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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빛 - [173호]점자교과서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14-12-19 오후 3: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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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점자교과서는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번 흰 지팡이 발자취에서는 점자교과서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 관립특수학교이자 서울맹학교의 전신인 제생원 맹아부에서는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교과서를 자체적으로 점역하여 점자교과서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비장애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를 점역하여 점자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제생원 맹아부에서는 점자제판기와 인쇄기를 구입했습니다. 이때가 1913년이었는데 이 당시 점자제판기는 오늘 날처럼 키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점자가 찍히는 것이 아니라 점자키를 누르고 발로 페달을 밟으면 키가 눌러져서 아연판에 점자가 찍히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인쇄기도 마찬가지로 스위치를 누르면 롤러가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롤러를 일일이 돌려야 인쇄가 된 것이지요. 이처럼 모든 것이 수동이었던 그 당시에는 학생 수에 맞춰 점자교과서를 인쇄하기 어려웠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면서 중요한 부분을 읽어주면 학생들이 필기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제생원 맹아부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방식으로 약 30년 동안 자체적으로 교과서를 점역하여 사용했습니다. 그러던 중 1940년대에는 대부분의 교과서를 일본에서 들여왔는데요. 일본에서 들여온 이료교과서의 경우에는 교과서를 우리 실정에 맞도록 수정하여 사용했다고 합니다.

 

  광복 직후에는 상황이 어려워져 점자교과서를 출판하기 어려웠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교과서의 중요한 내용을 불러주면 시각장애학생들이 점자판으로 받아 적어서 공부했습니다. 또한 중학교 영어 교과서의 경우 선생님이 수업 진도 나갈 부분을 미리 점역하여 학생들에게 주면 학생들끼리 돌려가며 사용하기도 하였고 선배들의 책을 물려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다음 학기에 배울 책을 방학 동안 미리 점자로 찍어 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해 매년 발행되는 점자교과서는 몇 권일까요? 2000년대 이전에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에 이어 이료교과서까지 매년 32,000권의 점자교과서를 출판하여 전국의 시각장애학생들에게 공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 맹학교에서는 사용한 점자교과서 중 상태가 좋은 교과서를 골라 다음 학년의 학생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저시력 학생에게는 큰 문자 교과서를 공급하면서 2008년 기준으로 약 26,000여 권의 점자교과서를 출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시각장애인의 역사 (임안수, 2010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발췌