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216호 2025. 10. 발행처: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최휘영 발행일: 2025. 10.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2-3426-7511, 044-203-3012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그곳에 가면: 진주남강유등축제 4 아름다운 사람: 배리어프리 공연 기획하는 ‘보들극장’ 대표 고태영 씨 7 알짬 정보: 충청남도, 장애인 248명에 점자정보단말기·영상확대기 보급 등 21 공감 정책: 시각장애 대상 맞춤형 현장영상해설 운영 등 33 공감 현장: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 박찬종 선수 45 특집: APEC 2025 KOREA 60 김예원 변호사의 쉽고 재미있는 형사사법: 사례를 통한 수사 진행 과정을 알아봅시다 66 우리에게 힘이 되는 복지서비스: 장애인 편의시설 74 살며 생각하며: 불낸 집 애 85 그곳에 가면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오는 10월 4일부터 19일까지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성과 진주 남강 일원에서 열린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에 기원을 두고 있다. 1592년 10월,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을 비롯한 3,800여 명의 수성군과 진주성을 침공한 2만여 명의 왜군이 진주성 전투를 벌였다.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진주성 수성군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진주 남강에 유등을 띄워 왜군을 저지하는 한편 성 밖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훗날 진주 사람들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순국선열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유등을 띄웠는데, 이것이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수많은 화려한 유등과 함께 사랑다리 건너기, 소망등 달기, 유람선 타기 등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진주 남강 벼랑 위에 있는 촉석루에 가볼 것도 추천한다. 1241년에 창건하여 8차례의 중건과 보수를 거쳤던 이 누각은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이다. 전쟁 시에는 지휘 본부로, 평상시에는 향시(과거시험)를 치르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촉석루 아래에는 진주성 전투에서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죽은 의암바위가 있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일시: 2025년 10월 4일~10월 19일 장소: 경상남도 진주시 강남로 287(강남동) 문의: 055-761-9111(진주시·진주문화예술재단/진주남강유등축제 제전위원회) 아름다운 사람 배리어프리 공연 기획하는 ‘보들극장’ 대표 고태영 씨 - “모두에게 보이고 모두에게 들리는 문화 콘텐츠 만드는 그날까지…” 보들극장은 장애 이해 전문 교육기관으로 배리어프리 공연 기획사이다. 과거 아나운서로 일했던 고태영 씨는 ‘카메라로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을 무대에서 얻고 싶고, 그것이 다양한 사람을 위한 거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보들극장을 설립했다. 지난 2023년 장애인식개선교육 우수기관으로 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각 연령과 직업군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모두에게 보이고 들리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들극장을 소개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보들극장은 인형극과 연극, 토크콘서트, 강연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장애인식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서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연극 연구’를 논문으로 썼고 이것이 회사 설립으로 이어졌어요. 대학원 재학 시절, 작가 및 배우들과 함께 팟캐스트 형식으로 라디오 뮤지컬을 선보였는데, 이때 시각장애인의 존재를 깨달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라디오 뮤지컬을 챙겨 듣고 있다’는 피드백에 ‘시각장애인은 공연 관람에서 배제돼 있었는데 생각이 짧았구나’, ‘이 콘텐츠가 시각장애인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섰고, 장애인 관객을 위한 맞춤형 무대 공연 제작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보들극장은 시각장애인에게도 보이고 청각장애인에게도 들리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Q. 보들극장만의 특징을 알려주세요. A. 기존 작품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들 땐 기존 창작자와 제작자의 동의를 구하고 협의를 거칩니다. 가령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해설 대본을 만들고,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자막 대본이나 수어를 제공하는 거죠. 장애인 관객 맞춤으로 창작할 때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객을 정해요. 관객의 감각과 특성을 강화해 연출하는 것인데요, 청각적인 즐거움과 다변성에 힘을 준다든지, 보색 대비와 이미지 크기 조절 등을 고려해 제작하는 거죠. 대본을 직접 쓰고 대사, 음향, 음악을 강조한 연출을 해 관객을 만납니다. Q. 특수 장치도 있나요. A. 터치투어는 공연 전후 관객이 무대 세트와 소품, 의상 등을 만져보는 프로그램이에요. 세트 그대로를 만지는 경우도 있지만, 터치투어용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해요.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는 청각장애인 관객이 음악을 즐길 때, 가사 자막이 음악 비트와 정서에 맞게 움직이게 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이에요.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텍스트의 위치, 크기, 색상 등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는 거죠. Q. ‘아빠가 사라졌다’라는 창작극도 반응이 좋다고 들었어요. A. 라이선스를 가진 제작사에서 대본을 제공해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작업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창작에도 욕심이 생겼어요.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해 가족 드라마를 썼고, 장애인 배우가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가령 전맹인 시각장애인 배우가 조금이라도 안무하기를 바랐던 제가 이 부분을 요청하자 연출자와 안무가는 난색을 보였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안무를 시도했는데, 그 과정이 비록 순탄치 않았지만 보람 있는 성과로 남아 있어요. 현재는 배리어프리 공연은 진행하지 않고,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만 만들고 있어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네버랜드에서 온 세종과 베토벤’, ‘깜비와 떠나는 다름 여행’이 그 예입니다. 학교나 공공기관을 방문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공연 중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A. 장애인 배우를 만난 일, 비장애인 배우의 인식 변화도 큰 성과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관객이에요. 처음 공연을 선보이던 날, 200석 객석이 모자라 통로 계단에까지 관객이 앉았어요. ‘어떡하지? 이 많은 분 앞에서…’ 했던 부담도 잠시, 관객 모두가 즐거워하고 긍정적인 호응을 보내줬어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곧장 자리를 뜨지 않고, 저와 배우에게 “또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해줬어요. 그것이 차기작을 준비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안내견과 함께 온 관객도 있었는데, 당시 국회에 안내견이 입장하지 못하고 버스 승차도 거부됐던 때였기에 뿌듯했습니다. Q. 힘들 때도 있겠습니다. A. 공연은 여러 사람이 만나 수개월간 몸으로, 입으로 부딪쳐가며 제작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했을 때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그로 인해 사소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겠지요. 연출과 배우가 다투는 일도 있어 힘들기도 했어요.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저만의 오답 노트를 썼습니다. ‘비장애인 참여자를 위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먼저 해야겠다’, ‘장애인 배우에게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상황과 연습 과정에 대한 디테일을 상세히 알려줘야겠다’ 같은 글을 적어, 이후 작업에서는 그 부분을 개선하도록 했어요. 이후에는 놀랍게도 갈등이나 마찰이 줄었어요. 항상 공연이 끝난 뒤 연출자도, 배우도 웃으며 격려했어요. 이것이 공연 예술이 지닌 힘이고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주변에서 격려도 많이 받았겠어요. A. 예전 직장의 동료가 15년 만에 연락을 해 응원한다고 말해줬어요. 직장 상사였던 분은 어느 날 전화를 걸어, “그 사이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이런 일에 나서줘서 고맙다”고 격려해 주셨어요.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자기 스스로 더 단단해져야 하고, 소명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지닌 신념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티끌만큼이라도 이바지하자’예요. 경영자 입장에서는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자’고 늘 다짐하죠. 주변으로부터 ‘이성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요, 가슴 뜨거워지려고, 온화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이익만 좇다 보면 설립 초기 가졌던 사회적 책임감을 잃을 듯해서, ‘눈앞의 이익만 생각지 말고 프로젝트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고 늘 다짐해요. Q.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A. 30대에는 직업적 성공과 명예를 목표로 삼았지만,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을 꿈꾸게 되었어요. 여러 가지 사건과 힘든 일을 겪으면서 저 또한 포기하고 싶거나 비뚤어지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어요. 건강한 심신을 가져야 세상도 밝고 건전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면을 아끼는 걸 중요한 꿈이자 계획으로 삼고 있어요. 보들극장으로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이해와 노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고 싶고, 장벽을 허무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요. AI와 로봇의 시대지만 역설적으로는 인간의 인성 함양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 한 스푼을 첨가하는 역할을 다부지게 해나가길 기대합니다. <박스> 장애인식개선 소통연극 시리즈 ‘네버랜드 시리즈2: 투치의 마법을 풀려면?’ 현재 보들극장은 어린이를 위한 장애 이해 소통 콘텐츠를 5개 보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네버랜드 시리즈2: 투치의 마법을 풀려면?’을 선보일 예정. 보들이(자폐성장애)와 후크, 피터팬(지체장애)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발달장애, 그리고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데, 그중 일부분이 유튜브로 선공개되었다. 한편, 보들극장은 장애인 강사를 상시 모집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사람은 누리집(http://bodlenara.co.kr) 게시판에 문의하면 된다. 문의 02-6052-3334, bodlenara@gmail.com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충청남도, 장애인 248명에 점자정보단말기·영상확대기 보급 등 01. 충청남도, 장애인 248명에 점자정보단말기·영상확대기 보급 충청남도가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248명에게 오는 10월 말까지 점자정보단말기와 영상확대기 등 정보통신보조기기를 보급한다. 이번 사업에는 모두 1천 16명이 신청했으며, 충청남도는 시각장애인, 지체·뇌병변장애인, 청각·언어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로 서류 심사와 심층 상담을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했다. 보급 품목은 점자정보단말기, 영상확대기, 언어훈련 소프트웨어, 의사소통 보조기기 등 130종이다. 일반 장애인은 제품 가격의 80%,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은 90%를 지원받는다. 문의 041-120 02. 국립 김해숲체원 10월 준공 부산·경남권 최초의 국립 숲체원 ‘국립 김해숲체원’이 오는 10월 준공한다. 국립 김해숲체원은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 금동산 자락 산 138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교육·체험·치유가 어우러지는 종합형 산림 복지시설이다. 숲체험 교육시설, 강당, 산책로를 비롯해 300명을 수용하는 숙박동을 갖춘 체류형 관광시설로 산림 교육, 치유, 산림 레포츠 등 종합적인 산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숲체원 중 최초로 전 시설물에 장애물이 없는 배리어프리 인증을 추진한다. 국립 김해숲체원은 준공 이후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문의 055-330-3114(김해시청) 03.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 독후활동 대회 공모 국립장애인도서관이 10월 12일까지 ‘제18회 장애인 독후활동 대회’ 작품을 공모한다. 응모 부문은 연령(아동·청소년부, 성인부) 및 장애 유형(시각, 청각, 지체, 발달장애) 구분에 따라 총 8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제출 형식은 ▲글(감상문, 일기, 서평 등 A4 3매 이내)과 ▲그림(감상화, 만화 등 8절 도화지 1매 손 그림) 중 선택할 수 있다. 글과 그림 한 작품씩 제출할 수 있지만 한 분야에 여러 작품을 제출할 수는 없으며, 중복 수상도 불가하다. 대상 도서는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으며,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소장·연계해 제공하는 대체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시상은 개인과 참여 기관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이 수여된다. 문의 02-6000-4465 04. 제주장애인예술가 초대전 ‘존재한 순간’ 개최 제주도 돌문화공원관리소가 도내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한 기획전시 ‘존재한 순간’을 10월 12일까지 오백장군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주장애인예술가협회 초대전으로 회화, 한국화, 서예 및 문인화, 도예 및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예술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장애 예술인들이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고 예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온전하게 피워낸 결과물로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장애 예술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전시인 만큼 QR코드를 통한 전시 안내, 점자 설명, 큰글씨 작품 소개, 직접 만질 수 있는 촉각 작품, 휠체어 이용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작품 배치 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전시 공간을 구현했다. 문의 064-710-7732 05. 가수 싸이, 전국체육대회·장애인체육대회 특별 홍보대사 위촉 가수 싸이가 10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2025년 전국체육대회·장애인체육대회’ 특별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싸이는 2001년 가수로 데뷔한 이후 챔피언, 강남스타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전 세계에 K팝 열풍을 일으켰다.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싸이흠뻑쇼 공연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선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도전 정신과 대표곡 ‘챔피언’을 통해 전하는 도전과 화합의 메시지가 전국체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어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38개 경기장에서 31개 종목으로 열린다. 문의 051-888-6701 06. 경기관광공사, 무장애 관광 신규 코스 개발 확대 경기관광공사가 시·청각 및 지체, 발달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등 6개 유형의 관광 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무장애 관광 신규 코스를 개발해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경기관광공사는 오는 10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지체장애인을 위한 가평 코스 등 시범관광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 숲 해설, 가평베고니아새정원 체험 등 코스를 직접 경험하며 이동 편의성과 접근성을 점검한다. 이후 보완된 최종 코스 정보는 ‘무장애 경기관광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다. 특히 올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동반 코스, 영유아 동반 가족을 위한 쌍둥이 유아차 코스, 고령자를 위한 부부 여행 코스 등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코스를 새롭게 개발했다. 문의 031-259-4700 07. 삼육대, ‘2025 KPC 장애인스포츠 심판아카데미’ 운영 삼육대학교가 ‘2025 KPC 장애인스포츠 심판아카데미’를 11월 28일까지 운영 중이다. 이 과정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상임심판의 공정성과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매년 실시되는 연수 프로그램으로, 올해 심판아카데미는 일반 과정, 보수 과정, 심화 과정, 상임 과정으로 나눠 진행한다. 일반 과정은 종목별 신규 등록자와 미수료자를 대상으로 장애인스포츠의 이해와 안전, 심판 윤리, 선수 인권 등 기초 자질을 교육한다. 올해는 ‘장애인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장애인스포츠 CPR & 응급처치’ 등 참여형 실습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문의 010-8713-5589 08. ‘2025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2025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아이디어 공모전’을 오는 10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참여 대상은 중증장애인의 고용 확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은 국민이다. 참가자는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신규 직무 개발 관련 주제를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실행 계획을 작성해 공모전 전용 홈페이지에 접수하면 된다. 올해는 기존 글자 형식 외 영상이나 이미지 형식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4차 산업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아이디어는 가점을 받는다. 수상자에게는 고용노동부 장관상, 공단 이사장상 등이 수여되며 심사 결과는 10월 2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누리집을 통해 발표된다. 문의 1588-1519 공감 정책 시각장애 대상 맞춤형 현장영상해설 운영 등 01. 시각장애 대상 맞춤형 현장영상해설 운영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시각장애인 대상 궁궐(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종묘) 현장영상해설 서비스에 조선 왕릉 ‘태릉’ 프로그램을 개발, 12월 5일까지 운영한다. 현장영상해설 서비스란 시각장애인의 안전하고 풍부한 관람을 위하여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상세한 묘사와 방향, 거리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도록 돕는 전문 해설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추가된 ‘태릉’ 프로그램에서는 조선왕릉역사문화관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안내판과 돌로 만들어진 동물 모형들(석호, 석양)을 직접 만져보며 조선 왕릉의 위치와 구조를 파악하고, 다양한 촉각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약 접수에 따라 수시로 운영(일요일, 공휴일, 휴관일 미운영)되며, 서울관광재단 현장영상해설 사무국을 통해 전화로 희망 일정과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다누림관광 누리집(www.seouldanurim.net) 내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의 서울관광재단 현장영상해설 사무국(02-393-4569) 02. 지자체-마을-취약계층을 하나로 연결하는 3중 안전망으로, 빈틈없이 재난 정보 전달한다 호우·산불 재난 상황 시 발송되는 재난 문자 한계를 보완한 ‘재난 정보 전달체계 개선 대책’이 발표됐다. 행정안전부는 기존 재난 문자 중심의 단편적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지자체(재난 문자) → 마을 단위(예·경보시설) → 취약계층(인편 지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중첩 전달체계를 구축해 정보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지자체는 실제 위험 상황을 국민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위험도에 따라 재난 문자 종류를 구분하고 ‘언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즉시 판단할 수 있도록 재난 문자 표준문안을 정비한다. 마을 단위는 어르신, 휴대전화 미소지자, 통신장애 지역 주민 등도 재난 정보가 전달되도록 사각지대를 보완한다. 지자체의 ‘스마트 마을 방송’ 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사전 동의한 취약지역 주민에게 자동 음성전화로 재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한다. 고령자, 장애인에게는 직접 찾아가 재난 정보를 전달하고 대피를 돕는다. 극한 호우가 예보될 경우, 마을 방송이나 방문을 통해 취약지역 주민에게 대피소 위치를 사전에 안내하고, 주민대피지원단(마을순찰대) 또는 대피도우미가 방문해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안내서(‘재난정보전달 길라잡이’)를 제작해 관계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문의 안전예방정책실 재난정보통신과(044-205-5284) 03. 국민권익위원회, ‘영문장애인등록증’ 발급 권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영문운전면허증처럼 해외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정보를 영문 병기한 ‘영문장애인등록증’을 발급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해외 유명 관광지 중에는 장애인임을 증명하는 경우 입장료 할인이나 무료 입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곳이 적지 않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여행 전 별도로 영문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종이 문서로 발급되는 영문장애인증명서는 훼손이 쉽고 보관이나 사용의 불편함을 감수하여야만 했다. ‘영문장애인등록증’이 발급되면 앞으로 국내에서 발급하는 장애인등록증만으로 해외에서 장애인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되어 해외 여행지에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을 더욱 편리하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해외 주요 관광지에서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이나 이용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해외안전여행 누리집(0404.go.kr)에 안내하도록 외교부에 권고했다. 문의 사회제도개선과(044-200-7257) 04. 국립재활원, 뇌병변장애인 대상 재활체육 프로그램 운영 국립재활원이 12월 31일까지 강북구 보건소에서 강북구민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재활체육 네트워크 구축 사업 ‘장애인 건강 UP 재활체육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다. 프로그램 운영은 국립재활원 운동재활과·건강보건연구과·임상재활연구과와 강북구 보건소가 함께하는 것으로 맞춤형 순환식 복합운동(심폐 지구력과 저항성 운동을 병행한 운동)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인지·신체 복합운동(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인지훈련과 신체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국립재활원은 프로그램 참여자를 대상으로 건강체력평가를 통해 건강 상태, 인지 기능, 신체 기능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강북구 보건소는 참여자 모집, 장소 제공, 인력 제공 등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평생 건강 관리와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재활체육 서비스 체계 구축을 목표로 전국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문의 국립재활원 운동재활과(02-901-1330) 05.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 개최 우리나라 최초 국악 박람회인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10월 11일까지 충북 영동군 레인보우힐링관광지와 국악체험촌 일원에서 열린다. ‘국악의 향기, 세계를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엑스포는 전통 예술(국악) 분야 첫 국제 행사이자 해외 3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박람회이다. 우리나라와 각국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체험관과 국악산업진흥관, 전시관이 마련된다. ▲무형유산 체험관에서는 악기장, 낙화장 등 장인들의 기능 종목 작품을 전시하고 ▲야외 체험관에서는 전문 강사가 알려주는 국악기 연주 체험과 30개국의 다양한 문화, 전통 놀이 체험을 진행한다. ▲국악산업진흥관은 국악을 다양한 콘텐츠·기술과 연결한 사업 모델관과 신진 국악인과 기획사를 연계하는 예술시장(아트마켓), 국악원·국악방송 등 국악 관련 주요 기관들이 참여하는 협력관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문의 행사종합안내콜센터(1899-7401) 06. 전자담배 ‘에어로졸’을 소재로 금연 광고 송출 보건복지부가 전자담배 ‘에어로졸’을 소재로 한 금연 캠페인 ‘이래도, 전담하시겠습니까’ 광고 두 편(‘아이픽업 전담’ 편, ‘분위기메이커 전담’ 편)을 TV, 온라인, 옥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송출하고 있다. 에어로졸은 성분에 따라 지름이 수 나노미터부터 수십 마이크로미터까지 공기 중 부유하는 매우 작은 입자로, 인체의 호흡기로 흡입되어 세포 독성, 산화 스트레스, 염증 지표 증가 등 독성 기전을 통해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및 중독 등을 일으킨다. 니코틴은 물론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금속, 각종 발암물질 등을 포함한다. ‘아이픽업 전담’ 편은 어린 자녀와 자녀 친구들의 픽업을 전담하는 자상한 아빠의 애정을, ‘분위기메이커 전담’ 편은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분위기메이커를 전담하는 대학생의 선의를 조명한다. 문의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044-202-2824) 대한민국정책브리핑(www.korea.kr) 공감 현장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 박찬종 선수 - “교통사고로 잃은 다리, 자전거로 극복했습니다” ‘8·15 경축 2025 양양 국제사이클대회 및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가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강원 양양에서 열렸다. 수많은 선수가 모인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차고 도로로 나선 대한민국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 박찬종(35) 선수다. 국내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 11명 중 절단 장애인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이 대회 장애인 경기에서 기록과 순위를 다투는 개인 독주와 도로 레이스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 두 개를 거머쥐었다. 이날 기록은 202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때에 비해 1초 뒤졌지만 의미가 컸다. 날씨와 노면 상황을 그대로 이겨내야 하는 야외에서 경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박 선수도 “기존 기록보다 4~5초 정도 늦을 거라 예상했다”며 “돔 구장에서 했으면 기록을 경신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화학회사 연구원이었다. 건강한 직장인의 목표가 한순간에 ‘걷기’로 바뀐 건 퇴근길에 당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업무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두 개 차선 안쪽에서 달리던 5톤 트럭이 그를 덮쳤다. 이 사고로 트럭에 깔린 그는 헬기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고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2022년 9월의 일이다. 이듬해 5월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다. 깊은 절망이 덮쳤지만 그는 가라앉는 대신 현실을 마주하며 이겨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사고 후 7일 만에 그가 처음 개인 누리소통망(SNS) 계정에 남긴 글에도 긍정의 기운이 가득했다. ‘트럭 바닥에서 생의 끈을 놓치기 직전에 목숨을 구해주셔서 보너스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루하루 힘들지만 몸 건강히 회복하고 재활해 내년 5월에 결혼식장에 당당히 걸어서 들어갈 것.’ 안 하던 농담도 늘었다. ‘무지외반증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내 왼쪽 슬리퍼는 오른쪽 다리가 없는 사람에게 주세요’ 등. 힘들어하는 가족과 어떻게 위로의 뜻을 전해야 할지 몰라 입을 떼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한 배려였다. 냉장고 위쪽 칸에 있는 음료조차 꺼내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는 부단히 자신을 다잡았다. 사고가 난 지 2년 7개월 만에 국가대표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국 대회에 수차례 출전해 메달을 휩쓸었다. 1,000마일(약 1,609km) 코스 사이클링으로 기부금을 모으는 글로벌 캠페인 ‘원마일클로저(One Mile Closer, OMC)’에도 참여했다. Q. 사고 후 처음 쓴 글을 보고 놀랐다. 원래 긍정적인 편인가? A. 단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 결과다. 벌어진 일에 감정이 매몰되는 대신 내게 일어난 일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Q. 실없는 농담을 잘한다고? A. 아직도 내 개그에 적응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굳이 꼽자면 아내 정도? 농담을 하니 어머니가 어이가 없었는지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웃으시더라. 내가 죽을상을 하고 있으면 가족이나 면회 온 친구들이나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 농담을 섞어 가볍게 이야기하면 쉽게 말이 트이기에 이 방향을 고수했다(웃음). Q. 의지와 현실 사이 갭이 컸을 것 같은데. A. 퇴원 첫날이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 단지에 장애인 주차장이 없는 데다 현관에 붙잡을 게 없어 신발을 벗기 힘들더라. 장애라는 게 익숙한 공간이 아니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화장실 이용이 정말 어렵다. 씻을 땐 의족을 벗는데 다리 하나로 미끄러운 화장실에 서 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도 하는데 한 발로 서서 아이를 안는 것도 쉽지 않더라. Q. 마음을 다잡은 비결이 있을 것 같다. A. 사고 초기에는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올리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당일에 쓰면 감정이 많이 들어가는데 2~3일 지난 후 그날을 기억하며 쓰면 객관적으로 쓸 수 있다. 그 일기들을 나중에 다시 읽으면 ‘별일 아니었다’ 싶은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니 내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주어진 현실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Q. 의족을 신은 첫날부터 걸었다고 하던데 쉬운 일이 아니라더라. A. 의족을 신고 지팡이 없이 걷는 데 보통 4개월 정도가 걸린다. 난 의족을 맞추기 전부터 새 자전거를 사놓고 꼭 다시 타겠다는 마음으로 병실에 매트 깔고 한 발 스쿼트, 한 발 덤벨 등 운동을 했다. 스무 살 때부터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계속해 온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Q. 자전거를 다시 타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A. 가족들과 늘 함께 있으면서 감정이나 생각을 많이 공유했다. 아내 말로는 내가 자전거를 타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내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Q. 처음에는 자전거 용품을 다 버리라고 했다던데. A. 사고 직후 자전거 탈 용기가 안 났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당시 자전거 유튜버 중 내 채널이 구독자가 6만 명 정도로 제일 많았다. 내 영상을 보고 자전거 타는 걸 시작했다는 구독자가 많은데 내가 자전거 사고로 사라지면 구독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해서 해온 일들이 부정당할 것 같고, 내가 다시 자전거를 탄다는 것만 보여줘도 구독자들에게 힘이 되고 조금 더 나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호회를 하면서 사이클 선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어서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의족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고 해서 결심했다. 다른 환자들에게 거둔 수익으로 날 지원하는데 취미로 즐기는 데만 사용하기에는 부채감이 컸다. 절단 환자도 이렇게 잘 걷고 운동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Q. 입원 중 자전거 탄 사진이 삶을 바꿨다고. A. 2023년 목표를 듀애슬론(달리기와 사이클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철인2종 경기) 완주로 잡고 자전거를 구입했다. 사고 88일째 되는 날, 병원으로 배송이 와서 자전거에 올라탄 사진을 찍어 올렸다가 엄청난 화제가 됐다. 국가대표 감독님께 선수 제의도 받고 옷·자전거·의족 회사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출판사와 계약해 2024년 초에는 책도 냈다. Q. 자전거용 의족은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해결했나? A. 2023년 3월에 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 소속 선수로 등록하기 전 신인평가가 있었다. 자전거용 의족이 없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의족으로 참가했는데 페달의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의족이 흘러내려 난감했다. 이후 의족 회사와 발 모형을 제거하고 자전거 타는 데 유리하게끔 개조한 의족을 만들었다. Q. 국가대표 선발은 어렵지 않았나? A. 장애인사이클은 총 17개 카테고리가 있는데 국가대표는 11명밖에 뽑지 않는다. 각 카테고리에서 1등을 해도 세계 무대에 설 만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뽑지 않는다. 내 종목에는 이미 국가대표가 있었고 그분이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라 경쟁이 쉽지 않았다. Q. 메시지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A. 다리 절단 수술을 앞두거나 절단 이후 상태에 있는 분들이 메시지를 많이 보낸다. 다리를 절단하게 된 중학생의 부모가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글도 있었다. 당시는 나도 병상에 있을 때였는데 정말 멋진 어른으로 용기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절단 환자들이 워낙 적다 보니 정보 자체가 없다. 내가 의족을 더 노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족을 하고도 이렇게 잘 걷는다는 걸 보면 희망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사이클 선수로서 그의 목표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과 2028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최종 목표는 메달이 아니라고. 그는 한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예로 들었다. 음료수 캔에 점자로 ‘음료’라고만 쓰여 있어서 콜라인지 주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는데 그 후 음료 회사들이 음료 이름을 점자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도전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일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정책주간지 특집 APEC 2025 KOREA -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2025 APEC 정상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에서 개최됩니다. 2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회의로, 올해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로 열립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로,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하는 협의체를 말합니다. 아시아 국가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가 회원입니다. 미주 국가로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가 회원이며, 대양주 및 기타 국가로는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러시아가 있습니다. ASEAN 사무국, 태평양제도포럼 사무국,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는 옵저버로 참여합니다. APEC의 핵심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 혁신과 연결 및 번영입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21개 APEC 회원 정상 및 대표단은 디지털·물류·에너지 인프라의 상호 연결성을 강화하고, AI·탄소중립·디지털 기술을 통한 경제 혁신을 강조하고, 포용적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건 2005년 이후 20년 만의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교통·숙박 인프라 ▲의료 대응 ▲경제인 초청 전략 ▲국내외 홍보 및 K-컬처 활용 등을 점검했습니다. 공식 엠블럼은 서로를 연결하고 생태계 번영에 기여하며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는 날갯짓의 의미를 담은 ‘나비’와 신라 천 년의 미소로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를 모티브로 합니다. 공식 주제 영상에서도 나비는 전체 서사를 이끌어가는데요, 나비의 움직임이 첨성대, 월정교, 얼굴무늬 수막새 등 경주 문화유산을 지나 K-컬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는 성공적 개최를 위해 21개국 언어 지원 다국어 키오스크를 설치해 언어 장벽을 해소하고, 식품 안전 관리 및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등도 계획 중입니다. 성과를 통해 경제·외교 중심 국가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관광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간 APEC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경제 성장, 번영 및 혁신에 기여하는 주요 선도 사업을 주도함으로써 헌신을 보여주었죠. 200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육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APEC 협력교육원을 설립했고, 2005년에는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혁신센터를 설립했습니다. 2018년에는 디지털 경제 분야 회원국 역량 강화를 목표로 디지털 혁신 서브펀드를 출범했습니다. 이 펀드를 통해 디지털 경제 소비자 보호, 생체 인식 신분증, 글로벌 데이터 표준화 등의 분야에서 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시행되었습니다. 21개 회원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경주는 신라 천 년의 고도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미래 성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희망합니다. 참고 APEC 2025 KOREA(https://apec2025.kr) 김예원 변호사의 쉽고 재미있는 형사사법 사례를 통한 수사 진행 과정을 알아봅시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김예원 변호사가 어려운 형사사법체계를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특히 범죄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모았습니다. 성폭력이나 아동 학대 사건과 같이 민감하고 중대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은 단순한 법률 상담을 넘어, 향후 형사절차 전반과 심리적 회복 과정에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변호사와의 상담 자체가 낯설고 두려울 수 있으며, 특히 전맹 시각장애 피해자의 경우에는 시각적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일반 피해자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를 만날 때는 미리 준비하고, 상담 시간 동안 변호사의 전문성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른바 ‘피해자 변호사 활용법’입니다. 왜 피해자가 변호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냐고요? 일단, 앞선 글에서 여러 번 설명했듯이 우리나라는 성폭력 사건, 아동 학대 사건, 장애인 학대 사건, 인신매매 사건의 경우에는 경찰서에 피해자가 요청하는 경우 검찰청을 통해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 피해자라고 해도 요새는 변호사를 사선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2021년부터 검경수사권조정이 시행되면서 형사사법 제도가 굉장히 복잡해지고 어려워졌습니다. 사건 접수부터 증거 수집, 수사 과정에 참여하고 피해자 입장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모든 과정에 변호사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피해자가 국선변호사를 선정받았거나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을 경우 상담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피해자가 변호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먼저 대기 시간과 대기 장소를 잘 조정해야겠죠. 변호사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람이나 제3자에게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공간 구조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변호사에게 대기 시간이 최소화되도록 조율해 줄 것을 요청하고, 가능하다면 보호자나 신뢰할 수 있는 동행인이 함께 있을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에 앞서서 약간의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일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익숙한 음악이나 오디오북 등을 활용하면 안정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장난감이나 촉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소품을 준비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변호사는 피해자의 나이와 생년월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나이는 형사절차와 민사절차에서 모두 결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변호사에게 생년월일을 정확히 알려주고, 사건 당시 연령이 아동·청소년 보호 관련 법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셔도 돼요. 사건 직후의 상황을 가능한 한 상세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각적으로 확인한 사실을 진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청각·촉각·후각 등 다른 감각으로 인지한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의 목소리, 걸음걸이, 몸이나 의복에서 느껴지는 질감, 향기나 냄새, 소지품에서 들린 소리 등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이러한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증거로 활용 가능성을 문의해야 합니다. 만약 보호 조치가 이미 이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변호사에게 알리고 추가 요청이 가능한지 확인합니다. 예전 글에서 살펴보았던 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들을 요청할 수 있어요. 상담을 하면서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변호사에게 구체적으로 문의해야 합니다. 사건 직후 착용했던 옷, 사용한 물건, 가해자가 남기고 간 물품은 모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증거를 잘 설명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에는 동행한 보호자나 지인에게 해당 물품을 잘 보존하도록 부탁하고, 변호사에게 현재 보관 상태를 알려 주어야 합니다. 변호사도 사람이기에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 어렵게 보이는 변호사 상담도 생각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답니다. 그러니 너무 의기소침하거나 걱정하지 마시고 변호사를 최대한 활용하여 변화하는 형사사법체계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잘 대비하시길 바라요. 다음 글에서 또 이어서 변호사 활용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예원(변호사) 우리에게 힘이 되는 복지서비스 장애인 편의시설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이동과 시설 이용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 접근을 쉽게 하도록 시설과 설비가 마련돼 있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상 시설로는 공원(자연공원,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 공공건물 및 공중 이용 시설,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통신시설(공중전화, 우체통)이 있고, 기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하여 편의시설의 설치가 필요한 건물도 있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대상 시설의 신축·증축·개축·용도변경 등과 함께 설치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휠체어 등을 비치해야 할 공공건물 및 공중 이용 시설의 범위와 비치용품을 알아볼까요? 먼저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점자 업무 안내 책자, 8배율 이상의 확대경, 공중모사전송기(팩스) 및 보청기기가 반드시 비치돼 있습니다. 우체국에는 8배율 이상의 확대경, 공중모사전송기(팩스) 및 보청기기가 있고 공공도서관에는 보청기기와 저시력용 독서기가 있습니다. 점자 프린터, 정보통신보조기기를 포함한 컴퓨터가 있기도 합니다. 공연장, 관람장에는 보청기기와 점자 공연 안내 책자가, 전시장, 동·식물원에는 휠체어 및 점자 전시 안내 책자가 있습니다. 이러한 비치용품은 출입구 부근이나, 민원실, 안내실, 매표소 등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있습니다.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배리어프리) 인증제도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이는 모든 국민이 지역 및 개별시설을 접근·이용할 때 편리하고 안전함을 느끼기 위한 제도로, 인증 적합 및 수준 여부를 평가합니다. 인증 등급은 최우수등급, 우수등급, 일반등급으로 나뉩니다. 사업 계획 또는 설계도면 등을 참고하여 예비인증을 받을 수 있고, 공사를 완료한 후 시설물을 확인하여 본인증을 부여합니다. 접근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 경보 및 피난설비, 피난구 설치 등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을 살펴볼까요? 첫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있습니다. 이곳은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탑승했을 경우만 사용이 가능하며, 차량에는 장애인 주차표지를 반드시 부착하여야 합니다. 주차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됩니다. 둘째, 경사로가 있습니다. 경사로는 바닥의 높이 차이가 있을 때(2cm 초과)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합니다. 바퀴로 이동하는 휠체어 사용자나 유아차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경사로 길이가 1.8m 이상이거나 단차가 15cm 이상이 될 경우, 위험하므로 양 측면에 손잡이를 설치하며, 경사도는 1/12(4.76도) 이하로 설치해야 합니다. 셋째, 리프트가 있습니다. 경사로와 마찬가지로 바닥 면의 높이 차이가 다를 경우에 사용합니다. 경사로보다 면적을 적게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리프트를 사용하게 되는데, 계단에 설치하는 경사형 리프트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신축하는 건축물의 경우 그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경사로와 함께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하여 주로 동일 층 내에서의 높이 차이를 극복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넷째, 장애인 화장실의 대변기와 소변기가 있습니다. 대변기는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 및 이용을 고려하여 다양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대변기 사용을 위해 바닥 면은 휠체어 회전 공간(1.4×1.4m)이 필요하며, 대변기 좌우에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등받이를 설치하고, 비상시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비상벨을 설치합니다. 소변기는 어린아이에서 성인까지 높이 차이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 부착형으로 설치하며, 몸을 기댈 수 있도록 손잡이를 설치합니다. 다섯째, 세면대가 있습니다. 세면대는 휠체어 사용자의 무릎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부 공간(65cm 이하)을 비워 놓으며, 상부는 80cm로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몸을 기대어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구조가 좋으며, 수전은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너무 멀지 않게 하고, 손잡이에는 시각장애인이 알 수 있도록 점자 표지를 부착합니다. 어린이 사용을 고려해 낮은 세면대를 같이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여섯째, 장애인 관람석이 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가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비워 두어 경기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합니다. 관람석은 휠체어 사용자용만 분리하여 설치하지 않고 동반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의자(이동식 가능)를 함께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사람이 서 있을 경우나 전면의 안전난간 등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곱째, 수납장이 있습니다. 수영장, 사우나에서 휠체어 사용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납장의 하부 공간을 비워 두며, 상부의 옷걸이에 부착된 봉을 당겨, 옷걸이에 옷을 걸 수 있도록 합니다. 여덟째, 점자 블록이 있습니다. 점자 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유도와 경고를 위해 선형 블록과 점형 블록의 두 종류로 되어 있습니다. 눈에 잘 띄도록 노란색으로 되어 있으며, 밟아도 미끄럽지 않은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점자 블록이 있는 공간 주변에는 물건을 놓아두면 이동에 방해가 되며, 사고의 위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홉째, 촉지도식 안내판이 있습니다. 안내도를 손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도면과 내부 설비 일부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현재 위치와 동선이 표현되어 있으며, 층별 점자 안내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문자와 함께 표현되며, 음성 안내 버튼과 도움 벨을 동시에 설치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열 번째, 점자 표지판이 있습니다. 점자는 도드라진 점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읽는 문자로, 점자 표지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입니다. 안내 표지판, 승강기 내·외부 버튼, 출입문과 계단의 시작과 끝 등에 부착하여 이동 방향 및 주요 공간에 대해 안내합니다. 편의시설의 설치로 장애인 등의 사회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편의시설 없이도 우리 모두가 참여 가능한 무장애 공간을 만들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참고 보건복지부 살며 생각하며 불낸 집 애 3월의 일이다. 맑은 하늘이 야속했다. 개화를 시작한 꽃망울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나는 일기 예보를 살피며 비 소식을 기대했다. 기상 캐스터는 내 마음과 같은지 강풍 소식을 전하며 죄스러워했다. 열어둔 창으로 매캐한 연기 냄새가 들이치는 것 같았다. 아래 산간지방에서 연달아 산불이 발생했다. 스무 차례 발화가 발생했고 그로 인한 사상자가 수십 명이었다. 산림은 물론이고 주거와 일터를 완전히 잃은 이재민도 수만 명에 달했다. 불은 진화되지 않고 다시 살아나 온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나는 유난히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를 흠뻑 내려달라 기도했다. 내 바람과는 별개로 열린 창으로 봄볕이 한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가슴에 안겼다. 그때였다. 내 안에서 숨죽여 있던 작은 불씨가 새빨갛게 일어났다. 화끈한 통증이 가슴을 태웠다. 화르르 불길이 살아났다. 사라진 줄 알았던 새카만 기억이 환청이 되어 들렸다. “너 불낸 집 애구나.” 찬물을 한 컵 들이켰다. 하지만 번지기 시작한 기억의 불길은 거세게 타오르기만 했다. 읍내 슈퍼 주인 할아버지가 계산대 앞에서 내게 말했다. “너 불낸 집 애 맞지? 네가 벌써 중학생이 됐어?” 내 옆에는 단짝 친구들이 함께 있었다. 얼굴에서 피가 몽땅 증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정신으로 계산을 했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헤어져 집에 돌아왔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수치스러웠고 창피했다. 십여 년 가까이 지난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다. 또 친구들 앞에서 치부를 들킨 것만 같아 망신스러웠다. 검은 잿더미였던 뒷산은 이제 잡목과 풀로 뒤덮여 그때의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 잊히지 않은 것은 사람의 기억뿐이었다. 아버지는 십여 년 전 뒷산에 불을 냈다. 주말 아침이었다.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아버지의 회사 동료와 친구들이었다. 엄마는 한참 농사일로 바쁘니 손님들을 부르지 말라 당부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엄마의 경고를 무시했다. 화가 난 엄마는 들로 일을 하러 나갔다. 손님들은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니다가 아버지의 주도로 뒷산에 올라갔다. 칡을 캐고 고기를 구워 먹겠다는 계획이었다. 야산에는 공동묘지와 소나무 군락지가 곳곳에 있었다. 우거진 숲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 있었고 산을 넘어가면 인삼밭과 비닐하우스 단지가 있었다. 발화지는 공동묘지 아래 잔디밭이었다. 경각심 없던 이들은 고기를 굽는다며 휴대용 버너에 불을 붙였고 불이 잔디밭으로 옮겨붙었다. 손쓸 새도 없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불길이 번져 갔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 갔다. 불은 빠르게 야산으로 옮겨붙었다. 불을 끄던 이들이 공포에 질려 아버지만 남겨두고 도망을 쳤다. 의리도 일말의 양심도 없는 일당들이었다. 누군가 신고를 했고 소방서와 인근 주민들이 총동원되어 산불을 진화했다. 사이렌은 밤늦게까지 계속 울렸다. 불길은 인근 군부대까지 출동해서야 잡혔다. 호기롭게 산에 올랐던 아버지는 죄인이 되어 돌아왔다. 온 마을에 울려 퍼지는 비상 사이렌 소리가 무서워 이불 속에 숨어 벌벌 떨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또 방 안에서도 느껴지던 매캐한 불 냄새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불 밖에 고개를 내밀지 못했던 그 공포를 똑똑히 기억한다. 피해 상황도 심각했다. 윗마을 어르신이 진화 작업을 하다 두 다리에 골절을 입었다. 농작물과 비닐하우스 몇 동이 전소했으며 인삼밭이 피해를 봤다. 묘지들이 새카맣게 탔으며 사철목과 잡목들이 뿌리만 남기고 모두 타버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음 날 비가 내렸다. 산불은 진화되었지만 우리 가정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처벌을 기다렸다. 재산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보상을 해야 했으며 부상을 입은 어르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 그것은 모두 엄마 몫이었다. 산 주인이 고소를 하겠다고 나섰다. 일가친척인 동네 사람들은 본인들도 피해자이면서 중재에 나섰고 보상 절차를 도왔다. 아버지는 어디로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는데 엄마가 나를 불러 윗마을에 가자고 했다. 나는 방치되어 며칠간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꼬질꼬질한 상태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인근 동네를 돌아다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엄마가 나를 일부러 씻기지 않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탄원서에 도장을 받으러 다녔다는 것이다. 노여운 마음이 있더라도 남루한 어린애가 앞장서 문을 두들기니 주민들은 말은 불퉁스럽게 하면서도 다들 아버지를 구제해달라는 탄원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해가 질 때까지 엄마는 도장을 받으러 다녔다. 나는 엄마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며 복받친 울음소리를 매일같이 들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노력으로 처벌을 피했다. 부과된 벌금과 보상을 치르고 난 가세는 더욱 형편없어졌다. 그해 엄마의 가슴도 뒷산처럼 새카맣게 탔으리라. 텔레비전 뉴스가 진화되지 않는 산불 소식을 전할 때마다 꺼진 줄 알았던 내 안의 감정들이 불길처럼 일어나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시간이 이만치 흘렀어도 그때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불낸 집 애.’ 그렇다. 나는 불낸 집 아이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나는 불에 관한 한 늘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다 갚지 못한 마음의 빚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 자세를 갖는 게 잘 나이 들어가는 진짜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봄꽃 향기가 날아들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연일 이어지는 산불 소식에 봄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에 출간한 첫 수필집이 기대 이상의 큰 사랑을 받았다. 책은 연신 재인쇄를 했다. 나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복지관 공지에 경북 시각장애인 회원들을 위한 산불 피해 모금 소식이 올라왔다. 열 번째로 받은 인세를 기부했다. 몇 푼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그렇게 하고 나니 씻겨 내려가지 않던 내 안의 검은 얼룩이 그나마 조금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산불은 이십여 일의 사투 끝에 결국 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행여 바람이라도 불기 시작하면 어쩌나. 어딘가에 숨어 있던 불씨들이 그 바람에 되살아나면 어쩌나.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그러던 차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고마운 봄비였다. 이 비에 찬란한 봄꽃들이 짧은 생애를 마치고 낙화하리라는 걸 안다. 꽃들에겐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비가 더 거세게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지가 흠뻑 젖어 티끌만 한 작은 불씨도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투덕투덕…. 빗소리가 창을 두드린다. 내 안에 숨죽이던 불씨도 천천히 사그라져 간다. 조승리(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