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60호 2021. 2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양우 발행일: 2021. 2.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2-3426-7212,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목차 사람의 향기: ‘대한민국인재상’ 수상한 강원명진학교 박도현 군 4 알짬 정보: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외 15 공감 정책: 새해 달라진 장애인보건복지정책 25 공감 현장: 코로나19 백신,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38 짧은 글 긴 여운: 까치설과 설 51 재활과 건강: 점점 심해지는 무릎 통증, 다시 잘 걸을 수 있을까? 58 이동우의 음악칼럼: 관심과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해요 67 살며 생각하며: AI, 사람의 감성과 숨결은 건드리지 말아야 85 문화재 이야기: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국보 제92호) 94 사람의 향기: ‘대한민국인재상’ 수상한 강원명진학교 박도현 군 “갈매기 조나단처럼 가능성에 도전하는 삶 꿈꿔요” 강원명진학교 고등부에 재학 중인 박도현 군은 다재다능하다. 2014년 전국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스키 부문에 최연소로 출전했다. 2017년 같은 대회에 나가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4km 클래식 블라인딩 부문에서 동메달을 땄다. 강원도 중·고등학생 종합실기대회 음악분야 금관 독주에서 비장애인과 겨뤄 2위를 차지했다. 디자인과 태권도, 육상, 대금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한 박도현 군은 자신을 “여러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며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가능성에 도전하는 삶을 꿈꾼다”고 했다. Q.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A. 시각장애인 최초로 태권도 시범단으로 활동했던 선배가 이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 역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는데, 정말 상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Q. 재능이 참 많습니다.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나요? A. 원인불명의 선천적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어요.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나 잔존시력은 있는 상태였죠. “넘어지니 조심해서 다녀라”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호기심이 많아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다녔어요. 아버지가 장식장에 놓인 장난감을 가져다주려고 하면 “제가 할 거예요” 하면서 직접 의자를 딛고 올라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뛰다가 다쳐도 괜찮다고, 눈이 불편하지만 할 수 있다고 온몸으로 표현한 거죠. 특수학교에 입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부터 철이 들어 조금 조심스러워졌어요. Q. 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스키 부문 최연소 참가 경험이 있네요? A. 선생님의 권유로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시작했습니다. 정규 수업 외에 취미나 특기를 개발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복지관이랑 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접했죠. 쉽지 않은 운동이었어요. 스키폴이 생각보다 날카롭고, 경사도 가팔랐거든요. 게다가 시각장애인은 가이드러너의 안내 없이는 탈 수가 없으니 자괴감만 커지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런 감정이 누그러졌어요. 팀 경기에 참여하면서 서로 간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죠. 그간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이나 혼자서 해내는 기쁨에 도취됐던 건 아닌가 싶어 반성도 했어요. 가이드러너 선생님과 함께 노력한 끝에 동메달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Q.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A. 각기 다른 악기가 모여 하모니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신기해요. 크로스컨트리스키를 하면서 소통과 교류의 중요성을 느꼈던 터라 합주단의 조화로운 음색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합주단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어요. 낮고 중후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 튜바를 맡았는데, 합주에서 하모니의 아래층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음색이 참 좋아요. 장시간 연습하다 보면 팔에 마비가 온 듯 저릿해져요. 풍부한 소리를 내려고 숨을 한껏 토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기도 해요. 그래도 합주에 제 소리가 어우러질 때면 어마어마한 전율이 느껴져요. 악기를 연주하면서 폐활량이 늘었는데 크로스컨트리스키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음악 연습은 방과 후에, 스키 훈련은 방학 중에 이뤄지기에 쉴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무릎 부상을 입기도 했고요. 점자악보를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곡을 그냥 통째로 외워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압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지쳐 무작정 쉰 적도 있었는데, 그럴수록 튜바를 힘껏 불던 숨결이, 스키를 신고 눈을 헤치던 감각이 더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튜바와 크로스컨트리스키 모두 이미 제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요. 그동안 악기랑 장비 구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는데,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특수교사를 진로로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언어장애가 있거나 과잉행동을 보이는 후배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죠. 그런데 이것저것 도움을 청하면서 먼저 다가오는 후배들을 보니 금방 정이 들더라고요.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시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학교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술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학교 밖의 사회와 교류하는 것은 망설이는 후배들이 많아요. 학교 안에서야 모두 같은 입장이지만 학교 밖은 다를 수 있으니 움츠러드는 거죠. 제 경험담을 들려주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는 않나요” 하며 걱정해요. 후배들이 좀 더 용기를 갖고 세상에 뛰어들 수 있게 이끌어주고 싶어요. 특수교사가 되어 좋은 본보기로 남고 싶어요. Q. 새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도 특수교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튜바 연주나 크로스컨트리스키 또한 절대 포기할 수 없죠. 지금 접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갈매기의 꿈’을 믿어요. 오늘보다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던 조나단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망설이지 않을 거예요.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즐거움으로 삼는 박도현 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의 명언이 떠올랐다. “나는 젊음이요, 나는 기쁨이요, 나는 알에서 갓 깬 작은 새다”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껏 날아오르는 그를 응원한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외 01.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예술인지원법)이 시행된다. 장애예술인지원법은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 창작 활동 지원, 작품 발표 기회 확대, 고용 지원, 문화시설 접근성 제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장애예술인지원법 시행으로 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회 설치, 전담기관 지정 등 장애예술인 정책을 추진할 체계를 갖추게 됐다. 중장기 기본계획, 단년도 시행계획, 실태조사 등을 통해 장애예술 현장에 근거해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장애예술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장애예술인의 창작지원 이외에 기반시설 확충, 장애인 고용 지원 등에 대한 근거를 갖추는 등 장애예술인 지원 정책의 영역을 확대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장애예술인을 위한 전문 교육과 찾아가는 장애인 문화예술학교 사업, 시각장애인 연주자 양성 등 장애예술인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애인 예술인력 양성 사업, 장애예술 담론 형성을 위한 국제장애예술주간 사업 등 국제교류 사업을 펼친다. 또한 장애예술 공연장 조성 사업, 장애예술인 일자리 지원을 새롭게 추진해, 장애예술인에게 더욱 많은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예술 분야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한다. 문체부는 장애예술인의 창작·전시·공연 등 문화예술 활동 현황 및 여건, 취업 상태 및 소득 현황, 장애예술인 단체 현황 등의 내용을 포함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문의 044-203-2000 02. 서울시,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 개소 서울시가 학대피해를 입은 장애인이 임시로 머물며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를 개소했다. 이곳은 가정이나 거주시설 등에서 학대받은 장애인을 가해자와 분리해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이다. 이번에 문을 연 쉼터는 연면적 155㎡ 규모로 남녀 간 방이 분리돼 있다. 입소대상자는 성인이다. 미성년 아동·청소년은 기존 1호 쉼터로 분리해 임시보호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인 중 가혹행위, 착취, 유기, 방임 등 학대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입소기간은 3개월 이내다. 단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 입소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쉼터에서 보호기간이 끝난 후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은 지역 내 거주지원 방안을 모색해주고, 장애인 일자리 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연계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120 03. 방통위, 공익채널 및 장애인복지채널 신규 선정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애인복지채널을 신규 선정했다. 장애인복지채널은 방송법 제70조 제3항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정하는 장애인복지 관련 채널을 유료방송플랫폼이 의무적으로 송출하게 한 제도로, 2013년부터 운영돼 왔다. 그 결과 ‘복지TV’가 장애인복지채널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사회복지 분야에는 ‘한국직업방송’, ‘소상공인방송’, ‘다문화TV’가, 과학·문화 진흥 분야에는 ‘아리랑TV’, ‘사이언스TV’가, 교육·지역 분야에는 ‘EBS플러스1’, ‘EBS English’, ‘EBS 플러스2’, ‘MBC NET’이 각각 공익채널로 선정됐다. 문의 02-500-9000 04. 한시련, 2021년 VOD용 가치봄 영화 70편 제작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가 시각장애인의 영화관람 기회를 확대하고자 가치봄(화면해설·한글자막 버전) VOD용 영화 70편을 추가로 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네이버, 케이블TV, 모바일 앱에서 하고 있으며 저작권을 보유한 영화 제작사 또는 배급사의 판권 정책상 소정의 이용료가 부과된다. 네이버 이용 시에는 네이버 시리즈온(serieson.naver.com)에 접속해 영화·방송 → 카테고리 특별관 → 특별관 → 가치봄 영화관에 순차적으로 들어간 뒤 영화를 검색하고 결제 후 관람하면 된다. U+모바일tv 앱이나 올레tv play 앱 이용 시에는 검색창에서 ‘가치봄’을 검색한 뒤 영화를 선정해 결제 후 관람하면 된다. SKB 이용 시에는 리모컨에서 ‘배리어프리’를 검색해 영화를 선정한 뒤 ‘구매하기’를 누르고 대여나 소장 중 선택하면 된다. 문의 02-799-1000 05. 청송교육문화진흥회, 시각장애인 점자 매거진 BF 2호 발간 청송교육문화진흥회가 점자로 읽는 매거진 ‘BF’(barrier free) 2호를 발간했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한국 최초로 특수교육을 받아 특수교사로 활동했던 오봉래 씨를 소개하고, 화면해설 영화 ‘감쪽같은 그녀’와 ‘김복동’을 리뷰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의원이 발의한 시각장애인 관련 법률안 내용을 정리했다. 휠체어 타는 서양화가 김형희 작가의 예술 인생과 촉각그림을 문자해설로 소개해 미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배리어프리 지폐의 필요성을 알리고 미국에서 사용하는 지폐 확인 모바일 앱을 소개했다. 문의 02-3426-7411 06. 2021년 관광두레 지역 22곳 선정 ‘2021년 관광두레’ 신규 지역 22곳이 선정됐다. 2013년부터 시작한 ‘관광두레’는 지역주민을 관광두레피디로 선발해 주민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주민사업체를 창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육성하는 지역관광정책 사업이다. 올해는 부산 영도구/대구 북구/대전 유성구/울산 중구, 울주/경기 광주/강원 강릉, 고성/충북 청주, 음성/충남 천안/전북 임실, 고창/전남 목포, 장성/경북 포항, 영천, 영덕, 고령/경남 양산, 창녕, 고성이 선정됐다. 관광두레 지역과 함께 선정된 22인의 관광두레피디는 지자체와 주민, 방문객과 주민, 주민과 주민 사이에서 중간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조력자로, 해당 지역 주민사업체를 발굴하고 창업지원 활동에 지역주민이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문의 044-203-2866 김수정 기자 공감 정책 새해 달라진 장애인보건복지정책 올해도 장애인과 그 가족의 건강한 자립생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보건복지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말 ‘2021년 장애인보건복지정책’을 통해 돌봄 지원과 소득·일자리 지원, 장애인 등록 개선, 건강생활 지원, 인권 강화 등 총 5개 분야 20개 사업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먼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확대·강화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한다. 서비스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지난해 1만 3,500원에서 1만 4,020원으로 단가를 인상하고, 이용자 수 역시 지난해 9만 1,000명에서 9만 9,000명으로 확대한다. 최중증 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는 지난해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리고 단가 또한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가 65세 이후 노인장기요양 수급자로 전환돼 급여가 감소한 경우에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 급여 감소량이 활동지원 최저구간 미만(60시간)인 자와 시설 이용자 등은 제외된다. 장애아동의 발달재활서비스 및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방과후활동서비스 지원대상자도 확대된다. 발달재활서비스는 지난해 6만 1,000명에서 6만 5,000명으로 늘린다. 주간활동은 만 18~64세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난해 4,000명에서 9,000명으로 확대해 월 100시간의 주간활동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한다. 방과후활동은 만 12~17세 청소년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난해 7,000명에서 1만 명으로 확대해 월 44시간의 방과후활동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한다. 도전적 행동 등으로 그룹 활동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지원을 위해서 가산급여{1만 4,020원(시간당) + 3,000원}를 적용하고 전담 제공인력이 배치된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를 두 곳 추가 지정해 운영한다. 중앙지원단(서울대병원)을 본격 운영해 거점병원의 역량을 강화한다. 행동문제 치료를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가 안심하고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된다. 국립재활원에 장애인전담병상을 마련,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의료기관 및 생활치료센터 입원(입소) 장애인 지원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사를 배치한다. 혈액투석 신장장애인의 경우 인공신장실 또는 이동형투석장치를 보유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을 확보해 확진자가 진료 거부 없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도 단계적으로 올린다. 저소득 중증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을 월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한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와 주거·교육급여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보다 조기 인상할 방침이다.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임금 수준도 향상한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예산과 일자리 수는 지난해 2만 2,396개에서 2만 4,896개로 확대된다. 이는 매년 2,500개씩 늘어날 계획이다. 임금 역시 지난해 월 179만 5,000원에서 182만 2,000원으로 오른다. 장애인 일자리 직종 및 직무 변화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행정지원, 사회복지업무보조 등 단순 업무에서 장애인식개선, 문화·예술공연 등 영역까지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범주에 제조, 영업 등에 필요한 부속 용도의 시설이 포함된다. 종전에는 시설의 입지를 ‘노유자시설용도’ 건축물로 한정했으나, 생산활동에 실제 사용되는 제조·가공 영업장 등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현장 불편 해소에 나선다. 법인단체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지정 신청 자격은 강화한다. 장애인복지단체의 경우 ‘장애인복지사업’ 관련 기준을 강화해 종전까지 법인의 목적사업(장애인복지) 내용만 확인했으나, 올해부터는 목적사업의 실제 수행 여부(최근 2년 사업실적)를 함께 확인한다.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질환이 확대된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15개 장애유형으로 판정기준을 운영해 왔으나, 장애유형별 세부 인정기준 및 판정기준 개정을 통해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장애정도심사위원회 확대 구성 및 기능 강화를 통한 예외적 장애인정 절차도 마련된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및 센터 건립사업이 확대 추진된다. 장애아동이 거주지역에서 전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세 곳(경남권, 충남권, 전남권) 및 센터 여섯 곳{전북권, 강원권, 경북권(경북, 대구), 충북권} 건립이 추진된다. 이 외에도 수도권·제주권 내 우수한 소아재활병원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및 센터로 지정해 재활치료 수요를 충족하게 된다. 현재 권역별 장애치료 및 재활 전담 전문재활병원 설립을 위해 경북권·충남권·전남권 권역재활병원 건립이 추진 중이며, 올해 안에 경북권역재활병원이 개원할 예정이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도 늘어난다. 중증장애인의 접근성 높은 건강검진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소견 수검자 요청 시 진료연계 등 사후관리 서비스 의뢰체계를 구현한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20개소 지정을 목표로, 의료기관의 시설개보수 및 장비구입 부담을 완화하고자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안전·편의관리비를 인상한다. 임신·출산 시 고위험에 노출되는 장애인 산모와 여성질환 대상 보건의료지원을 위해 거점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사업이 진행된다.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 생애주기별 여성질환 의료서비스 및 장애인건강권 교육 등도 실시한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장애 여성의 임신·출산 가이드’를 의료기관에 배포해 의료종사자에게 임신·출산 매뉴얼을 제공할 예정이다.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기간을 단축하고 서류를 간소화한다. 종전에는 보조기기 신청 시 교부까지 기간에 제한이 없었으나 단계별로 소요기간을 규정하기로 했다. 장애인 학대 대응 인프라도 확충한다. 장애인 학대 예방 및 피해장애인 사후지원을 전담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중앙 1개, 지역 17개 + 국비 미지원 1개), 학대피해장애인 쉼터(17개) 각 한 곳을 추가하고, 전화 신고가 어려운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장애인학대 문자·카카오톡 신고서비스를 개통한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학대관련범죄 정의 신설, 학대 예방교육 내실화 및 학대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 특례 규정 마련 등 보호 강화에 나선다. 장애인복지법 시행에 따른 장애인식개선 교육 운영을 개선한다. 장애인식개선 교육 실시 결과를 점검하고, 언론공표, 교육 이수율 기준 미달 기관에 대한 특별교육을 통해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화한다. 생애주기별(영유아, 학생, 성인 등), 직업 종류별(장애인 접촉빈도 높은 직업군 등), 이해 수준별(기초, 심화) 등 세분화된 인식개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장애인식개선 통합관리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주관하는 3개 관계부처(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의 콘텐츠를 포괄하는 종합 플랫폼을 구축한다.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을 위한 주거·복지 융합형 지역사회 전환지원(탈시설) 서비스가 마련된다. 장애인자립지원정책을 수행할 중앙관리기관을 설치·운영해 기존 자립 전달체계 관리를 강화하고, 자립지원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의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중앙센터 한 곳을 신규 설치해 탈시설 정책 등을 종합관리 및 감독하고, 지자체 및 거주시설 협의를 통해 지역사회전환지원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탈시설 지원 매뉴얼 기획 등 중앙 차원의 탈시설 장애인 서비스 전달체계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무연고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장례·잔여재산 처리 절차를 마련한다. 무연고 장애인 거주시설의 이용자가 사망할 시 장례 절차 마련 및 잔여재산 처리 절차를 간소화한다. 김수정 기자 공감 현장 코로나19 백신,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인류사에 획기적인 또 하나의 사건은 초고속으로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백신 관련 개념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기모란 교수(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와 질의응답을 통해 살펴본다. ◇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 Q.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면 나는 언제 맞을 수 있을까? A.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1차 목표는 사망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 집단(요양병원, 요양원 등의 시설 입소자와 고연령자)과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되 국가별로 접종 우선순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은 시설 노인을 대상으로 고연령부터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은 의료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접종 1순위는 고위험 시설 노인과 시설 종사자, 1차 방역 대응요원, 65세 이상 노인, 의료기관 종사자 등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20%인 1,000만 명가량이다. 이후에는 성인 만성질환자, 일반성인 등의 순서로 접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2021년 후반기에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도 백신을 맞아야 할까? A. 그렇다. 코로나19 감염 후 생긴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되어 다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백신으로 인한 면역반응이 더 오래갈 것으로 생각된다. Q. 반드시 2회 접종을 해야 할까? A. 2회 접종을 권고하는 백신의 경우에는 권고사항을 지키는 것이 충분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필요하므로 가능하면 접종 간격을 지켜 2회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만약 2차 접종 시기를 넘겼다면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접종하도록 한다. Q. 백신의 안전성은 믿을 수 있을까? A. 백신은 임상시험 1상, 2상, 3상을 통해 평가한다. 이 중 3상에서는 접종군과 위약군의 이상반응 종류와 발생 수준 등을 비교 평가하는데, 전령아르엔에이(mRNA) 방식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접종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1차보다는 2차 접종 후에 발열,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이 좀 더 많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3상 시험 중에 횡단성 척수염 발생자가 있어 잠시 임상시험이 중단된 적이 있었으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와 시험이 지속되었다. 이후 브라질에서 사망자가 보고되었으나 임상시험이 중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망자는 백신 접종군이 아니라 위약 접종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까지 심각한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100% 안전한 백신이나 약물은 없다. 임상시험보다 많은 대상자가 실제 현장에서 예방접종을 하면서 알지 못했던 이상반응이 나올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우리보다 앞서 접종하는 나라들의 자료도 세심하게 평가해 안전한 접종 방식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Q. 접종 대상자로 선정되면 무조건 접종을 받아야 하나? A. 원하지 않으면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 종사자라면 접종을 하는 것이 본인과 다른 사람을 위해서 권고된다. Q.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이 많은데 우리나라도 백신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 A. 현재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나라들은 중국(3개), 러시아(2개), 미국(4개), 영국·독일(1개) 등이다. 이는 국가 주도 연구소이거나 다국적 제약회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제넥신(DNA백신, 1/2상), 진원생명과학(DNA백신, 1상), SK바이오사이언스(단백질 기반 백신, 1상), 셀리드·LG Chem(벡터백신, 1상), 국제백신연구소·이노비오(미국) 협력(DNA백신, 2상) 등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면역이 오래가지 않아 인플루엔자 백신처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할 수도 있으므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백신에만 기댈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도 국가는 되지 못했으나 이 기회에 백신 개발 수준을 끌어올려 백신주권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 Q. 백신 효과는 얼마나 오래갈까? A. 아직은 충분한 자료가 없다. 임상시험 결과는 대부분 접종 후 2개월까지 결과다. 2021년 여름쯤 되면 3상 임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6개월 이상 장기 효과에 대한 보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Q.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백신을 맞아도 될까? A. 아직은 충분한 자료가 없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백신을 맞는 것은 권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 전에 유전자증폭(PCR)검사로 감염자 확인을 권하지는 않고 있으며,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추후에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백신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자료 수집을 위해서는 접종 전 PCR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Q. 백신 접종자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를 전파할까? A. 아직은 충분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백신 접종자라고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 된다. Q.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면 백신을 맞았어도 효과가 없어질까? A.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보다는 드물지만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 보고된 변이가 현재 개발된 백신 효과를 무력화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으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Q. 임신부도 안전할까? A. 지금까지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 가운데 임상시험 대상자로 임신부를 포함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임신부나 태아에 위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 임신부인데 접종 대상군으로 선정되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접종하도록 권하고 있다. Q. 아이들도 접종을 받을 수 있나? A. 아직 임상시험 결과는 없으나 화이자는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2020년 10월에 시작했다. 따라서 최종 결과는 2021년 여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짧은 글 긴 여운 까치설과 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을 앞둔 날. 막히는 차 안에서 신나게 불렀던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윤극영 작사·작곡의 ‘설날’입니다. 고향 가는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친척 언니오빠들과 놀 생각에, 세뱃돈 두둑하게 받을 생각에 저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지요. 왜 섣달그믐(음력 12월 31일)이 ‘까치설’이라고 불리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까치설’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없습니다. 1935년 한 신문에 이 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문헌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속·민속 연구 권위자이자 국어학자인 고 서정범(1926~2009) 교수의 학설에 의하면, 까치설은 ‘작은 설’이라는 뜻을 가진 ‘아치설’ 혹은 ‘아찬설’이 세월이 흐르며 변형된 것이라고 합니다. 추석을 ‘한가위’라고 했듯이, 오늘날의 설을 ‘한설’이라 부르고 작은 설을 아치설로 불렀는데, ‘아치’라는 말이 ‘까치’로 점차 변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아치는 작은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그렇다면 까치는 설과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동물일까요? <삼국유사>에서 까치와 설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라 21대 임금인 소지왕은 왕후와 외척세력 때문에 죽을 뻔한 위기를 맞습니다. 그때 까치와 돼지, 용의 도움을 받아 소지왕은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돼지와 용은 십이지 동물에 속해 있어 각자 자신의 해가 있으나, 까치는 그것이 없는 동물이기에 소지왕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새해 첫날의 바로 앞날을 까치의 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다른 문헌에는 이야기 속의 까치가 까마귀로 나와 신뢰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겨울 까치에 대한 온정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밖에도 예로부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처럼, 설에 친척과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한 까치 무늬와 비슷한 색동저고리를 설 전날에 준비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까치설에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해지킴’입니다. 수세, 장등, 밤새우기라고도 불리는 풍습이지요. “까치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할아버지 말씀에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려던 기억이 납니다. 자고 일어나니 눈썹에 찹쌀가루와 밀가루가 묻어 있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죠. 목욕하는 풍습도 있습니다. 묵은 때를 벗겨야 한다며 온몸이 시뻘게질 때까지 온탕에 들어간 뒤 서로의 등을 벅벅 밀었습니다. 묵은세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세배가 어른께 드리는 첫 인사라면, 묵은세배는 묵은해에 마지막으로 드리는 인사인데요, “무사히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리곤 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설빔 아닐까요. 설날 입으려고 준비하는 새 옷을 설빔 또는 세장이라고 부르는데, 이날만큼은 오빠나 언니에게 물려받은 옷이 아닌 새 옷을 입게 되니 까치설은 정말이지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어른들은 세뱃돈 준비에 분주하셨습니다. 차례를 지낸 후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면 덕담을 건네면서 세뱃돈을 주셨습니다. 이 풍습은 송나라 때 아랫사람이 새해 인사를 하면 윗사람이 봉투에 돈을 넣어주는 것에서부터 유래됐습니다. 세뱃돈 대신 덕담이 담긴 세뱃글을 넣기도 했다는데, 만일 요즘 아이들에게 이렇게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덕담을 주고받는 고유의 풍습은 사라진 채, 세뱃돈만 주고받는 모습만 남지는 않을지 안타깝습니다. 이번 설에는 그저 온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허리가 좀 휘청거리고 지갑이 좀 얇아지면 어떻습니까. 목욕을 가고, 설빔을 해 입고, 눈썹에 밀가루를 바르며 까르르 웃는 까치설을, 차례 준비를 하고 세배를 드리고 윷놀이를 하며 서로의 복을 기원하는 ‘우리 우리 설날’을 기다립니다. 김수정 기자 재활과 건강 점점 심해지는 무릎 통증, 다시 잘 걸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활기차게 걸어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조금 무리한다 싶은 날에는 무릎이 어김없이 아프고 부어오른다는 분들이 많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 운동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증이 만성적으로 오래 지속되니 우울감이 생기면서 삶의 질도 떨어지는 것 같다. 언제까지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주사만 맞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연 가정에서 하는 운동만으로 다시 잘 걸을 수 있을까? 무릎 통증의 흔한 원인으로는 퇴행성 골관절염, 반월상 연골파열, 인대 손상, 힘줄염 등이 있다. 관절염이나 연골, 인대 손상이 심해 자연 회복이 어려운 경우에는 인공관절 치환술 또는 관절경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 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교정이나 운동으로 대부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좋은 생활습관과 자세에 대해 알아보자. 맨바닥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무릎 꿇는 자세를 하고 나서 무릎이 뻐근하게 아파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릎을 많이 구부리면 무릎 관절 안의 압력이 높아지고 관절막, 연골, 인대가 압박을 받아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무릎 안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무릎을 펴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 줄 필요가 있다. 바닥에 앉는 좌식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이 무릎에 도움이 된다. 또한 허벅지 앞쪽에 위치한 대퇴사두근 강화운동이 여러 무릎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수개월간 꾸준히 이 운동을 할 경우 무릎 주사나 물리치료보다 장기간 지속되는 효과가 있다. 대퇴사두근은 무릎을 펴 주는 근육으로, 사람이 서 있을 때 무릎이 꺾여 넘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걸을 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체중 부하를 이 탄탄한 근육이 대신 감당해 주면 무릎 관절에 손상이 덜 생긴다. 반대로 대퇴사두근이 약하고 위축되어 있으면, 그 큰 충격을 소중한 무릎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렇다면 헬스장이나 복지관에 가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집에서 효과적으로 대퇴사두근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까? 첫째, 바로 서서 양쪽 무릎을 조금씩 구부렸다 펴는 스쿼트 운동이다. 구부릴 때는 무릎에 통증이 거의 안 느껴지는 각도가 적당하다. 더 강도 높게 근력을 키우고 싶다면, 반대쪽 다리를 살짝 들고 근력을 키울 다리만 지면에 댄 상태로 한쪽 다리 스쿼트 운동을 해볼 수 있다. 이때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손으로 테이블이나 책상을 잡고 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부린 상태를 10~15초간 유지한 후 천천히 무릎을 폈다 다시 구부리는 동작 10회 정도를 한 세트로 시행하고, 한 번에 약 3세트씩 하루에 수시로 하면 효과적이다. 둘째, 의자에 앉아서 양 다리를 발목 부위에서 맞대어 놓고 서로 힘껏 저항을 주며 씨름하는 운동이다. 밑에 놓인 다리의 대퇴사두근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손으로 느낄 수 있다. 셋째, ‘세라밴드’와 같이 탄력성 있는 고무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의자에 앉아 고무밴드의 한쪽 끝을 의자 다리에 묶어 고정하고, 반대쪽 끝은 힘을 키울 다리의 발에 묶는다. 역시 대퇴사두근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무릎을 펴고 10~15초간 유지한다. 앉아서 탈 수 있게 고정된 실내자전거가 있다면 외출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적극 활용해 볼 수 있겠다. 자전거 페달에 걸리는 저항을 풀고 가볍게 타면 유산소운동이 되고, 저항을 많이 걸고 천천히 페달을 구르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집 밖에 계단이 있다면 걸어서 올라가며 대퇴사두근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이나 내리막길을 급하게 내려오면 무릎 관절 안에 충격과 부하가 많이 가해져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계단 내려오기는 운동량은 많지 않으면서 무릎만 더 손상될 수 있으므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평지를 걷는 운동도 무릎에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다면 도움이 된다. 무릎 질환이 심해져 수술을 받는다 해도, 위와 같이 수술 전·후에 대퇴사두근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면 수술 후 다리 기능이 잘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잘 걷기 위해 큰맘 먹고 수술을 받았는데, 근력이 약해져서 오래 걷기 힘들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무릎 통증이 주요 증상일 때에도 무릎 관절이 아닌 다른 부위의 문제와 혼동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쉬고 있을 때에도 무릎 주위 통증이 계속된다면, 혹시 허리 디스크탈출 때문에 척추신경이 눌려 생기는 하지방사통이 아닌지 감별할 필요가 있다. 방사통은 주로 엉치, 허벅지, 종아리까지 쭉 저리고 당기는 통증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허리 디스크 문제인데도 허리 통증은 별로 없고 방사통으로 다리만 아픈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 무릎만 치료해서는 증상이 좋아지지 않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쪼록 조기 진단과 좋은 생활습관, 꾸준한 근력운동으로 통증 없이 활기차게 걷는 나날이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범재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동우의 음악칼럼 관심과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해요 사랑받는 희귀, 외면받는 희귀 여러분의 마음속에 한 곳이 있어요. 그리고 전 알아요. 그것이 사랑인 것을 그리고 이 사랑이 훨씬 더 밝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내일보다 더 그리고 만일 여러분이 정말 노력한다면, 이 사랑 안에서 여러분은 느낄 거예요. 그곳엔 맘의 상처나 슬픔은 없다는 것을 그 사랑이란 곳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게 된답니다. 만일 여러분이 살아 있는 생명들을 충분히 소중히 여긴다면 시간을 좀 내세요. 더 나은 사랑을 만들어 가세요. 세상을 치유하세요. 그곳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세요. 당신과 저 그리고 전 인류를 위해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러분이 그 생명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갖는다 해도 더 훌륭한 사랑을 만들어 가세요. 여러분과 저를 위해 만일 여러분이 왜 그래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사랑이란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거짓말을 할 수 없어요. 사랑은 강하답니다. 사랑은 오로지 기쁨에 차서 베푸는 것만을 좋아하거든요. 만일 우리가 노력한다면 우리는 알게 될 거예요. 이런 더 없는 행복 속에서 우리가 느낄 리가 없다는 것을 공포나 두려움을 우리 존재하는 것은 그만둬요. 그리고 삶을 시작해요. 그렇게 되면 이런 느낌이죠. 늘 언제나 커가고 있는 우리한테 사랑이면 충분하다는 그러니 더 큰 사랑을 만들어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요. 세상을 치유하세요. 그곳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세요. 당신과 저 그리고 전 인류를 위해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러분이 그 생명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갖는다 해도 더 훌륭한 사랑을 만들어 가세요. 여러분과 저를 위해 그러면 우리가 맘속에 품었을 그 꿈이 기쁨에 찬 얼굴을 드러내 보일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한때 믿었던 세상이 다시 축복으로 빛날 거예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계속해서 옥죄는 삶을 유지하고 있는 거죠? 왜 이 세상을 다치게 하고, 그의 영혼까지 처단하는 거죠? 명백히 보일 텐데도 말이에요. 이 세상은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이 우리는 그렇게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영혼이 죽게 내버려 두지 말자고요. 전 가슴으로 느낍니다. 여러분 모두는 제 형제들이라고 두려움 없는 세상을 만드세요. 우리는 함께 행복의 눈물을 흘릴 거예요. 보이죠? 나라들이 그들의 칼날을 쟁기의 날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정말로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만약 여러분이 살아 있는 생명들을 충분히 소중히 여긴다면 시간을 좀 내세요. 더 나은 사랑을 만들어 가기 위해 세상을 치유하세요. 그곳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세요. 당신과 저 그리고 전 인류를 위해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러분이 그 생명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갖는다 해도 더 훌륭한 사랑을 만들어 가세요. 여러분과 저를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여러분이 그 생명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갖는다 해도 더 훌륭한 사랑을 만들어 가세요. 여러분과 저를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치유하세요. 여러분과 저를 위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이 세상을 구하세요. -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 가사 전문 사람들은 대부분 희귀한 물건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들이 갖지 못한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커다란 만족감을 느끼고 오랫동안 보물처럼 아끼면서 소중히 다루지요. 이러한 소비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꽤 오래된 판매 전략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한정판이니 리미티드 에디션이니 스페셜 라인이니 런웨이 라인이니 하는 것들 말고도 참 다양하더군요. 경기불황 속에도 엄청난 고가의 명품 브랜드 가게 앞에서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곤 하니까요. 몇 개 안 되는 희귀 신상품을 사기 위해 가게 문이 열리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거래요. 사실 생각해 보면 물건의 종류만 다를 뿐, 누구나 그러한 소비심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엔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을 섰던 적이 많았어요. 기념우표나 크리스마스실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판 장난감을 사기 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전력 질주로 뛰어 들어가던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영화 속 장면도 떠오르는군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소위 ‘빽판’이라고 하는 엘피판을 사기 위해 친구들과 분주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요. 예전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던 삐삐를 세월이 지나서도 못 버리기도 했답니다. 희귀해진 탓이지요. 희귀한 물건은 가격이나 시세를 떠나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되나 봅니다. 그 가치는 다시 높은 상품성을 갖게 되고요. 많은 사람들로부터 애정 어린 눈길을 받게 됩니다. 유리관 안에서 반짝이는 피규어를 본 적이 있어요. 너무 예뻐서 한번 만져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주인이 그러더군요. “그냥 눈으로만 보세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도 쟤만큼 사랑받고 싶다, 나도 쟤만큼 소중히 다루어지면 좋겠다. 나도 보호받고 싶다…. 매해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입니다. 유럽 희귀질환 기구에 의해 만들어진 날이에요. 올해 14회를 맞이합니다. 처음엔 2월 29일을 그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그날의 희귀성에 착안한 것이지만, 희귀질환과 고통받는 그 환자들을 기억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자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28일과 29일을 포함한 것입니다.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7,000여 종에 이릅니다. 국내는 1,000여 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분류 방법에 따라 질환의 숫자는 달라진다고 해요.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조금씩 다른 측면의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아무튼 등록된 질환의 숫자만으로도 이게 희귀한 걸까 싶을 정도로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수는 얼마나 될까요? 국내는 약 50만 명에 이르고요, 세계적으로는 2억 5,000만 명에 달합니다. 놀라지 않으셨나요? 생각보다 너무 많다고 말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살면서 흔히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던 탓이겠지요. 하긴 77억 명의 전 세계 인구 숫자를 대비하면 많다고 하기는 어렵겠군요. 숫자가 적은 탓에 감별 진단을 할 수 있는 전문의도 부재합니다. 오진율이 높고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의사로부터 “나는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다면 치료는 어떨까요. 현재 승인받은 치료제는 전체 질환 종류의 10%도 안 된다고 합니다. 또한 희귀질환의 60%가 유전적 질환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많은 희귀질환자들은 자신의 탄생부터 원망을 갖습니다. 이 분들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우렁차게 불러드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겠죠. 잘못 없이 형벌을 받는 듯한 억울함은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감을 줍니다. 치료할 방법도 없다는 상황에 갇히는 것. 이들에겐 온 세상이 그저 지옥일 수밖에 없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있어요. 바로 사회의 무관심입니다. 사람들의 외면입니다. 왕따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릅니다. 관심은 사람을 살립니다. 아주 간단 명쾌하죠. 그런데 그게 정말 간단 명쾌할까요? 희귀질환자에게 줄을 서서 “나도 관심을 갖겠다”고 모여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꿈에나 나올 광경이겠죠. 그래서 매년 희귀질환의 날에는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관련 행사를 개최합니다. 성실히 알려야 관심도 모을 수 있는 거니까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을 테니까요. 희귀질환은 국가가 나서서 알려야 할 몫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행위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상품성 있는 인간만 관심받는 국가는 국가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의무이니까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적이 있습니다. 근위축성 질환자들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모으자는 세계적인 릴레이 캠페인이었죠. 신분이나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얼음물을 뒤집어씁니다. 당시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백화점 앞에 늘어졌던 줄보다 길었습니다. 희망이란 그런 것입니다. 굳이 다가가서 어깨 두드리며 힘내라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관심의 끈만 놓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요. 같은 조건에서 키우는 화분들 중에 자주 바라봐 주는 화분이 더 잘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요? 관심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받는 사람은 생명력을 갖게 합니다. 진정한 관심이어야 합니다. 보호하고 소중히 다루며 오래오래 같이 살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집념이어야 합니다. 거기엔 그 어떤 조건도 없고 정해진 보상도 없습니다. 소외되고 외면받는 희귀질환과 그 환자들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관심이 극복의 첫 걸음이라고 믿습니다. 관심이 무엇보다 강한 삶의 동력이 된다고 굳게 믿습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이동우 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기자님이 저를 살리셨어요.” 기자는 “네?” 하고 영문을 몰라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답했지요. “기자님이 저에게 만나자고 하셨잖아요. 그 순간부터 저는 지금까지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겁니다. 하하하.”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를 여러분과 같이 듣고 싶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마이클 잭슨도 사는 동안 탈색소성 질환인 백반증으로 많은 불편과 아픔을 겪었군요. 이동우(가수 겸 코미디언) 살며 생각하며 AI, 사람의 감성과 숨결은 건드리지 말아야 바쁘고 치열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은 여가를 활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지친 심신을 위로받는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상당히 많지만,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음악 감상이다. 난 어릴 때부터 음악 듣는 걸 즐겼다. 특히 연주곡보다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즐겨 들었고, 언어의 장벽이 없는 가요를 애청했다. 노래를 듣는 수단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아주 어릴 땐 어머니가 틀어주시는 라디오에서 들었다. 10대 땐 음반가게에서 직접 산 카세트테이프나 CD를 이용했고, 20대 땐 인터넷으로 내려 받은 MP3 파일을 이용했다. 이제는 음악 스트리밍 앱을 통해 노래를 즐긴다. 물론 음악 스트리밍 앱이 LP나 카세트테이프 감성까지 느끼게 해주지는 않는다. CD를 통한 고음질 역시 음악 스트리밍 앱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음악 앱을 통해 시시때때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CD나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들으려면 그것이 보관된 공간으로 가서 원하는 노래가 담긴 앨범을 찾아야 하는데, 검색만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음악 앱은 고른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소장 음반은 소유욕을 채워주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음질이 상한다. 음악 앱은 음질 손실이 적고, 소장하고 싶다면 일정 금액을 지불해 고음질로 다운받으면 된다. 또한 듣고 싶은 노래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자동 선곡 기능은 음악 앱이 내가 듣는 음악 스타일을 학습하고, 그렇게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음악을 자동 재생하는 방식인데,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된 선곡 목록은 꽤 만족스럽다. 이를 활용하면서 시간적, 경제적 이득도 생겼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위해 다른 곡까지 수록된 음반을 사야 하는 과지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폭도 넓어졌다. 기억 속에 자리 잡던 노래를 재생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니, 음악 앱에 들어가는 월정액이 아깝지가 않다. 그런데 최근 AI로 인한 불편함을 느꼈다.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net은 지난해 12월 9일과 16일,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중이 그리워하는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AI로 복원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내용이다. 지난 2008년 4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그룹 거북이의 멤버 터틀맨, 1990년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의 모습과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제작진의 취지와는 달리 이 방송이 시작되기 전 일각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고인을 되살리는 것이 추모인가 존엄성 훼손인가 하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제작 전 고인의 유족, 주변인들, 그리고 오래된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의 동의를 얻었다. 고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추모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답했다. 프로그램을 접한 이들 역시 뮤지션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감동을 표현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세상을 떠난 뮤지션의 모습과 무대 매너는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뮤지션이 남긴 목소리와 숨결, 감성은 AI가 완벽하게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오류를 줄여야 하고, 수행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뮤지션의 모습과 목소리를 복원하려면 뮤지션의 외모 데이터와 목소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해당 동작이나 해당 음, 해당 발음을 적용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정확도를 위해 꾸준히 데이터를 적용하고, 또 적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기에 어쩌면 대중이 느끼는 감동이 배가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수를 보지 못하고, 가수를 목소리로만 기억하는 나로서는 AI로 복원된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들렸고, 해당 뮤지션에게서 느낀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물론 생전에 부르지 않았던 노래를 이 세상에 없는 가수가 부른다는 것, 그것을 듣는다는 건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노래의 가사 전달력이 부족하거나, 기계음 같은 인공적인 목소리가 반복해서 나오거나, 인간의 흉내를 내려고 일부러 부정확한 음을 생성하거나, 파열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노래를 듣는 건 아쉬웠다. 가수에게 느꼈던 즐거움, 기쁨, 슬픔은 온전히 전달받지 못했다. 세상을 떠난 지 10년 이상 지난 가수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당 가수의 목소리 데이터를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도 짐작이 간다. 처음부터 “에이, 이건 AI가 부른 노래야”라는 선입견을 품고 감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는 사람이 불러야 제 맛이 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AI는 우리 주변에서 많은 일을 도와주고 있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가 미치는 영향도 크기에, 장차 수십 년 뒤에는 AI가 인간의 직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 할지라도 AI가 사람의 감성만은, 사람이 내는 숨결만은 건드리지 않으면 좋겠다. 사람이 저마다의 역할이 있듯 AI도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면 좋겠다. 권순철(칼럼니스트) 문화재 이야기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국보 제92호) 고려시대 대표적인 금속 공예품의 하나로 높이 37.5cm의 은입사로 시문된 정병이다. 11세기경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상감청자와 나전칠기 등 상감기법의 발달과 함께 성행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병은 둥근 몸체의 어깨와 굽 위에 꽃무늬를 두르고, 그 사이에 우거진 갈대와 수양버들이 늘어진 언덕이 있으며, 주위로 오리를 비롯해 물새들이 헤엄치거나 날아오르는 서정적인 풍경을 묘사했다. 먼 산에는 줄지어 철새가 날고 있고, 물 위에는 사공이 조각배를 젓고 있다. 이들은 모두 청동 바탕에 문양 부분을 파낸 뒤 은을 박아 장식한 은입사 기법으로 시문됐다. 물을 따르는 부리에는 뚜껑이 덮여 있는데, 구멍을 뚫어 장식하는 기법으로 덩굴무늬를 새기고 그 옆면에 연꽃무늬를 배치했다. 목 부분의 둥근 테두리에 덮인 뚜껑에도 은판을 뚫을새김으로 장식했다. 형태에 있어서는 안정감 있고 유려한 곡선미를 보여준다. 무늬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고려 전기부터 크게 발달된 ‘입사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은입사정병은 여러 점이 알려져 있으나, 이 정병은 푸른 색조와 어우러진 문양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