 이물질로 인해 촉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고요. 어느 날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는데, 어떤 테마존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내 주변에 어떤 놀이기구가 가까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가 없더라고요. 모든 걸 친구에게 묻고 맡겨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어요. 인터넷에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시각장애인은 그것 또한 정확히 인지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상대적 박탈감이 점자안내지도의 필요성으로 이어졌고, 우연히 시민이 자유롭게 정책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해 글을 남겼어요. 이후 “서울시디자인거버넌스 프로젝트를 통해 점자안내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Q. 점자안내지도를 프로젝트로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가 있고, 보행·안전과 같은 보편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현황을 살피고 사례를 조사했습니다. 국내에는 국립수목원, 국립박물관 등 일부 공공기관 외에는 시각장애인용 자료가 거의 없었고, 특히 놀이공원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본 시설이 정확하게 안내되고 이동에 필요한 기준점이 명시된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도쿄와 홍콩의 디즈니랜드 등 해외 놀이공원의 점자 가이드북과 팸플릿, 인포메이션북이 좋은 참고서가 됐습니다. Q. 2015년에는 서울랜드, 2018년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선정됐습니다. A. (김) 비교적 현장 접근성이 원활한 서울랜드를 첫 사업 대상지로 정했습니다. 지도 제작에 필요한 전체 지형과 놀이기구 위치가 담긴 자료를 서울랜드에서 받아 지도 초안을 만들었죠. 놀이기구에 대한 입·출구 정보와 각 구역에 대한 설명, 그리고 식당·화장실·매표소 등 지도에 표현할 요소들을 조사했고, 시각장애인의 체력을 고려해 쉴 수 있는 벤치 위치도 파악했죠. 이때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서울어린이대공원 점자지도 프로젝트를 심화사업으로 추진했습니다. 기존의 점자지도를 보완하고 방문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 발전시키자는 의견이 더해졌죠. Q.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정) 정보의 선별이었어요. 놀이기구를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모든 걸 표현할 순 없으니까요. 입체적인 구조물을 평면에 표현하고, 담을 정보를 간추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어요.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의 시각화가 원활하도록 지도를 구성하는 일이 어려웠어요. 시각장애인은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 등 특정한 방식을 기준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거든요. 그래서 직접 놀이공원을 찾아가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하며 손바닥에 놀이공원의 구조를 대입했습니다. 오른쪽 손 중앙을 광장으로 한 뒤 손목, 손바닥 가운데,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7개 방향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A. (김) 시각장애인은 복지카드를 이용하기에 입구가 아닌 출구를 통해 입장해요.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해야 했어요. 화장실의 남녀 방향 구분이나 휴게용 벤치 위치도 현장 확인 후 표기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언을 받아 범례 표시 일치화, 점자 제작 방식, 휴대성, 실용성, 규정 준수, 검증 방식을 결정했어요. 시각장애인 전문가들과는 글루건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을 통해 표기해야 하는 정보와 표기 방식, 정보 크기 등을 검증했어요. 그때의 고단했던 경험이 서울어린이대공원 촉각지도와 경험카드 제작으로 이어졌어요. Q. 촉각지도나 경험카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정) 시각장애인의 의견이 잘 반영된 지도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죠. 빛이 반사되면 저시력 장애인의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급하게 용지를 바꾸기도 했고, 사용 편의와 보존성을 고려해 UV점자 인쇄 방식을 채택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가 들어간 결과물입니다. 현재 서울랜드에서는 점자 메뉴판,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시각장애인 응대 매뉴얼이 활용되고 있고, 점자지도 가이드맵은 안내센터를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배포되고 있어요. 서울어린이대공원 촉각지도와 경험카드는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방문 전에 ‘자기주도적 학습놀이’로 활용합니다. A. (김) 놀이공원을 찾는 관람객 대부분은 어린이들이에요. 그들은 아직 점자를 익히지 못했거나 음성안내를 더 선호한다는 데 착안했죠. 기존의 점자지도를 좀 더 재미있고 감각적으로 즐길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코스를 직접 기획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였어요. 그래서 놀이공원에 오기 전 경험카드로 나만의 코스를 만들고, 촉각지도로 동선을 계획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콘텐츠를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기대감과 현장 경험을 극대화시키고, 이용 후에는 기념품으로 간직하거나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Q. 앞으로의 희망과 바람을 들려주세요. A. (정) 놀이공원뿐 아니라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까지 점자안내지도가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시각장애인도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게 아닌 “저쪽으로 가자”며 주도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주변에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 스스로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당당하게 제안하는 기회의 장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어차피 얘기해봤자 소용없다고 지레 포기하기보다는 반드시 될 것이라 믿고 계속 문을 두드려보길 바랍니다. A. (김)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심리와 행태에 대한 따뜻한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디자인거버넌스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민의 ‘절실한 필요’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문제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시각장애인 위한 의약품 점자 더 정확하게 개선 외 01. 시각장애인 위한 의약품 점자 더 정확하게 개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점자의 날인 11월 4일을 맞아 의약품 용기·포장에서 점자로 제품명·주성분 함량·제형 등의 정보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점자 표시 세부 요령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의 점자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그동안은 의약품의 제품명만 점자로 표시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앞으로는 제품명과 함께 주성분 함량, 제형(모양), 크기(소형·대형 등)를 기재해야 한다. 다만 밀리그램과 같은 주성분의 함량 단위와 명칭은 생략할 수 있다. 점자 표시의 위치는 원칙적으로 용기·포장 주표시면(앞쪽) 우측 상단이지만, 제품 포장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주표시면에서 가능한 위치에 표시하는 것을 허용하고 바코드나 QR코드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코드 테두리에 양각을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종전 가이드라인은 국내 점자 가독성 연구 결과와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점자 세부 규격을 정했다. 앞으로는 개정 ‘한국 점자 규정(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의 최신 점자 세부 규격을 따르게 된다. 문의 1577-1255 02. 경복궁에 시각장애인용 종합안내판 새로 설치 문화재청은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해 경복궁 안내판을 읽을 수 있도록 촉각점자가 적용된 ‘경복궁 종합안내판’을 새롭게 선보였다. 새 종합안내판은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제작됐다. 촉각점자 경복궁 종합안내판은 포스코강판이 특수공법을 기부하고 사회복지법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가 자문을 맡는 등 민관이 협업한 적극행정의 결실로 이뤄졌다. 경복궁 내 노후화된 종합안내판(3개소 9판)의 기존 틀은 그대로 재활용하면서, 그 위에 얇은 양각 처리 강판을 덧붙이는 포스코강판의 특수공법으로 안내판 표면을 시범 개선했다. 경복궁관리소는 포스코강판의 저전력 태양광 모듈을 사용한 조명을 시험 설치해 내년부터는 야간에도 안내판을 읽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의 02-3700-3900 03. 민원서류 무인발급기에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 서비스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무인민원발급기의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11월 3일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회신한 권고 이행계획을 검토한 결과 두 부처가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권위는 시각장애인이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 수급자증명서, 장애인증명서 등 민원서류를 발급받고자 할 때 음성변환용코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복지부와 행안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복지부와 행안부는 “무인민원발급기의 시각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업해 음성변환용코드 서비스 제공이 가능토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권고가 완전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 관계 기관과 협의, 시스템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권고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02-2125-9700 04. 경기도, 납세고지서에 음성변환 바코드 도입 추진 경기도가 시각장애인의 납세 편의를 위해 지방세 고지서에 음성변환 바코드 도입을 추진한다. 음성변환 바코드는 스마트폰 앱으로 스캔하면 납부자 성명, 세목, 납부 금액, 기한 등을 음성으로 안내한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특허권 업체와 계약을 통해 도내 시·군과 공동구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연말 자동차세 정기고지분부터 시·군 고지서에 음성변환 바코드가 표기될 전망이다. 아울러 음성변환 바코드에 외국어 번역 기능도 도입해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납세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의 031-120 05. 장애인 접근성 높인 ‘키오스크 제작 지침’ 개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제작했다. 이는 2016년에 만든 ‘공공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현재 보급되는 키오스크 여건에 맞게 개편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키오스크 보급이 늘었으나 장애인이나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색약자를 위해 글자와 배경의 명도 차가 4.5:1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과 시각장애인이 이어폰을 꽂아 음성을 듣고 볼륨이나 음성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침에 담았다. 카드를 투입구에 넣다가 떨어뜨리지 않도록 받침대를 둬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했다. 청각장애인은 결제 도중 오류가 발생했을 때 전화를 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이나 업체로부터 수어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손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뇌병변 장애인을 위해 버튼을 누르기 쉽게 하고, 모든 조작을 한 손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고령층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표기한다거나, 메뉴 선택에 시간을 지체해도 무조건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했다. 문의 053-230-1114 공감 정책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로 -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로 지난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0년 2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행된 이후 21개월 만이다. 코로나19가 2020년 초 엄습한 이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대책과 규제로 우리 사회의 일상이 깨졌다가 이날부터 소중한 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은 국민의 희생과 방역 정책에 대한 적극적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환자 폭증 등 돌발 변수가 없다면 12월 13일 2차, 2022년 1월 24일 3차 등 세 차례에 걸쳐 개편이 시행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이 재차 활기를 찾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영업시간 규제와 사적모임 제한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중 1차 개편이 1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식당 등 생업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이 해제됐다. 일부 고위험시설에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사적모임도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이 모일 수 있게 됐다. 야구장 등 실외 운동경기장에서 치맥 등의 취식이 허용되고 영화관에서는 팝콘을 먹어도 된다. 3차 개편 시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모임 제한도 모두 사라진다. 그야말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인 만큼 국민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고 해서 코로나19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상회복 후 환자 폭증 위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방심하면 방역과 일상의 균형점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위중·중증 환자 수용을 위한 충분한 병상 확보, 재택치료 시스템 구축 등 의료 대응 역량을 완벽하게 갖추고 국민도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는 등 성공적인 일상회복을 위한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 - 6주 간격으로 세 차례 걸쳐 완화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차 개편 적용으로 예방접종 유무와 상관없이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 12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해졌다. 다만 식당과 카페에서는 미접종자 이용 규모를 4명까지로 제한했다. 또 그동안 생업시설에 적용되던 운영시간 제한 조치를 전면 해제해 24시간 영업이 가능하지만 유흥시설은 밤 12시까지로 완화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논의와 숙의를 거쳐 이제 더 나은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을 발표한다”며 “새로운 일상으로의 회복은 안전한 일상과 행복한 일상, 회복의 일상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전까지는 환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보편적 규제를 중시했지만 이제는 중증 환자·사망 발생 억제로 방향을 전환하고 예방접종률 제고와 미접종자, 취약계층 전파 차단에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 생업시설 시간제한 해제 정부는 11월 1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방역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데, 서민경제 애로와 방역적 위험도 등을 고려해 생업시설(다중이용시설) → 대규모 행사 → 사적모임 순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1차 개편을 시행하고 운영 기간 4주와 평가 기간 2주를 포함해 6주 간격으로 개편했다. 예방접종 완료율과 의료체계 여력 등을 검토한 후 다음 차례 개편으로 전환을 결정할 방침이다. 우선 1차 개편에서는 기존 단계별 거리두기 수칙체계는 해제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통합 정비했다. 아울러 일상회복 전환 과정에서 2단계 수칙 위주로 단순화하고 개편 때마다 해제해 궁극적으로 기본 방역 수칙만 유지한다. 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별 유행 상황과 방역 대응 역량 등을 고려해 더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11월 1일부터는 모든 시설의 시간제한을 해제(유흥시설은 밤 12시까지 영업)했지만 학원은 수험생 안전을 위해 학원단체 협의 결과를 토대로 수능시험 이후인 11월 22일 해제했다. 또한 일부 고위험시설은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도입하면서 방역 규제를 해제하고 이 밖의 시설은 접종자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다중이용시설은 접종완료자 및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자 등 미접종자 일부 예외만 이용 가능한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1차 개편 시 도입·적용했다. 적용 대상은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 실내 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마·경륜·경정·카지노다. 정부는 1차 개편 후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설의 감염 사례 등 안전성을 평가해 2차 개편 후 위험도 낮은 시설부터 적용 대상에서 해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대규모 행사와 집회는 접종완료자 중심으로 허용하는데, 1차 개편에는 접종자와 미접종자 구분 없이 100명 미만까지 가능하며 접종완료자 등으로만 참여할 땐 500명 미만까지 가능하다. 500명 이상 비정규 공연장·스포츠 대회·축제 등 행사는 관할부처·지자체 승인 후 시범 운영해 후속 영향을 평가한다. 100명 이상의 접종·미접종 혼합이 가능했던 결혼식, 전시·박람회, 국제회의 등은 종전 수칙도 인정하며 2차 개편 때 통합한다. 나아가 2차 개편 시에는 접종완료자 등으로만 운영 시 인원 제한 없이 행사가 가능하며 장소와 목적별로 별도 수칙이 적용되던 복잡한 행사 수칙을 동일한 원칙으로 통합한다. 아울러 기업의 필수 경영 활동과 공무 관련 행사도 예외 없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고, 접종완료자 등으로만 운영 시에는 취식 금지 해제 등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 이어 3차 개편 시에는 접종완료자 중심 행사 기준 100명을 해제하거나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며 해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100명 이상 접종완료자 등이 참여하는 행사·집회에는 참석자 전원의 접종완료자 등 여부를 확인해 접종완료자 등 외에는 참여가 제한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여기서 방역수칙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고발 또는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 사적모임 10~12명까지 확대 이번 대책에서는 사적모임의 경우 연말연시 모임 수요를 고려해 적정 제한 유지 후 해제하도록 했다. 특히 1~2차 개편에서 수도권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사적모임 인원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연말연시 모임 활성화로 방역 상황 악화 등이 우려되는 것을 고려해 3차 개편에서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 또한 다중이용시설의 미접종자 이용 제한은 해제하되, 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이 어려운 식당·카페에서만 미접종자 이용 제한을 최대 4명으로 유지했다. 동거 가족과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 임종, 스포츠 영업시설의 필수 경기 인원 등의 경우 종전과 동일하게 사적모임의 예외를 적용한다. 권덕철 1차장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의료 대응체계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의료 대응 역량을 탄탄하게 갖춰 가겠다”며 “무증상과 경증 환자는 재택치료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재택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체계를 구축하며, 현재 수도권 중심의 재택치료를 비수도권까지 확대하면서 생활치료센터는 당분간 현재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으로의 시작”이라며 “우리나라는 분명히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길을 안전하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동네 의원과 병원 등 우리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역할과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 “단계적 일상회복 경험 모든 나라와 공유”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단계적 일상회복 경험을 모든 나라와 적극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1세션(국제경제 및 보건)에서 “한국은 예방접종을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접종완료율을 기록했고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유행은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하고 있고 그 피해와 상처도 매우 넓고 깊다”며 “G20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라별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의 격차가 매우 크다. 자국의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예방접종률을 함께 높이지 않고는 방역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완전한 일상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공감 현장 교통약자 위한 서비스 개발 사회적협동조합 ‘이유’ - 자동배차·무상카풀로 이동 불편 해소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면서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 등 교통약자용 택시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배차 시간이 길다. ‘이유’는 교통약자의 ‘이동 자유’를 위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양윤정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문밖을 나가는 것을 시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비교통약자들은 다소 먼 이야기로 인식하겠지만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 등 교통약자와 무관한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교통약자는 약 1,5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9.7%를 차지한다. - ‘데이터 바우처’로 교통약자 서비스 개발 부산의 비영리 스타트업인 사회적협동조합 이유는 교통약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수단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이용권(바우처) 지원사업에 선정된 덕분에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교통약자의 이동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공급 위주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교통수단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데이터였다. 이동 데이터를 활용한 덕분에 이유는 ‘교통약자 맞춤형 자동배차시스템’, ‘무상카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BF-DRT)’ 등 교통약자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일 수 있었다. ‘교통약자 맞춤형 자동배차시스템’은 예약 접수부터 현황, 통계 정보, 통합 관제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교통약자가 쉽고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휴대전화 앱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자동배차시스템이 자동으로 현재의 거리와 교통의 흐름 등을 반영해 최단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배차한다. 예약 단계에서 외출·귀가, 출퇴근, 병원 치료, 은행 업무 등 이용 목적과 휠체어·목발 소지 여부, 탑승 인원 등을 상세히 입력해 적합한 차량을 배정받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기사별 주행 건수, 주행 거리, 이용 인원, 이용 시간을 자동배차시스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도 높다. 이유가 2020년 부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소속 차량 15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결과 차량 신청에서 탑승까지 평균 76분에 달했던 배차 대기시간이 30분 정도로 줄어들었다. ‘무상카풀’은 장애인의 가족·지인이 보유한 차량을 앱에 등록해 다른 장애인도 카풀로 함께 이동하는 서비스다. 병원이나 재활센터에 갈 때 가족·지인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는 교통약자가 주로 이용하는 병원·복지관·은행·공공기관·학교 등 거점 시설을 기준으로 버스의 승·하차 지점을 이용자에 맞춰 택시처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유는 지금까지 데이터 바우처 사업 기관 28곳과 서비스 실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와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이 국토교통부의 ‘스마트 시티 챌린지’ 사업에 선정돼 ‘수요응답형 교통’과 ‘무상카풀’ 서비스 실증을 진행했다. 자동배차시스템은 현재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파주·구리·안산·오산 등 네 개 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회원 수는 4,679명, 서비스 이용 건수는 3만 1,392건에 달한다. 이유는 앞으로 경기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며 충청권과 광주광역시 등과도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북구에서는 재가 요양 노인의 차량 이동은 물론 진료실까지 동행하는 ‘병원 이동 동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이달의 한국판 뉴딜 수상으로 한층 더 고도화” 양윤정 이사장은 “교통약자에게 필요한 이동 수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배차시스템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축했다”며 “시스템뿐 아니라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길 안내 서비스’ 등 교통·관광 분야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리어프리 길 안내 서비스’는 복지관, 학교 등의 유관 기관과 함께 휠체어 이용자,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이용 가능한 시설물 현황 및 시설물이 필요한 건물의 정보를 파악해 지도로 나타내는 사업이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서비스에서 이용 장벽을 없애 장애인도 동등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이 배리어프리다. 교통약자 맞춤형 자동배차시스템, 무상카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배리어프리 길 안내 서비스 등 교통약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는 ‘이달(9월)의 한국판 뉴딜’(디지털 뉴딜)에 선정됐다. 심사위원인 박민우 작가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출하는 데 큰 결심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동의 자유와 여행의 꿈을 심어준 우수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서정 자원순환 실천 미래세대 대표는 “교통약자를 위한 전용 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편견으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는 손꼽히는 시스템”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양윤정 이사장은 “이달의 한국판 뉴딜 선정이 우리의 서비스를 한층 더 고도화시킬 기회”라며 “교통약자의 활동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이동 데이터를 발전시켜 그들의 삶이 자립하고 함께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짧은 글 긴 여운 세계인이 반한 우리의 전통문화, 전통놀이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생존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요. 전 세계 83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고, 패러디한 영상물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뉴스를 비롯한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에는 그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이 출연해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드라마 설정이나 소품, 주제 등에도 관심이 많지만, 드라마 속 소재로 활용된 전통문화와 놀이가 단연 눈길을 끕니다. 여느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전통문화와 놀이는 인위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행위입니다. 자연환경이나 풍습을 엿볼 수 있고, 일정한 질서와 틀이 존재하지요. 드라마 속에서는 승패가 분명하고 그로 인해 죽음도 발생하지만 실제로 해본 사람은 압니다. 나이 많은 형부터 코흘리개 동생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다는 것, 상황에 따라 규칙을 변형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봐주기, 무르기, 깍두기 같은 인정이 뚝뚝 묻어나는 문화라는 걸요. 드라마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놀이는 딱지치기입니다. 요즘에는 종이딱지가 아닌 캐릭터가 그려진 플라스틱 딱지로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지요. 예전에는 종이로 만든 딱지를 땅에 놓고 다른 딱지로 쳐서 뒤집으면 이기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물이나 기름을 잔뜩 먹여 만들기도 하고, 껌 종이로 만들기도 했어요. 쉬는 시간에 우유를 먹고 난 뒤 납작하게 밟아 퍽퍽 집어던지던 게 생각납니다. 드라마 이후 집집마다 단내가 납니다. 바로 달고나 냄새죠. 달고나는 국자에 설탕을 넣고 휘휘 젓다가 소다를 넣어 부풀려 먹는, 학교 앞 최고의 디저트였습니다. 끈끈한 달고나가 굳기 전에 하트, 우산, 별 등의 모양을 찍어낸 뒤 그 모양을 따라 똑똑 부러뜨려 먹었지요. 침을 묻혀가면서 모양대로 떼어내는 데 성공하면 하나 더 먹을 수 있는 찬스도 있었습니다. 집에서 만들어먹겠다며 국자를 여러 개 태웠던 기억이 납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해외 곳곳에서 패러디되고 있습니다. 한 SNS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며 놀이를 하는 해외 이용자들의 영상이 많게는 1,2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지요. 이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오면 길을 걷다가도, 음료수를 마시다가도 멈추는 것이지요. 술래가 뒤를 돌고 지령을 외치는 사이에 술래 몰래 다가가 등을 치고 가는 놀이입니다. 드라마에 사용됐던 인형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여학생 캐릭터 ‘영희’에서 고안한 것입니다. 촬영 후 충북 진천 마차박물관 체험마을에 전시하기로 했는데, 이동 중 오른손이 파손돼 현재는 위장막이 씌워져 있습니다. 줄다리기는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입니다. 운동회 때 승패를 가르는 최고의 게임이었죠. 어느 땅에서 할 것이냐, 누가 앞에 설 것이냐, 구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 줄을 당기는 단순한 게임 속에 어마어마한 작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줄다리기는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지만 15세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최초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경기로 마을의 태평과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줄다리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내려오는 문화가 다른데, 이중 기지시줄다리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구슬치기는 동화작가 백희나의 대표작 ‘알사탕’에도 등장하는 놀이입니다. 유리나 자기로 된 구슬을 이용해 구멍에 넣기, 세모로 그려진 목표 지점을 향해 치기, 상대방 구슬 맞히기 등으로 진행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힘 조절입니다. 너무 힘이 강하면 튕겨나가기도 하고, 너무 힘이 약하면 얼마 가지 못해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하기에 알맞은 놀이입니다.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오징어 게임은 바닥에 동그라미, 네모, 세모 등을 그린 뒤 공격과 수비를 나눠 서로의 힘을 겨루는 경기입니다. 금을 밟았는지, 발자국이 내 것이 맞는지 옥신각신하고 가끔은 옷이 찢어지기도 했던, 꽤 격정적인 게임이에요. 공격을 하는 팀은 수비가 한눈을 판 사이 도착 지점을 향해 뛰어야 하는데, 그려진 구역의 밖을 이용하려면 한 발로 가야 합니다. 건너뛰다가 수비자에게 잡히면 아웃입니다. 팀원 중 누구 하나도 성공하지 못하면 공격과 수비가 바뀝니다. 비슷한 게임으로는 바닥에 뼈다귀를 그린 개뼉다귀, 나뭇가지를 네 칸에 고루 이동시키는 사거리 등이 있습니다. 드라마와 관련한 명대사 “우린 깐부(팀, 짝꿍을 뜻하는 일본어)잖아” “이러다 다 죽어”도 한국어 그대로 따라 하는 외국인이 늘었다고 합니다. 물론 드라마 속 인물들의 분노, 살인, 폭력 등이 지나쳐 종종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 또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전통놀이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은 퍽 기쁜 일이 아닌지요. 덕분에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 청소년에게는 생소한 전통문화와 전통놀이를 알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드라마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우리의 전통문화가 여전히 많습니다. 우수한 콘텐츠로 재탄생하길 희망합니다. 김수정 기자 재활과 건강 발바닥 통증과 족저근막염 발은 우리 몸의 무게를 오롯이 지탱하는 중요한 부위다. 그렇기 때문에 발의 통증은 단순히 걷고 뛰는 것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발의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 중 족저근막염은 굉장히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 뼈에서 발가락뼈까지 연결된 족저근막이 반복적인 충격에 의해 두꺼워지고 부착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발을 디뎠을 때 그 통증이 가장 심하고 이후로는 통증이 완화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족저근막염 환자의 대부분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발뒤꿈치 안쪽이 붓거나 붉게 변하고 눌렀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족저근막염은 과도한 달리기, 등산 등의 활동이나 쿠션이 없는 신발의 장시간 착용, 딱딱한 바닥에서의 활동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평발이거나 과체중인 사람에게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상시 운동량이 적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심한 운동을 할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 초기의 경우 1~2주가량 활동량을 줄이고 발바닥 스트레칭을 하면서 필요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잘 관리하지 않고 계속해서 통증이 있는 상태로 만성화가 되면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족저근막염 치료는 통증 요인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발에 무리가 가는 활동량을 줄이고 쿠션이 충분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는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운동이 있다. 신발은 쿠션이 충분한 운동화나 푹신한 슬리퍼 등을 신는 것을 권장한다. 통증이 심하다면 맞춤형 깔창을 제작해 착용하는 것도 좋다. 과체중 환자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족저근막염 완화에 도움이 된다. 운동 전후로 충분히 발바닥을 스트레칭해도 좋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전 미지근한 온도의 물로 족욕을 해주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의학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소염진통제 복용과 체외충격파 치료 등이 있다. 체외충격파는 염증이 생긴 부위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조직의 재생을 돕는 치료로, 족저근막의 염증 및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존적인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족저근막염 치료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집에 골프공이 있다면 골프공으로, 골프공이 없다면 500ml 둥근 플라스틱 생수병에 물을 채운 뒤 의자에 앉아 발뒤꿈치 부위로 천천히 부드럽게 굴린다. 발뒤꿈치 통증이 있는 안쪽 부위를 이용해 천천히 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 폼롤러가 있다면 폼롤러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발바닥이나 종아리 근육의 스트레칭도 족저근막염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무릎을 펴고 앉은 상태에서 수건을 길게 말아 가운데 부분으로 발바닥 앞부분을 감싼 뒤 양손으로 수건의 양쪽 끝을 잡고 지긋이 당겨주면서 발바닥을 스트레칭한다. 양손으로 벽을 짚고 다리를 편 상태에서 발바닥을 지면에 붙인 채 스트레칭할 다리를 뒤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추천한다. 손을 이용해 종아리와 발바닥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발의 통증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족저근막염 발생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통증이 발생했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치료받으며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족저근막염은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했을 때 발생하므로 평상시에 적절한 운동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장원기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동우의 음악칼럼 마지막 옷장 정리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네 시간이 나를 향해 손짓하네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시간은 강이 바다로 나아가듯 계속 흐르고 있네 안녕 내 사랑, 어쩌면 영원히 안녕 내 사랑, 밀물과 썰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지 혹시라도 하지만 시간은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는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흐른다 영원함이 끝날 때까지 영원함의 끝 언제나의 끝 안녕 내 친구들, 어쩌면 영원히 안녕 친구들, 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어디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지 혹시라도 하지만 시간은 쉬지 않고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는 강물처럼 계속 흐른다 끝날 때까지 영원히 영원함의 끝 언제나의 끝 걱정 말아요 괜찮아요 - 알란 파슨즈 프로젝트 ‘타임’ 가사 전문 절기가 바뀔 때면 매번 큰마음을 먹어야 할 일이 저에게 주어집니다. 바로 옷장 정리지요. 보통 3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9월에 한 번, 그리고 12월에 하는 편입니다. 1년에 고작 네 번뿐인데, 옷장 정리를 하는 시기는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 듯할까요. 마치 팽이가 도는 속도 같습니다. 저는 오늘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눈을 감은 채로 하나씩 하나씩 옷을 만져가며 정리를 해야 하니 제겐 여간 부담스러운 노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와줄 식구가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없겠냐고 되물으며 설명하는 일도 퍽 성가십니다. 내가 입을 옷이니 내가 직접 정리하는 게 맞다,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꼭 식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혼자 있을 때 옷을 찾지 못한다면 벌거벗은 채로 한참 동안을 진땀 흘리며 온 방을 더듬어야 한다, 다행히 입고 싶은 옷을 찾더라도 이미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갈 것이고, 끝내 옷을 못 찾으면 어처구니없는 스타일로 집을 나서야 하지 않느냐, 어쩔 땐 옷을 집어던지며 울고 싶어질 때도 있다… 등 모든 것을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옷장 정리가 그저 힘들기만 한 건 아닙니다.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을 하나씩 만지는 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이 손끝을 타고 다시 저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니까요. ‘아! 이 옷을 입고 그곳을 갔었지. 이 옷을 입었던 날은 나를 정말 화나게 하는 사람이 있었어. 이 옷을 입었던 날에는 사진을 많이 찍었지. 이 옷을 입고 갔던 여행지에는 이제 찬바람이 불겠구나. 그땐 너무 더워서 땀에 흠뻑 젖었는데…’ 이 시간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물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과 같을 겁니다. 저는 그 추억을 천천히 펴고 다시 천천히 접어 두면서 살아온 시간을 소환해봅니다. 옷들을 꺼내 하나씩 걸어 놓으면서 나는 어떤 기대와 설렘을 가졌던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약속을 했던가, 누구를 만났고 누구와 헤어졌던가, 옷을 입고 나갈 때와 들어와 옷을 벗을 때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었던가 등 1년 만에 만난 옷들에게 다시 속삭여주었습니다. “내가 무사하다면 말이야, 우린 다시 1년 뒤에 만날 거야. 너희들 덕분에 좋은 계절을 살았어. 고마워.” 그리고 1년 만에 만나는 겨울옷을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팔도 아프고 땀이 많이 났습니다. 옷 정리를 하며 따라다닌 기억들이 차 한 잔 마시며 쉬려는 나를 쫓아왔습니다. 지난 나날 속에 슬픔이 많았나 봅니다. 눈물이 났으니까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 위로 떨어져 저를 더욱 쓰라리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였습니다. 코로나는 제가 하던 공연과 강연 무대를 모두 잃게 했습니다. 딸에게 줄 용돈이 없어 팔순 넘은 노모에게 용돈을 얻은 적도 있습니다. 제게 무대는 생계를 넘어가는 징검다리이자 꿈을 꾸고 그 꿈을 찾아가는 마법의 양탄자였습니다. 코로나는 20년 단골 목욕탕의 문을 닫게 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집이 아닌 곳에서도 혼자 마음껏 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실명 이전부터 다녔던 곳이라 앞을 보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서도 혼자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누군가 혼자 극장을 갈 때, 누군가 혼자 여행을 갈 때, 누군가 혼자 산책을 할 때, 누군가 혼자 포장마차를 찾을 때, 누군가 혼자 드라이브를 할 때, 누군가 혼자 책을 읽을 때, 누군가 혼자 유튜브를 볼 때, 누군가 혼자 게임을 할 때, 누군가 혼자 요리를 할 때 제게 유일한 여가 중 하나였지요. 냉탕은 제게 남극 탐험이었고, 온탕은 휴양지 여행이었으며, 열탕은 아프리카 대륙 일주였습니다. 널린 게 목욕탕인데 뭘 그리 아쉬워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눈 감고 혼자 목욕탕에 있어 봤냐고 되물으며, 내가 그토록 슬퍼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건 참 성가신 일이겠지요. 네, 목욕탕은 많습니다. 하지만 눈 감은 제가 혼자 이용할 수 있었던 곳은 세계에서 그 목욕탕 하나가 전부라고, 도무지 아무 곳도 갈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을 때 연중무휴 나를 받아준 곳이라고, 흡연 전용 발코니를 갖춘 곳이라고, 수영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옥외탕이 있는 곳이라고, 조용히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안성맞춤이었던 곳이라고 일일이 말하는 게 싫습니다. 영업난에 허덕이다 굳게 문이 닫힌 어느 날, 열리지 않는 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랑하는 친구를 또 한 명 잃었습니다. 친구 이상의 친구였습니다. 제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함께 가주고 제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해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철에 맞는 반찬을 만들어 불쑥불쑥 제 집 앞으로 찾아오곤 했습니다. 항상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고 어디서든 같이 춤을 춰주었습니다. 제가 아파할 땐 저보다 더 아파했고, 제가 웃을 땐 저보다 더 크게 웃었습니다. 친구 집에 가면 제가 늘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누워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양념게장 만들었으니 빨리 오라는 말을 남기고 친구는 멀리멀리 떠났습니다. 거듭되는 상실감은 저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말과 행동 모두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실명 이후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혹시나 또 찾아올지 모를 상실감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은 절박함으로 늘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그저 당연한 심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그런 심리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아무리 힘주어 쥐어 봤자 흘러 빠져나가버리는 손 안의 마른 모래알들처럼 산다는 건 그런 것일까요? 얻는 것들과 잃는 것들 사이에서 자신의 현 위치를 겸허한 관점으로 인식해야만 하는 과제 수행. 커피를 마시고 저는 다시 옷장으로 향했습니다. 방바닥에 널린 겨울옷들이 발끝에 이리저리 걸렸습니다. 깨끗하게 드라이클리닝해 둔 옷들이었습니다. 견디지 못할 만큼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나날들이 지났지만 저는 이제 다시 이 옷들을 입게 되나 봅니다. 살아왔나 봅니다. 어떻게든 살아왔나 봅니다. 하루하루 옷을 벗고 다시 옷을 입으며 살아왔나 봅니다. 산다는 건 먼지 묻은 옷을 하나씩 벗는 일 같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가장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 일일 테니까요. 삶은 부지런한 죽는 연습일지도 모르겠구나 싶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마지막 옷 정리는 내 삶의 마지막 옷 정리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기도했습니다. “이제 저는 깨끗한 옷을 입으려 합니다. 제게 또 한 번의 겨울을 허락하신다면 다가오는 계절 안에서 제가 만나게 될 세상과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주고 돌아와 조용히 그날의 옷을 벗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나눌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떠나간 무대와 목욕탕과 친구들에겐 날개를 달아주세요. 그리고 이 겨울옷들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겨울옷이 되게 해 주세요.” 옷장을 새 옷으로 모두 정리하고 저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알란 파슨즈 프로젝트의 ‘타임’.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만만치 않았던 세월을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위협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은 여전하지만 조심스레 일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겠지만 그 많은 상실들은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희망의 씨앗도 어딘가에 떨어뜨렸을 겁니다. 부족하기만 했던 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느 길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 아주 크게 웃고 아주 힘껏 안아주기로 하면 어떨까요? 그날까지 안녕. 이동우(가수 겸 코미디언) 살며 생각하며 왜 우리는 모빌리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장애로 인해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이동은 어렵게 풀어내야 하는 숙제다.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데, 이 택시를 타는 것도 쉽지 않다. 타려는 사람은 많지만 제한된 예산 때문에 차량이 많지 않아 언제 배차가 될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은 계단으로 승하차가 가능한 버스는 이용할 수 있지만 타야 할 버스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단독 보행에 어려움이 있기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특별교통수단을 통해 이동해야 하지만, 수요보다 부족한 차량 때문에 배차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동권에 어려움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장애인의 이동 방식도 발전해왔고, 이동이 아주 조금은 원활해진 것도 분명 인정할 부분이다. 서울시의 경우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 기준 65.6%에 이르렀다. 물론 서울시의 ‘제3차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2021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75%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저상버스 운행이 전무했다는 걸 보면 발전 속도가 더딘 건 아니다. 지하철 역시 많은 어려움은 존재하지만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전체 지하철역 중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해 지상과 대합실, 승강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역의 비율을 말한다. 시각장애인으로서 40년 동안 살아온 나의 이동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스스로 내 일정을 관리하게 된 청소년기에 나는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지금처럼 역무원이 나와 시각장애인의 환승이나 출입구 찾기를 돕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집과 학교 사이는 비교적 자유롭게 지하철로 이동했다. 경제생활을 하기 시작한 때인 20대부터 난 지하철뿐 아니라 특별교통수단, 택시 등을 이용해 이동했다. 당시 특별교통수단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에서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던 시각장애인 심부름센터 차량뿐이었다. 서울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전신인 심부름센터는 이동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일상 중 일부를 돕는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2000년대 초반의 차량 배차 시스템은 정말 원시적이고 불편했다. 2000년대 초반의 심부름센터 배차 규칙은 전일 예약제를 기본으로 했다. 지금은 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고 싶은 시간에 임박해 배차를 요청할 수 있지만, 20년 전에는 차를 이용하기 전날 정해진 시각에 전화해 예약하는 방식이었다. 차량 예약 시각인 오후 1시가 되기 전 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1시가 되면 미리 입력된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지없이 통화 중 신호음이 들리고,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통화 종료 버튼과 통화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렀다. 운 좋게 전화가 연결되면 차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30분 이상 전화가 연결되지 않다가 겨우 통화가 이뤄지면 배차 완료 응답이 돌아왔다. “배차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에 세상이 무너진 듯한 기분이 들 만큼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원시적 배차 시스템은 당일 배차로 바뀌었고, 배차 시스템이 바뀌고 난 뒤부터는 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여러 이유로 인해 신속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이 택시였다. 경제생활을 막 시작하던 때 시각장애인이 택시를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화로 부르는 콜택시가 유일했다. 콜택시는 원하는 시각에 전화를 걸어 택시를 요청하면 10여 분 내에 도착하기에 편리함은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보다 요금이 비싸 정말 급할 때가 아니면 이용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엔 2017년 서울시에서 도입한 ‘장애인 바우처택시’를 통해 편리한 서비스를 매우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 바우처택시는 보행상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이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콜택시(나비콜·마카롱택시·국민캡)를 이용할 경우 택시 요금의 75%(1회당 3만 원 한도)를 시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역시 배차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목적지가 표시되는 배차 시스템을 가진 콜택시 회사를 이용하다 보니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배차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또한 대형 모빌리티 기업보다 보유 차량이 적은 콜택시 회사가 지정돼 있다 보니 특정 시각이나 기상상황 악화로 인해 배차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비장애인은 마음만 먹으면 터치 몇 번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서너 배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카카오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티맵모빌리티’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가 합작해 만든 ‘우티’, 최근 간편송금 등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전격 인수된 ‘타다’가 도전장을 낸 분위기다. 이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면 아마도 사람들의 이동이 더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통약자인 시각장애인도 이 경쟁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과연 어떤 플랫폼이 좀 더 특별한 서비스와 함께 합리적인 배차 시스템을 통해 자유로운 이동을 도울지, 시각장애인도 해당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만약 그런 모빌리티 서비스가 존재한다면 해당 서비스도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이동, 합리적인 이동은 모두가 누려야 할 자유이기 때문이다. 권순철(칼럼니스트) 문화재 이야기 고려사 ‘고려사’는 정인지, 정창손 등이 1451년(문종 1년)에 기전체로 찬진한 고려의 정사다.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2대 정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연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사료이자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다. 세가 46권, 열전 50권, 지 39권, 연표 2권, 목록 2권 등 모두 139권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사는 1455년(세조 1년) 을해자로 간행된 금속활자 판본과 그 뒤 중종 연간(1506~1544) 을해자 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겼다고 하나, 지금은 1482년(성종 13년)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 1613년(광해군 5년) 을해자본을 번각해 새겨진 목판본의 초간본, 같은 해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의 후대 간행본(17~18세기 추정)이 전해지고 있다. 고려사는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됐으나 고려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됐다는 점 등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해 보물로 지정해 보존하고 연구할 의의가 충분하다. 각 표지의 좌상단에는 ‘여사’라는 표제가, 그 아래에는 권차 표시 대신 고려사의 총권차 표시가 작은 글씨로 묵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