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59호 2021. 1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양우 발행일: 2021. 1.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2-3426-7212,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목차 사람의 향기: 국내 2호 시각장애인 법관, 김동현 판사의 희망가 4 알짬 정보: 2020년 국가건강검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 외 16 공감 정책Ⅰ: 막 오른 ‘탄소중립 시대’… “세계가 함께 나아갈 방향” 25 공감 정책Ⅱ: 새해 예산 정부안보다 늘어 역대 최대 558조 원 36 공감 현장: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과태료 주의하세요! 45 짧은 글 긴 여운: 성실하고 우직한 소처럼 53 재활과 건강: 날씨가 추워지면 팔다리가 더 뻣뻣해진다 61 이동우의 음악 칼럼: 그래도 해피 뉴 이어! 70 살며 생각하며: 나의 소원 86 문화재 이야기: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 94 사람의 향기: 국내 2호 시각장애인 법관, 김동현 판사의 희망가 “공정한 판결로 종이 위의 죽은 법을 살아 있는 법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립. 공자가 30세에 자립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서른 살을 이르는 별칭이다. 대내외적인 기반을 닦으며 자립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이 시기에 김동현 판사는 시각장애인이 됐다. 의료사고 때문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하고 로스쿨에 다니며 정보기술(IT) 분야 법조인이 되려던 그의 꿈과 계획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묻히는 듯했다. 실의에 빠진 그를 일으킨 건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격려, 그리고 2012년 대한민국 1호 시각장애인 법관이 된 최영 판사의 선례였다. 그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재판연구원, 장애인인권센터 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말, 국내 2호 시각장애인 법관이 됐다. 김 판사는 “같은 장애를 딛고 이겨낸 선배가 있었기에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Q. 판사 임용을 축하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처음엔 합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더라고요. 당락을 확인할 때 잘못 들었거나 컴퓨터 스크린 리더가 잘못 읽은 줄 알았죠. 지금까지도 종종 이게 꿈인가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해냈다는 성취감에 혼자 실없이 웃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강의를 들으며 판사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있습니다. 판결문 작성이나 법리적 해석을 토론하는 실전 부분도 익히는 중입니다. 변호사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변호사가 의뢰인, 즉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야 한다면, 판사는 양측 의견 가운데 가장 중용적인 것을 찾아 조율해야 하거든요. Q.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A. 병원에서 시력을 잃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기가 막혔죠. 밖은 분명 아름다운 5월이었는데 제게는 햇살이 사라진,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한 나날들이었어요. 병상에 멍하니 누워 있는데 ‘사람은 정보의 70%를 눈을 통해 받아들인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시력을 잃고 보니 참 가슴 아픈 말이더라고요. 재미 삼아 보던 웹툰도 못 보고, 책을 읽을 수 없으니 공부할 의욕도 안 나고…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했어요. 환경적인 제약으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사람을 참 무기력하게 만들었죠. Q. 국내 1호 법관, 최영 판사의 선례가 큰 힘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A. 어머니가 그 해 법관으로 임명된 최영 판사님 기사를 읽어주셨습니다. “너도 못할 게 없다. 이미 해낸 사람이 여기 있지 않느냐”며 저를 다독이셨죠. 현실을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시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꼭 해낼 것이다’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누군가 발자취를 남기며 지나간 자리라는 건, 비록 그 길이 좁고 험난할지라도 저 역시 갈 수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복학한 후 강의 내용은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나오는 기계음으로 듣고 익혔습니다. 같은 강의를 듣는 동기들이 고맙게도 필기 내용과 자료를 챙겨주고, 강의실이나 도서관에 갈 때도 늘 동행해줬습니다. 덕분에 우등상을 받고 졸업할 수 있었죠. Q. 달라진 삶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거의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하나하나 적응해 나갔습니다. 복지관에서 받은 간단한 보행 교육조차도 실제로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새로운 판례를 담은 최신 자료를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정인욱복지재단 등의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점자가 익숙지 않아 음성지원 프로그램이 읽어주는 기계음을 귀가 먹먹할 때까지 반복해 들었습니다. 고단하긴 했지만 비관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은 분이 저를 돕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변호사가 된 후에는 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Q. 판사가 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롤모델이 최영 판사님이었기에 자연스레 최종 목표가 정해져 있었어요. 변호사가 된 후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요구되므로, 사건의 심리와 재판에 필요한 조사를 하는 재판연구원이 되면 관련 실무를 더 잘 익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총 세 차례에 걸쳐 치러진 시험에 통과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 연구원으로 2년 근무했고, 남은 기간은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인권변호사로 3년을 근무했습니다. 조선대 김영일 교수님 제의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접근성위원으로도 활동했고요. 그러는 동안 ‘판사가 돼야겠다’는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아마 의뢰인에게서 받은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소외계층의 실상에 고민이 많았군요. A. 그렇습니다. 시력을 잃기 전 장애인복지관에서 가볍게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저분들은 참 힘들겠다’는 감상이 전부였죠. 얕은 관점으로 신체장애만 봤던 겁니다. 그런데 제가 시각장애인이 된 뒤 모바일 앱으로 쇼핑조차 하지 못하는 일상이나, 무인결제기 키오스크를 마주할 때의 답답한 심정을 겪으면서 실상을 깨닫게 된 거죠. 이것들은 법리적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더딥니다. 학대받고 방치된 장애인 의뢰인이나 국민기초생활비마저 착복당한 장애인 노동자를 만났을 때는 법의 사각지대를 절감하기도 했어요. ‘법조인으로서 최선은 무엇일까’를 늘 고민했고, 진정을 내는 등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최종 결정은 판사의 몫이므로 제 목소리가 더 잘 울려 퍼질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건해졌습니다. Q. 장애인 정책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A. 비록 장애가 있다 해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무수한 가능성을 손에 쥘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여전히 정부정책보다 민간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법적·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음에도 인식이 부족해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말씀드립니다. 정부가 장애인 복지에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서주길 희망합니다. 법이 종이 위에서만 머물지 않도록, 우리 생활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모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어떤 쟁점에 대해 판결을 내린다는 건 장애·비장애를 떠나 막중한 책임이 뒤따릅니다. 때론 제가 가진 장애로 인해 의문의 시선을 받기도 할 겁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신중한 헤아림과 공정한 판결로 답하겠습니다. 법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은 저울을 들고 안대로 눈을 가린 모습입니다. 눈을 가린 까닭은 눈으로 볼수록 섣불리 판단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추가 흔들릴 때마다 판단을 곱씹고 헤아리도록 한 거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언제나 흔들림 가운데 공정함을 찾을 겁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법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마지노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2020년 국가건강검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 외 01. 2020년 국가건강검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 2020년 국가건강검진 기간이 2021년 6월까지 연장된다. 연장 대상은 2020년도 일반건강검진 및 암검진으로, 성별·연령별 검진이 포함된다. 사무직 근로자 등 2년 주기 검진 대상자(암검진 포함)가 2020년에 검진기관의 사정 등으로 검진을 받지 못한 경우 2021년 6월까지의 연장기간 내 검진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6월까지 검진 연장을 원하는 경우 국민 건강보험공단 지사 또는 해당 사업장에 2021년 1월 1일 이후 건강검진 대상자 추가 등록을 신청해야 하고, 다음 검진은 2022년에 받게 된다. 비사무직 근로자(1년 주기 검진 대상자)도 2020년에 검진기관의 사정 등으로 검진을 받지 못한 경우 2021년 6월까지의 연장기간 내 검진을 받고 2022년에 다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2021년도 검진을 2021년 하반기에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암을 포함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만큼 암검진은 가급적 연도 내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문의 129 02. 치매 원인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최근 중증 반응성 별세포(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뇌질환으로 인해 크기와 기능이 변한 상태)에서 과량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에 의한 산화스트레스가 치매 발병 원인임을 밝혔다.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으로, 치매 후기 단계에 신경세포 사멸이 유도되면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이에 연구진은 뇌가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초기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반응성 별세포 중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의 사멸과 치매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뇌의 독성 물질과 함께 스트레스,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의 1335 03. 방통위, 미디어교육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방송통신위원회가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 ‘미디온(Medi On)’을 구축했다. 미디온에서는 미디어를 재미있게 풀어 설명한 명사특강부터 미디어와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이해, 생활밀착형 미디어의 활용, 스마트폰이나 드론을 활용한 영상 제작, 미디어 분야 진로 특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유용한 교육을 수강할 수 있다. 특히 교육시설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 농·어촌 주민 등 소외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온은 포털사이트에 미디온(edu.kcmf.or.kr)을 검색하거나 시청자미디어재단 누리집(kcmf.or.kr)을 통해 접속 가능하며, 회원 가입 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2-500-9000 04. 제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작품 공모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이 1월 17일까지 ‘제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작품을 공모한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장애인의 삶과 현실, 목소리를 담아내는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장애인의 시선과 입장이 반영된 영상물이라면 장르와 매체의 형식, 길이, 제작 시기에 제한 없이 출품 가능하다. 공모를 희망하는 사람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누리집(www.420sdff.com)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심사용 제작물과 함께 이메일(420sdrff@hanmail.net)로 제출하면 된다. 단, 심사용 제작물의 경우 영상 내 자막작업이 필요하다. 문의 070-4047-5923 05. I got everything 인천 중구 제2청사점 개소 인천광역시 중구 제2청사에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 ‘I got everything(아이갓에브리씽)’이 문을 열었다. 약 4.5평대 테이크아웃 형태 매장이며,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두 명이 채용됐다. 운영 시간은 주말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2016년부터 중증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 I got everything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61개 매장에 375여 명의 중증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했다. 문의 02-3433-0600 06. 시각장애인 위한 한글점자 ‘훈맹정음’ 문화재 등록 문화재청이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 훈맹정음 점자표 및 해설 원고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했다. 훈맹정음은 박두성이 1926년 11월 4일 반포한 우리나라 최초의 6점식 점자로, 일제강점기 시각장애인이 한글과 같은 원리를 통해 글자를 익히도록 한 고유 문자 체계다.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은 사용법에 대한 원고, 제작 과정을 기록한 일지, 제판기, 점자인쇄기, 점자타자기 등 한글점자 제작·보급을 위한 기록, 기구 등 8건 48점이다. 훈맹정음 점자표 및 해설 원고(제800-2호)는 한글점자 육필 원고본, 한글점자 유래 초고본 등 한글점자의 유래, 작성 원리, 구조와 체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유물이다. 문의 1644-0064 김수정 기자 공감 정책Ⅰ 막 오른 ‘탄소중립 시대’… “세계가 함께 나아갈 방향” ‘탄소중립’을 향한 주요 국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자국 국회 연설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60년 이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대통령 취임과 함께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9년 12월 ‘그린딜’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흡수 대책을 세워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개념으로, 온실가스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참여 과학자 모임(Union of Con cerned Scientists)이 발표한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2018 년 기준)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배출량의 2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미국(15%)이 두 번째였다. 일본(3%)은 인도(7%), 러시아(5%)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고, 독일·이란·한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캐나다(이상 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전 세계 동참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이번에 탄소 배출 상위권에 포함된 국가들이 ‘탄소 순배출 제로(넷제로)’ 목표에 동참하면서 탄소중립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온실가스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세계 각국의 노력이 한 걸음 더 전진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면서 구체화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2℃ 상승할 경우 생태계와 인간계가 ‘매우 높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북해 해빙 완전 소멸 빈도가 1.5℃ 상승 시에는 1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해 복원 가능하지만, 2℃ 상승 시에는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해 복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평균 온도가 2℃ 상승하면 물 부족 인구가 최대 50% 증가하고 빈곤·취약층이 크게 늘어나며, 산호초의 99%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처음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며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 선언 이후 첫 보고 겸 회의인 ‘2050 저탄소발전전략’ 보고회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 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며 “국제적으로 뛰기 시작했는데 우리만 걸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미래 차와 수소경제,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디지털 능력, 그리고 그린 뉴딜을 시작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한국의 강점을 강조했다. 탄소중립 관련 법제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지난해 11월 1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그린 뉴딜 기본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 법제화와 함께 국가기후위기 위원회 컨트롤타워 설치, 기후위기대응기금 설치, 탈탄소산업과 기술 육성 및 녹색금융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조정해야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미 제출했고, 이와 별개로 2020년까지 2050년 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NDC는 자국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해 제출한 2020년 이후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평가받아야 한다. LEDS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정책 비전으로 강제성은 없다. 2015년 우리나라가 유엔에 제출한 NDC에는 2030년에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턱없이 부족한 목표다. 정부는 이에 따라 NDC를 향후 수정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그린 뉴딜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녹색사회 이행을 통한 일자리와 시장 창출 계획으로, 2025년까지 인프라·에너지의 녹색 전환을 위해 총 73조 4,000억 원(국비 42조 7,000억 원)을 투자하고 6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2021년에는 8조 원이 투자된다. 노후 건축물과 공공 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 공간·생활 기반 시설의 녹색 전환에 2조 4,000억 원을 투자하며, 전기·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 충전소 건설과 급속충전기 증설 등에 4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스마트 산업단지를 저탄소·그린 산단으로 조성하고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금융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협정 재가입을 천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재편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익이 없다며 파리협정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역임했던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공약하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공조할 경우 탄소국경세 등 친환경 제재 수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탄소국경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로, 탄소세를 매길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향해 빨라진 국제 흐름에 발맞춰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공감 정책Ⅱ 새해 예산 정부안보다 늘어 역대 최대 558조 원 2021년 예산이 3차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을 위해 정부안보다 2조 2,000억 원 늘어난 558조 원 규모로 편성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일 본회의를 열어 총 558조 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2021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법정 시한 이내에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재석의원 287명에 249명이 찬성, 26명이 반대, 12명이 기권했다. 이날 통과한 예산은 정부안(555조 8,000억 원)에서 2조 2,000억 원 순증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회 심사에서 8조 1,000억 원을 늘리고 5조 9,000억 원을 깎은 결과다. 다만 실질적인 증액과 감액 규모는 각각 7조 5,000억 원과 5조 3,000억 원이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요인 등으로 6,000억 원씩의 증액·감액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정부안보다 늘어난 것은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총지출을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늘었다고 평가했다. 늘어난 7조 5,000억 원은 코로나19 피해 맞춤형 지원과 백신 물량 확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반 마련, 주거 안정 방안, 보육·돌봄 강화 등이 주 요인이다. 감액은 핵심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에서 주로 이뤄졌다. - 3차 재난지원금 내년 설 이전 지급 목표 2021년 예산안 국회 증액 7조 5,000억 원의 내용을 보면, 이 가운데 3조 원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향후 지원대상과 규모, 방식 등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2021년 설 이전에 지급할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도 확대됐다. 4,400만 명분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예산 9,000억 원도 추가 반영됐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세 곳을 조기 완공하고 신규로 한 곳을 추가 건립하기 위해 158억 원의 예산이 증액됐다. 전세난 해결을 위한 3조 2,000억 원의 서민 주거 안정 예산도 추가 반영했다. 신축 매입약정 확대 예산은 1조 6,245 억 원에서 2조 2,990억 원으로 6,745억 원 확대됐으며,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예산도 4,475억 원에서 9,250억 원으로 4,775억 원 증액됐다. 공공 전세형 주택 도입을 위해 예산은 1조 8,563억 원 신규 반영됐다. 이로써 정부가 2021~2022년 공공 전세주택 등 전국 11만 4,000호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관련 예산은 총 10조 8,613억 원으로 정부안 7조 6,222억 원보다 3조 2,391억 원 증액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예산도 3,000억 원 늘었다. 수소충전소 운영비 지원(15억 원)이나 제로에너지건축 확대(235억 원), 자동차 배출가스 관리(286억 원), 에너지절약시설 설치 융자(200억 원) 등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기반을 확충할 재원이 마련됐다. 보육·돌봄 지원 강화를 위한 영아·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도 3,000억 원 추가로 증액됐다. 학대피해아동 지원과 한부모 가정·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예산은 1,000억 원 늘었으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규제자유특구 지정 등 지역경제 활력 예산은 2,000억 원 증액됐다. 이 밖에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1,000억 원), 소상공인 보증 여력 확대(100억 원)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위한 예산도 1,000억 원 늘었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업(15조 원)은 정부안을 유지했다.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비로 20억 원이 증액됐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설계비 147억 원도 반영했다. - 위기 극복 위해 예산 70% 상반기 배정 정부안 가운데 감액이 가장 많은 분야는 일반·지방행정이다. 정부안 86조 5,000억 원에서 1조 8,000억 원이 감액됐다. 이어 산업·중소기업·에너지(-5,000억 원), 보건·복지·고용(-2,000억 원), 국방(-1,000억 원), 외교·통일(-400억 원) 순으로 감액 규모가 컸다. 21조 3,000억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예산은 약 5,000억 원 감액됐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안 대비 3조 5,000억 원 규모로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956조 원으로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0.2%포인트 늘어난 47.3%가 됐다. 2020년 43.9%(4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에 비하면 3.4%포인트 늘었다. 정부는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배정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활력을 조기에 회복하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는 국회가 의결해준 예산을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며 “코로나19 재확산 위기를 맞아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국민의 삶을 든든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공감 현장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과태료 주의하세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 2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12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넉 달 동안 평소보다 강력하게 미세먼지 발생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집중관리 대책입니다. 노후한 차량의 운행 제한, 석탄발전 가동 축소 등을 시행합니다. 제1차(2019년 12월~2020년 3월) 때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7% 감소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2020년 정부는 계절관리제 시행으로 지난 3년간 12~3월 평균 기상과 동일한 상황일 경우 전국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3~6일, 평균 농도는 1.3~1.7㎍/㎥ 저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제2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Q. 평소와 무엇이 달라지나요? A. 전국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중 배출가스저감장치(DPF)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은 수도권 운행이 제한됩니다. 평일 오전 6시~밤 9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운행하면 1일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2020년 10월 기준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전국적으로 142만여 대에 이릅니다. 선박들도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저속운행 프로그램을 시행하는데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등 5대 항만에서 선박들의 50%가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Q. 적극 참여하면 혜택이 주어지나요? A. 석탄발전은 가동을 최대한 중지하고, 중지되지 않는 발전소는 최대출력의 80%로 제한합니다. 산업 부문에서는 전국 160개 이상의 대형 사업장과 협약을 맺어 자발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지자체별로 교통유발분담금 경감 등 혜택을 제공하고, 농촌 지역에서 영농폐기물과 잔재물 불법 소각을 줄이도록 지도합니다. Q. 2019년 제1차 계절관리제 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2019년에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지연되며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하지 못했으나 2020 년에는 11월 16~20일 모의 운행제한을 거쳐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5개 항만의 선박 저속운항 프로그램 참여율도 31%에서 50%로 높이고, 석탄발전 가동 축소도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최대한 늘릴 계획입니다. 1차 때는 겨울철에 전국에서 가동되는 석탄발전 60기 중 최대 15기의 석탄발전이 가동 중단한 바 있습니다. 대형 사업장과 자발적 감축협약을 160개 사업장 이상으로 확대했고 불법배출을 단속하기 위해 첨단 감시 장비를 확충했습니다. Q. 5등급 차량은 모두 운행할 수 없나요? A.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달거나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으로 개조한 차량, 시·도 조례로 정한 영업용 자동차 등은 운행 제한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저감장치 장착이 불가능한 차량(2021년 3월까지)과 저공해 조치를 신청한 차량으로 시·도지사가 저공해 조치 명령을 내린 차량은 단속에서 제외됩니다. 서울시의 경우 저소득층이 소유한 차량은 2021년 3월까지 단속 예외입니다. 정부는 시·도별로 단속 예외 방안을 마련해 첫 시행에 따른 국민 불편·부담을 최소화하고 5등급 차량에 대한 저공해 조치를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환경부와 각 시·도는 배출가스저감장치 부착을 전액 지원하고,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부착할 수 없는 차량이 조기 폐차할 경우 일정 범위 안에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일상 속 실천 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고 친환경 운전습관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공회전이나 과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폐기물 배출을 줄여 소각량을 줄이고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20℃)를 유지하는 것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불법소각이나 불법배출을 보면 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아울러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내를 자주 환기하고 외출 뒤에는 손씻기나 양치질이 필수입니다. 공기청정기나 환기시스템의 필터는 미리 점검해두고 미세먼지가 매우 나쁜 날에는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제2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앞두고 주간예보 권역을 6개 권역에서 19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간예보는 에어코리아(www.airkorea.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짧은 글 긴 여운 성실하고 우직한 소처럼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침울하고 경직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의 해 ‘신축년’에는 소를 닮은 보다 여유 있고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십이지 가운데 두 번째 동물인 소는 방향으로는 북북동, 시간적으로는 오전 1시에서 3시, 달로는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향신이자 시간신입니다.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 예로부터 땅 속에서 씨앗이 싹터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다고 여겨집니다. 소는 부와 풍요를 상징하며, 성실함과 뚝심이 있는 동물로도 꼽힙니다. “소처럼 일해라”라는 말은 요령 피우지 않고 끈기 있게 일하는 소에게서 나온 말입니다. 소는 ‘생구’라고도 불립니다. 생구는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일컫는데, 소를 생구라 부르는 건 사람대접을 할 만큼 소를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이야 식용가축 중 하나가 되었지만,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에게 소는 가족 그 이상이었습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도 소를 키우셨는데요, 자나깨나 소 걱정에 가까운 여행 한번 가지 못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긴 속눈썹에 눈망울은 또 어찌나 예쁜지요. 풀을 혀로 말아 우물우물 씹어 먹는 모습은 사랑스럽고, 가끔 “음매” 우는 소리도 반갑게 느껴집니다. 울던 아이도 “소 보러 가자!”는 소리에 울음을 뚝 그칠 만큼 소는 매력적인 동물이었지요. 화를 잘 내지 않고 순종적인 터라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의 덕이 있다”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다”라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 황희 정승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이 엎치락뒤치락 농부의 쟁이질에 맞춰 열심히 일을 하는 누런 소와 검은 소를 보았습니다. 황희 정승은 농부가 잠시 일을 쉬자 물었습니다. “누런 소와 검은 소 중 누가 더 힘이 셉니까.” 농부는 소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황희 정승의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둘 다 잘 하지만 검은 소는 꾀를 좀 부립니다. 누런 소가 좀 더 잘 하지요.” “아니 그것을 왜 이렇게 몰래 말하는 것이오.” 농부는 입가에 손을 들어 올리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두 소 모두 자식 같은 존재입니다. 만일 검은 소가 들으면 기분 나빠하지 않겠습니까.” 소를 아끼고 사랑하는 농부의 마음이 드러난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소는 농사일을 돕는 일꾼이었고, 집안의 큰 재산이었으며, 급할 땐 비상금으로까지 쓰인 귀한 동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동화작가 권정생의 <황소 이야기>에는 소의 따스하면서도 우직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황소 등 위를 기어오르던 생쥐는 소의 꼬리에 맞아 외양간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쳐집니다. 생쥐는 황소에게 엄마 쥐가 갑작스레 죽어 동생 쥐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랬구나. 그렇다면 어서 구유통 안에 있는 것을 가져가렴. 그리고 동생들이 기다릴 테니 내 등을 타고 빨리 가거라. 몇 번이고 배가 부를 때까지 음식을 가져가도 좋다.” 이후 생쥐가 무려 열네 번이나 등을 타고 넘는데도 소는 묵묵히 견딥니다. 동생 쥐들까지 모두 나와 목덜미, 겨드랑이를 파고드는데도 겨우내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요. 소는 조각이나 회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화가 이중섭은 소를 많이 그렸습니다. 작가는 소가 한국인과 가장 많이 닮았기에 소를 그렸다고 합니다. 휘몰아치는 굵은 선에서 폭발력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때론 일제에 저항하는 강인한 모습을, 6·25전쟁으로 고통스러운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민족의 기백과 신명이 소로 구현된 것이지요. 또한 소는 신성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삼강행실도’에는 호랑이와 싸워 주인을 구한 소가 그려져 있고, <학산담수>라는 문집에는 소를 기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30리나 떨어진 곳에 소를 팔았는데, 소가 매일 울기를 멎지 않다가 출상 날 주인의 상여를 뒤따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소가 새끼를 낳을 때는 신이 도와준다고 믿었습니다. ‘소삼신’이라 불리는 풍습인데요, 소가 새끼를 낳으면 왼새끼줄에 백지를 매달아 사흘 간 외양간 앞에 놓았고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했습니다. 얼마 전 달력과 다이어리를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소처럼 부지런하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우직하게 돌파하고 싶어서입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독자 여러분, 신축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김수정 기자 재활과 건강 날씨가 추워지면 팔다리가 더 뻣뻣해진다 - 뇌졸중 후 경직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 중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마비된 쪽 팔과 다리가 더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는 일이 있습니다. 어깨가 안쪽으로 움츠러들고, 팔꿈치가 구부러지고, 손가락이 세게 쥐어지면서 잘 펴지지 않는 등의 증상이 있다가 차가운 곳으로 나가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데요, 무릎도 뻣뻣해지면서 잘 구부러지지 않고 발목도 잘 들리지 않으면서 걷는 것이 더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마비된 쪽에 생기는 뻣뻣함을 경직이라고 합니다. 대한뇌신경재활학회에서 정리한 뇌졸중 후 경직에 대한 관리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뇌졸중은 뇌에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피가 나서 발생하는 뇌출혈로 나뉘며 두 경우 모두 뇌의 손상을 유발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뇌가 팔, 다리를 움직이는 조절을 잘 하지 못해 힘이 떨어지는 마비가 발생하지만, 척수에 존재하는 반사를 억제하지 못해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경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경직은 주로 빨리 움직이려고 할 때 팔과 다리가 뻣뻣해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관절염이나 골절 후 관절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관절 구축과는 구별되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이나 보행을 어렵게 하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뇌졸중 후 발생하는 경직의 양상은 주로 어깨가 몸 안쪽으로 내전되면서 내회전되고, 팔꿈치가 구부러지며, 손목이 손바닥 쪽으로 과도하게 굴곡되고,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양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다리 쪽에서는 무릎이 신전되면서 뻣뻣해지거나 발목이 바닥 쪽으로 구부러지고 몸 안쪽으로 돌아가는 양상으로 주로 나타나지만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앉아 있는 사람의 무릎관절을 고무망치로 때리면 반사적으로 무릎이 올라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반응을 신장 반사(stretch reflex)라고 하는데, 힘줄이 수동적으로 늘어났을 때 근육이 반사적으로 수축을 일으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뇌졸중 이후에는 신장 반사를 뇌가 억제하지 못해 과장된 반사가 나타날 수 있고, 근육의 긴장도가 고조되어 경직이 발생하게 됩니다. 근육 안에 근 방추라는 곳은 날씨가 추워지면 민감하게 반응해 신장 반사가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더 뻣뻣해지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입니다. - 경직의 치료 방법 뻣뻣해지는 경직은 오히려 서는 데 도움을 주거나 근 위축, 골다공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뻣뻣함이 통증을 유발하거나 옷 입고 벗기 등 일상생활 동작에 어려움을 유발할 경우, 또는 걸을 때 불안정하거나 빠른 피로감을 일으킨다면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스트레칭을 포함한 관절 운동이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변비나 요정체(방광에서 소변을 완전히 비우지 못하는 상태), 내생발톱이나 티눈이 걸을 때 통증을 유발하는 등의 경우에는 유해자극이 경직을 악화시키므로, 이를 확인해 해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경직이 지속되어 불편감과 기능적 장애를 유발한다면 경구 약제 투여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약제는 티자니딘, 바클로펜, 단트롤렌 등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졸림, 간수치 이상 등 약제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한 상품명입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보툴리눔 독소 기반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툴리눔 독소는 국소적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주므로 주름 제거 효과 외에도 국소적 경직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뇌졸중 후 상지 경직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사용을 허가하고 있으며, 초기에 경직 정도에 따라 보험급여 적용이 가능합니다. 효과는 대개 3~6개월 정도 지속되는데, 이후 경과에 따라 반복 시술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주사치료 시 더 정확한 부위 시술을 위해 근전도, 전기자극기, 초음파 등을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뇌졸중 후 상지 경직에 대한 주사는 대개 위팔(상완) 및 아래팔(전완)의 앞쪽 근육에 시행하나, 환자에 따라 어깨 또는 손의 근육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경직을 줄여서 팔이나 손의 기능을 호전시키기 위한 목적의 시술이 이루어지는 경우 주사 후 집중적이고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주사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출혈, 감염, 염증 등이 있습니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는 경우 추가적인 검사나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뇌졸중 후 겨울철 경직 관리 및 치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대한뇌신경재활학회는 이해를 돕기 위한 동영상을 제작해 누리집에 게시했습니다. 아래 주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뇌졸중 후 경직의 이해 https://www.youtube.com/watch?v=cDuQYzD6fDQ ▲ 뇌졸중 후 경직의 치료 https://www.youtube.com/watch?v=e52J8KB64c8 ▲ 뇌졸중 후 경직의 주사치료 https://www.youtube.com/watch?v=8sB8VvLQ7-I 김원석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동우의 음악 칼럼 그래도 해피 뉴 이어! 남은 샴페인은 이제 없어요 불꽃놀이도 끝이 났어요 나와 당신, 우리는 여기에 있지요 허전하고 우울한 기분인 채로 파티가 끝났어요 그리고 아침이 매우 흐려요 어제와는 무척 다르게요 이제 우리가 말할 시간이군요 새해에는 행복하길 새해에는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되길 모든 이웃이 친구인 세상에 대하여 새해에는 행복하길 새해에는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노력할 희망과 의지를 갖게 되길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누워서 죽는 게 나을 거예요 당신과 나 이따금 나는 봐 멋지고 새로운 세상이 어떻게 오는지 그리고 난 그 세상이 어떻게 부흥하는지 우리 삶의 재 속에서 오 그래요, 인간은 바보죠 그리고 인간은 자기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치명적인 약점을 계속 끌고 가요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요 아무튼 계속 길을 가요 새해에는 행복하길 새해에는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되길 모든 이웃이 친구인 세상에 대하여 새해에는 행복하길 새해에는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노력할 희망과 의지를 갖게 되길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누워서 죽는 게 나을 거예요 당신과 나 내겐 이젠 이렇게 여겨져요 우리가 전에 가졌던 꿈들이 모두 죽었고 바닥에 떨어진 색종이 조각보다 나을 게 없다고 또 다른 10년 동안 우리가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 저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89년의 끝에 새해에는 행복하길 새해에는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되길 모든 이웃이 친구인 세상에 대하여 새해에는 행복하길 새해에는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노력할 희망과 의지를 갖게 되길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누워서 죽는 게 나을 거예요 당신과 나 - 아바(ABBA)의 ‘해피 뉴 이어’ 가사 전문 10년 전 제게 일어났던 사고 하나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그날 저는 집에 있다가 산책이나 좀 할까 싶어서 흰지팡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평소 익숙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지요. 길은 한적했고, 새들의 지저귐이 제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오후의 산책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제 발이 어딘가에 걸렸고 순간 균형을 잃은 저는 민망하고 안타까운 모습으로 넘어지고 말았으니까요. 그리 크지 않은 돌덩이였지만, 시각장애인 한 명쯤은 충분히 넘어뜨릴 수 있는 골목길 한복판에 놓여 있었던 거죠. 시각장애인은 넘어질 때 아무런 요령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낙법이니 뭐니 하는 걸 쓰지 못합니다. 작은 사고에도 크게 다치거나 2차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지요. 많이 아팠습니다. 무릎도 아프고 손과 팔꿈치도 까진 것 같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흰지팡이가 어디로 굴러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속수무책 망연자실. 볼 수 없는 사람이 주변의 도움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의 그 심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적한 골목엔 지나가는 행인이 없었고, 앞으로는 조금 복잡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은 길로 산책을 나가야 하는 건가 싶어 우울해질 때쯤이었습니다. “동우 씨 아니세요? 왜 거기 계세요?” 어느 아주머니의 음성이 들렸고 저는 그분이 가까이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저… 넘어져서 흰지팡이를 놓쳤는데요. 어디로 굴러간 것 같아요. 혹시 보이면 주워 주시겠어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흰지팡이를 가져다 제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돌에 걸리셨구나. 제가 잠시 같이 걸어가 드릴게요. 여기 정말 큰일 나겠어요. 바로 앞에는 맨홀 뚜껑이 열려 있네.” 저는 심장이 멎는 것처럼 놀랐습니다. “네? 맨홀 뚜껑이 열려 있다고요?” “네, 그러니 조심하라고 이 돌을 앞에 가져다 둔 것 같아요. 차라리 여기 걸려 넘어진 게 다행이었네요.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저는 구청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했고,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섬주섬 약 상자를 뒤져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도 발랐습니다.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 안에 번졌습니다. 돌에 걸려 넘어진 건 불행이었을까, 다행이었을까? 불행이 더 큰 불행을 막아주기도 하는 걸까? 그렇다면 불행을 맞았을 때 이건 불행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여길 수 있을까? 사는 건 정말 1분 앞을 모르고 1미터 앞을 모르는 거구나. 그런데도 걸어가는 거구나.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그저 걸어가는 거구나. 그렇다면 크게 기뻐할 일은 무엇이며 크게 아파할 일은 또 무엇일까…. 상처가 난 손과 무릎이 쓰렸지만 담담하게 하루를 보냈던 그 날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났고 또 한 해가 지나 이제 새해를 맞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넘어뜨렸습니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는 전 세계 수많은 사상자와 치닫는 경제 위기 그리고 상실감과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일 년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 100% 취소되었으니까요. 급하게 요청이 들어온 한두 개의 일이 있었지만, 대출금 상환은커녕 생활비도 벌지 못하는 정도였습니다. 속수무책 망연자실.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투덜대며 살았지만, 지난해만큼은 어서 한 해가 가기를 바랄 정도였습니다. 새해가 되었지만 악질 바이러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떠나왔지만 우주선에 딱 달라붙어 온 영화 ‘에이리언’의 장면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새해는 모름지기 언제나 그러하지 않았던가요. 보신각 타종을 들으며 지난 한 해의 자신을 돌아다보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 기분 좋은 기대와 상상으로 서로 덕담을 건네지 않았던가요. 코로나19가 온전한 불행의 시작과 끝일까요. 코로나 사태를 먼 훗날 돌이켜보며 ‘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었다’라고 여길 수는 없을 겁니다. 참담한 희생은 영원히 인류의 가슴을 무겁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아닐까요. 어찌해서 이 일이 일어났는지 미래에는 어찌해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서로 돕고 또 도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결코 외로움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비대면이 외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고 나던 날의 저처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곤 합니다. “코로나가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어”, “코로나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몰라”, “코로나로 세상은 또 한 번 변화하고 발전할 거야”라고요. 분명한 건 지금 당장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도와야만 한다는 겁니다. 코로나로 망했다는 사람, 코로나로 흥했다는 사람. 이렇게 나뉜 채로 끝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게 나뉜 모습이 세상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희망이 잘 안 보이는 이유는 희망이 절망 바로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바닥에 완전히 엎어진 사람이 희망을 봅니다. 그렇게 다시 일어선 사람은 발걸음에 더 굳건한 용기가 깃듭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악질 코로나 시대가 끝날 수도 있고, 더 큰 변종 바이러스가 또다시 세상을 넘어뜨릴 수도 있겠지요. 여전히 우리는 1분 앞을 모르고 1미터 앞을 못 보며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는 오늘 우리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비 오는 날이라면 우산 쓰고 가야 하고 오늘이 눈 오는 날이라면 미끄러워도 조심조심 가야 할 테죠. 미세먼지 나쁜 날이라면 마스크를 쓰고 가야 하고, 태풍이 오는 날이라면 잠시 몸을 숨겼다가 가야 할 것입니다. 생일이라면 맘껏 즐거워야 하고, 데이트 날이라면 맘껏 설레고 달콤하게 보내야겠죠. 진학이나 취업에 성공한 날이라면 종일토록 신나게 내달려도 되고, 자녀가 태어난 날이라면 뜨겁게 감동하며 눈물을 흘려도 좋겠습니다.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내주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테의 말이라면서요. “지금 지옥이라고 생각된다면 계속 걸어가라”. 새해입니다. 저는 외치겠습니다. 그날 그 골목길에 서서 외치렵니다. 해피 뉴 이어, 그래서 해피 뉴 이어, 그래도 해피 뉴 이어, 아무튼 해피 뉴 이어, 앞뒤 볼 것 없이 해피 뉴 이어! 이동우(가수 겸 코미디언) 살며 생각하며 나의 소원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이 가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설렘이 가득해야 하나, 코로나 때문에 가는 묵은해를 제대로 배웅하지 못하고, 오는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지 못한 것 같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제대로 내지 못했으나 새해를 맞는 마음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였으면…’이다. 많은 사람이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새해가 되면 가깝게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 멀게는 조국 통일과 평화 번영이라는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시각장애인은 소원 하나가 더 있을 것 같다. 바로 ‘눈을 뜨고 싶다’이다. 분명 시각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그 소원을 품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외할머니는 항상 입버릇처럼 “네가 눈을 꼭 뜨는 게 소원”이라고 말씀하셨다. 가끔 보는 친지들도 “의술이 발전하면 분명 네 눈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주셨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어느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소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선생님은 소원이 뭐예요?”라는 물음을 던지자 선생님은 다소 뜻밖의 대답을 하셨다. “선생님은 여러분이 다니는 맹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갓 입학한 우리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왜 맹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는지 어린 나이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중에 의학이 발달해서 여러분이 가진 장애가 없어지면 맹학교 역시 필요 없으니까요.” 그제야 선생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선생님의 소원은 시각장애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대부분의 장애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질병과 사고로 장애를 가진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의 가족과 친지, 장애인 관련 종사자들이 품은 소원이 멀어지고 있다. 장애는 상당히 불편하고, 그 불편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편은 자괴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나 또한 모든 장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갖고 있다. 적어도 장애 때문에 일상생활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나의 새해 소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새해에는 시각장애인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보행 내비게이션이 개발돼 다시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헤매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길 바란다. 독립 보행이 어려워 콜택시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택시 배차가 좀 더 원활하게 이뤄져 시각장애인이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는 시각장애인이 다시는 이동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 좋겠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 시각장애인도 자차로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새해부터는 시각장애인이 좀 더 다양한 직업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이 또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담당 기관이 좀 더 다양한 교육과 고용 시스템을 개발하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직업 영위를 위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깨져서 지금보다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또한 직업을 가진 시각장애인이 장애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길 바란다. 셋째, 새해엔 시각장애인이 즐거운 문화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워주는 책을 시각장애인이 좀 더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길 바란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상영하는 영화, 드라마 등에 음성해설이 추가돼 시각장애인도 재미있게 드라마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길 바란다.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 고궁, 박물관 등에 현장해설 서비스가 도입돼 시각장애인이 마음 놓고 여가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식당, 상점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각장애인이 현명하고 자유로운 소비를 할 수 있길 희망한다. 이 소원들은 ‘장애가 없어지는 것’에 비하면 꽤 현실성이 있다. 이 중에는 당장 이뤄질 수 없는 소원도 있고, 가깝게는 수년, 멀게는 수십 년째 반복되는 소원도 있다. 그렇다 보니 2030년 새해에도 같은 소원을 빌게 될까 자못 걱정된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런 소원을 갖는 건 큰 의미가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열거한 소원들이 이뤄진다면 시각장애인은 지금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주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장애가 더는 장애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권순철(칼럼니스트) 문화재 이야기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완형의 통일신라시대 범종 중 하나이다. 높이 3.66m, 입지름 2.27m, 두께 11~25cm이며, 무게는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 측정한 결과 18.9톤으로 확인되었다.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을 만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뒤를 이어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해 ‘성덕대왕신종’이라고 불렀다. 이 종은 처음에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하며, 아기를 시주해 넣었다는 설화로 인해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린다. 종의 맨 위에는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동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는 용머리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다. 종 몸체에는 상하에 넓은 띠를 둘러 그 안에 꽃무늬를 새겨 넣었고, 종의 어깨 밑으로는 네 곳에 연꽃 모양으로 돌출된 아홉 개의 연꽃봉오리를 사각형의 연곽이 둘러싸고 있다. 연곽 아래로 두 쌍의 비천상이 있고, 그 사이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가 연꽃 모양으로 마련되어 있다. 몸체 앞면과 뒷면 두 곳에는 종의 내력이 새겨져 있다. 특히 종 입구 부분이 꽃모양으로 굴곡진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통일신라 예술이 각 분야에 걸쳐 전성기를 이룰 때 만들어진 종으로 화려한 문양과 조각수법은 시대를 대표할 만하다. 또한 몸통에 남아 있는 1,000여 자의 명문은 문장뿐 아니라 당시의 종교와 사상을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금석문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